“방송통신위원회는 지상파방송과 케이블TV방송의 재송신 협상을 적극 중재해 방송중단과 같은 파국을 막을 것이다.”
유료 케이블TV에 가입해 KBS2, MBC, SBS 등 지상파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은 24일부터 이들 채널을 아날로그방송으로 보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상파방송3사와 케이블업계 간 재송신 대가 협상이 타협점을 찾지 못해 파국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재송신은 일반 주택이나 아파트에서 별도의 안테나 설치 없이 케이블TV, 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 IPTV 등의 유료방송사들이 케이블, 위성주파수, 인터넷 회선으로 지상파방송을 전달해 주는 것을 말한다.■디지털방송 어떻게 보나
그동안 지상파는 정부가 유료방송의 활성화로 지상파의 난시청 지역 해소를 해왔다는 점을 고려해 아날로그방송에서는 재송신 대가를 요구하지 않았으나, 디지털 전환을 계기로 유료방송사들에게 대가 지불을 요구하는 상태다.
정부가 뒤늦게 지상파방송3사와 케이블업계의 재송신 다툼에 중재자로 나섰지만, 양측이 입장 차이를 좁히지 않고 있어 현재는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이 높다.
케이블업계는 23일 자정까지 지상파3사와 재송신 협상이 결렬될 경우 24일 정오부터 KBS2, MBC, SBS 등 3개 채널의 디지털 방송신호 송출을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케이블의 디지털 방송신호 송출이 중단되면 케이블을 통해 지상파를 보는 각 가정에서는 고화질의 HD방송 시청이 불가능하고 저화질의 아날로그방송을 봐야 한다.
지난 4월과 6월에는 각각 MBC와 SBS가 KT스카이라이프와 재송신 협상이 결렬돼 HD방송 서비스가 중단됐으며, SBS의 경우 스카이라이프 가입자가 한 달 넘게 아날로그방송으로 시청해야만 했다.
■ 280원 vs. 0원
지상파와 케이블 간 협상의 최대 쟁점은 재송신 대가의 지불 여부다. 지상파는 전체 케이블 1천500만 가입자 중 400만의 디지털 가입자에 대해 재송신 대가로 가입자당 280원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케이블은 지상파를 재송신 함으로써 음영 및 난시청 지역이 해소됐고 이로 인해 지상파의 광고효과가 커진 만큼 재송신 대가를 지불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즉, 지상파가 요구하는 재송신 대가와 케이블의 지상파 전달 비용이 똑같기 때문에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전 국민의 약 80%가 케이블이 없으면 사실상 지상파를 볼 수 없다는 현실을 지상파가 외면한다는 뜻이다.
방통위는 21일 지상파가 재송신 대가의 단계적 인하안을 내놓았고, 케이블에도 적극적인 협상을 당부한 만큼 송출 중단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한 케이블업계 고위 관계자는 “지상파가 새로운 안을 제시한다고 해 해당 내용을 검토한 뒤 23일 자정까지 최선을 다해 협상에 나서겠다”고 전제하면서도 “재송신 대가를 지불할 수 없다는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해 마지막까지 협상이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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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관계자 역시 “지상파가 요구한 가입자당 280원은 최소한의 재송신 대가이고 이를 낮추지는 않을 것”이라며 “가입자 증가 시 단계적으로 대가를 인하하겠다는 것은 김인규 KBS 사장의 개인적 의견일 뿐 지상파 간 합의된 내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협상 대표를 맡은 MBC에서 가입자당 재송신 대가를 재산정하고 있고 이 결과를 토대로 오후 회의를 통해 최종 협상안을 내놓을 것”이라며 “이 안을 갖고 오늘 밤 케이블과 마지막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