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주말 시행되는 ‘셧다운제’로 인해 게임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일부 업체들은 시행 당일 혹여라도 일어날지 모르는 시스템 오류에 대비해 미리부터 만 16세 미만 청소년 접속을 막기 시작했다.
지난 17일 자정부터 셧다운제 자체 시행에 들어간 업체들은 넥슨 JCE, 한빛소프트, 엔씨소프트 등이다. 이에 앞서 CJ E&M 넷마블과 블리자드는 이달 초 각각 ‘얼로즈온라인’과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2’ 등에 관련 시스템을 조기 적용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게임업체들이 매주 목요일 서버 정기 점검이나 업데이트를 많이 하기 때문에 셧다운제 관련 패치를 이에 맞춰 하게 된 것”며 “우선은 안정성을 테스트하기 위한 목적이 크지만 게임업계가 모범적으로 법준수를 한다는 의지 표현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시행 첫날에 들어간 업체들의 표정은 어떨까. 지난밤 비상체제로 전환, 서버 상황이나 이용자 반응을 파악하기 위해 심야 업무를 진행한 업체들 대부분은 순조로운 출발을 했다며 안도감을 내비쳤다.
JCE 관계자는 “이용자 혼란을 최소화하고자 이미 여러 차례 셧다운제 관련 안내 공지도 띄웠고, 청소년 이용층이나 이들이 즐기는 캐주얼 게임 특성상 자정 이후부터는 자연스럽게 접속이 줄어드는 패턴이라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게임별로 배치된 운영자들도 실시간 모니터링 외 분주한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JCE는 밤 11시 30분부터 셧다운제를 적용, 혼선을 더욱 줄였다. 이 회사의 대표작 ‘프리스타일’은 농구를 소재로 한 스포츠게임으로 이용자들은 게임 접속 후 방을 만들고 다른 사용자와 함께 평균 10분 가량 게임을 플레이하게 된다. 때문에 자정에 맞춰 게임이 갑자기 강제 종료될 경우엔 셧다운제 비적용 대상 이용자들도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밤 11시 30분 이후에는 경기를 마친 16세 미만의 이용자들이 자동적으로 게임 밖으로 튕겨져 나갔으며 방 생성에도 제한을 받았다. 게임 접속을 시도하려는 이용자에게는 ‘청소년 보호법에 의거하여 23시 30분부터 새로운 경기진행이 불가하며 24시~06시까지 게임 이용이 제한됩니다’라는 알림창이 떴다. 게임 대기방(로비)의 실시간 채팅창에는 간혹 ‘셧다운제..ㅠ.ㅠ’ ‘이제 게임 못함?’ 등의 의견이 올라오는 풍경이 연출됐다.
또 다른 스포츠게임 ‘FC매니저’ 역시 별다른 돌발 상황 없이 무사히 점검을 마쳤다. FC매니저는 매니지먼트 게임 속성상 이용자가 접속을 안해도 게임이 돌아가는데 16세 미만 이용자들은 게임 플레이 여부와 관계없이 자정부터 자동으로 로그아웃되는 시스템이 적용됐다.
한빛소프트 관계자는 “이용자끼리 하는 친선 경기나 커스텀 리그가 있긴 하지만 게임 내 정규 리그와 컵대회는 기본적으로 저녁 9시와 11시 이후에는 경기가 없기 때문에 셧다운제로 인한 큰 영향은 없을 것 같다”면서도 “스포츠게임 특성상 강성 이용자가 많아 규제로 인해 플레이경험에 손상을 입게 되면 게임 전체 이미지 하락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게임 접속 장애로 불편을 겪는 사례도 발생했다. 넥슨이 서비스하는 ‘서든어택’은 자정부터 새벽 1시까지 이상이 생겨 만 16세 이상 이용자들도 게임 이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24살인데 왜 청소년법 위반이라고 뜨나” “겜방비 날리게 생겼다” 등의 이용자 항의가 빗발쳤다.
현재 업체들은 심야시간 게임하는 청소년 이용자층은 극소수에 이른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셧다운제로 인한 매출 감소는 크게 염두해두고 있지 않다. 하지만 셧다운제의 상징성 탓에 게임 콘텐츠물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지는 것에 속앓이하는 모습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게임업체 대표는 “규제가 당장 현실화됨에 따라 가장 무서운 것은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자연스럽게 뿌리 박히게 돼 산업에 낙인 찍히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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셧다운제는 오는 20일 실시 이후 3개월의 계도기간을 거쳐 내년 2월 1일부터 실제 단속이 시작된다. 이를 위반하다 적발되는 사업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게임산업협회는 네오위즈게임즈·넥슨·엔씨소프트 등 10여개 회원사를 주축으로 셧다운제 관련 헌법소원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