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황리 폐막 지스타…흥행·실속 다 챙겼다

<부산=특별취재팀 최병준, 이도원, 김동현, 전하나 기자>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 2011’이 나흘간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13일 폐막됐다. 개막 첫날부터 하루 수만명의 관람객들이 몰리면서 흥행과 실속 모두 챙겼다는 평가다.

올해 지스타는 29만여명의 관람객이 행사장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8만명을 경신한 기록이다. 지스타 사무국은 “방문객의 증가 폭이 그 전년도에 비해 크지는 않았지만 이전보다 행사장 동선을 넓힌 결과 체류 시간이 길었던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지스타2011은 여성과 가족 단위 관람객이 크게 증가해 게임이 더이상 일부 청소년이나 성인들만의 전유물이 아닌 전 세대를 아우르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줬다.

폐막 전날 부모님과 행사장을 함께 찾았던 이호(14)군은 “좋아하는 게임을 부모님께 직접 보여주고 설명하면서 재미가 두배가 됐다”면서 “특히 엄마와 여동생이 흥미를 많이 보여 기뻤다”고 말했다.

■지스타, 동네 잔치 오명 털었다

지스타는 올해로 7회째를 맞으면서 완벽하게 국제적 행사로 거듭났다. 그동안은 주최 측의 미숙한 운영과 해외 기업들의 불참 등으로 ‘동네 잔치’라고 비판받기도 했다.

올해는 달랐다. 지난해 예상치 못한 관람객 폭주로 행사장 일대 통신 장애가 있었던 것을 반면교사 삼아 KT, SK텔레콤 이동식 중계 차량을 미리 배치하는 등 사전에 만반의 준비를 다했다. 또 관람객의 안전을 위해 B2C관 내 부스 크기를 줄이고 이동 통로 크기를 평균 1m 가까이 늘렸다.

업체간 비즈니스 교류의 장으로 통하는 B2B관은 해외 바이어들로 연일 북적이면서 국내 업체들의 해외진출 교두보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다. 지스타 사무국은 상담 건수만 6천8백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해외 유수 기업들의 부스 참가도 예년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최근들어 국내 진출 움직임이 활발해진 중국 기업 텐센트, 샨다를 비롯해 독일의 프록스터, 가미고, 러시아의 이노바시스템즈, 니키타온라인, 니발 등이 B2B관에 부스를 차리고 손님들을 맞는데 분주했다. 다소 생소한 이름의 영국, 캐나다, 스위스 기업들도 눈에 띄었다.

행사 개막일과 그 이튿날에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해외 유명 게임 전시회 ‘게임스컴’과 ‘동경 게임쇼’의 주최기관인 쾰른메쎄, CESA와 잇따라 업무협약을 맺는 성과도 있었다. 이들 게임쇼에 한국 기업들을 보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알릴 수 있게 됐다.

■부산 개최지 선정이 국제행사 타이틀에 한몫

지난 2008년까지 일산 킨텍스에서 열렸던 지스타는 지난 2009부터 둥지를 부산으로 옮겼다. 지난해까지도 다소 미흡한 점들이 많이 지적됐으나 올해는 행사가 대부분 매끄럽게 진행됐다.

이는 부산시가 전폭적으로 지스타를 후원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난해 지스타 유치로 인한 생산유발효과가 600억원을 넘어서자 부산 내에는 지스타를 영구 유치해 제 2의 부산국제영화제로 만들자는 여론에도 힘을 받고 있다.

업계의 선호도도 상당히 높다. 부산이 이미 관객 동원력에서 흥행파워를 입증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지자체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참가기업을 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서울에서 연다고 해도 30만명 가까운 관람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데, 부산의 열기는 대단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부산시는 기업지원 예산 부문을 지난해보다 확대, 참가기업의 숙박과 교통비 등에 대한 부담을 대폭 덜어줬다. 대형 부스 참가자들에게는 에쿠스를 의전 차량으로 제공했다.

지스타가 순환 개최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계속 부산에서 개최될 지는 미지수다. 부산은 우선 내년까지 지스타 개최권을 확보해둔 상태다.

■진정한 게임 경연장으로 거듭나…즐길거리 ‘풍성’

올해는 어느 때보다 신작 게임이 줄을 이어 이용자들의 볼거리를 더했다. 빅5 게임사인 넥슨, 엔씨소프트, NHN한게임, 네오위즈게임즈, CJ E&M 넷마블이 조만간 출시를 앞둔 기대작과 비밀리에 제작 중인 신작을 공개해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넥슨은 횡스크롤 액션슈팅게임 ‘프로젝트: 리로드’, 페이스북 게임 ‘아틀란티카S’, 언리얼 엔진 기반 아이폰용 게임 ‘컴뱃암즈: 좀비’를 일반에 처음 선보였다.

엔씨소프트는 길드워의 후속작 ‘길드워2’와 리니지 시리즈의 최신작 ‘리니지이터널’로 관람객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행사 첫날에는 김택진 대표와 윤송이 부사장이 나란히 모습을 드러내 지스타 위상에 무게를 실어주기도 했다. 이들 부부가 공식석상에 함께 나타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NHN한게임은 ‘위닝일레븐 온라인’, 네오위즈게임즈는 3인칭슈팅(TPS)게임 ‘디젤’을 넷마블은 백승훈 사단의 FPS 게임 ‘S2’을 주무기로 내세우면서 관심을 끌었다.

올해는 온라인게임 뿐 아니라 모바일게임도 대거 나와 행사를 보다 다채롭게 했다. 특히 모바일게임사 최초 단독부스로 출전한 컴투스는 자사 게임 라인업 15종을 선보이면서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이 마지못해 행사에 출전하는 것이 아니라 신작을 미리 공개하고 경쟁력을 가늠하는 자리로 지스타를 평가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면서 지스타의 달라진 위상을 평가했다.

■앞으로의 과제

지스타가 역대 최고의 흥행기록을 자랑하며 성황리에 마무리됐지만 과제는 여전히 남았다.

첫번째는 게임산업 트렌드가 바뀌면서 주목받고 있는 모바일게임 전시에 대한 사전준비다. 올해는 다수의 기업들이 모바일게임을 주력 홍보 상품으로 들고 나왔고, 모바일게임 전문기업인 컴투스도 자리를 빛내 행사의 다양성을 더했다.

그러나 행사 첫날 와이파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업체들은 게임 시연에 불편함을 겪어야 했다. 컴투스는 문제 발생 직후 급하게 공항으로 가 무선랜 공유기 ‘에그(Egg)’를 8대 빌려 문제를 해결했다.

올해 이후엔 더욱 많은 스마트폰 게임들이 쏟아지고 이들 게임이 지스타의 큰 축을 맡게될 것으로 예상돼 이러한 문제점은 행사 주최 측에서 더욱 신경써야할 일로 보인다.

B2B관의 공간 배분도 문제였다. B2B관은 1, 2, 3층으로 나눠져 운영됐지만 1층을 제외하고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일부 업체 관계자는 “마지막날까지도 3층에 B2B관이 있는 걸 모르는 업체 사람들도 많았다”고 토로했다.

정확한 수치는 나오지 않았지만 업체들의 체감 정도는 2, 3층에 있는 B2B관 방문율이 1층의 1/3 수준도 안됐다는 분석이다. 결국 2, 3층을 배정 받은 업체들은 동일한 비용을 지불하고도 손해를 본 것이 됐다.

주무부처의 관심도 아쉬운 대목이다. 당초 개막식에 오기로 한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한미FTA와 평창동계올림픽 특위 국회 소집이 맞물려 참석하지 못했다.

모철민 1차관이 최 장관 대신 참석하긴 했으나 장관 불참이라는 상징성에 업계는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문화부 장관이 지스타에 불참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유인촌 전임 문화부 장관이 국회 예결위 일정으로 불참한 바 있다.

참가업체 관계자는 “최근 발표된 셧다운제 개정안 시행 직전 열린 행사라 업계가 문화부 장관 불참 소식에 더 아쉬움을 느낀다”며 “정책을 수립하는 정부부처 수장이 이를 직접 눈으로 보고 게임이 얼마나 거대한 문화 산업인지 직접 봤으면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