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인들도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가 곧 나올 겁니다.
세계적인 로봇공학자인 데니스 홍(한국명 홍원서·40) 버지니아공대 교수는 28일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 중인 로보월드2011에 참가해 지난 1월 미국시각장애인협회(NFB)의 제안으로 개발해 주행시험에 성공한 시각장애인용 자동차를 소개했다.
그가 소개한 시각장애인용 자동차의 핵심은 비(非)시각 인터페이스(Non Visual Interface) 기술이다. 말 그대로 눈을 통해서만 알 수 있는 시각정보들을 다른 감각기관을 통해 파악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시각장애인용 자동차를 개발하고 소개하면서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사람들이 어떻게 자동차를 움직일 수 있는지에만 관심을 갖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정작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어떻게 하면 몸이 불편한 이들에게 독립과 자유를 줄 수 있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데니스 홍 교수는 지난 1월 29일 미국 플로리다주 데이토나 국제자동차경주장에서 한 대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가 트랙에 널린 종이박스를 피하고 앞선 차량을 추월해 결승점에 골인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SUV에서 나온 운전자는 아내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그는 미국시각장애인협회(NFB)의 임원인 마크 리코보노였다. 그가 시각장애인으로 처음 운전에 성공한 감격은 고스란히 그의 강의에 참석한 청중들에게 전달됐다.
데니스 홍 교수는 운전 정보를 시각정보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인식할 수 있다며 몇가지 자신의 연구방식을 소개했다.
먼저 자동차에 카메라와 레이저센서를 달아 차 주변의 장애물과 차선의 위치를 파악해 이 정보를 자동차용 컴퓨터가 분석해 어디에 나무가 있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게 했다. 의자 아래쪽에 탑재된 센서는 진동을 통해 운전자가 자동차의 속도를 알 수 있게 해주며 운전용 장갑의 손등 부분에도 진동을 통해 주행정보를 파악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터치패드 모양의 판 위에는 공기를 배출하는 여러 개의 구멍들을 뚫어놓아 시각장애인 운전자가 도로 상황을 촉감으로 인식할 수 있게 했다. 터치패드가 일종의 그림판인 셈이다. 이곳에 손바닥을 올려놓으면 공기압의 차이를 통해 전방을 파악할 수 있다.
이날 한빛맹학교에 다니고 있는 중학교 1학년~3학년 학생들 18명이 이 자리에 참석해 그의 강연에 귀를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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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생은 “보이는 분들은 잘 몰랐을 (시각장애인들만의) 어려움을 알아줘서 좋았다”며 “한번 운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 학교의 인솔교사는 “시각장애인들은 밖에 돌아다니기 어렵다는 것이 가장 힘든 점 중 하나인데 이러한 자동차처럼 시각장애인에게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 줄 수 있는 장치가 계속해서 개발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