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렉 다이크 前 영국공영방송 BBC 사장이 한국에 온다. 방송문화진흥회가 개최하는 포럼에서 공영방송 미래전략을 주제로 강연하기 위해서다.
방송문화진흥회는 내달 1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 페럼홀에서 ‘국제방송포럼(TIM, Trend & Issie in Media)’을 개최한다. 2003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길리건 사건’으로 세계적인 공영방송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그렉 다이크 전 BBC 사장은 이날 연사로 나서 공영방송의 이사회 운용과 지배구조에 대한 강연을 진행한다.
길리건 사건은 당시 BBC의 국방부 취재기자였던 앤드루 길리건이 영국 정부가 이라크 참전 명분을 내세우기 위해 이라크의 무기 보유 현황을 과장한 것을 폭로한 사건이다. 이 사건이 큰 파장을 일으키면서 다이크는 사장 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그는 회고록 ‘BBC 구하기’를 펴내면서 공영방송의 대표적인 인사가 됐다.
최창영 방문진 사무처장은 “우리나라 공영방송제도가 생긴지 30년 이상이 지났는데 아직도 공영방송답게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번 기회에 공영방송의 지배구조에 관해 논의하고 합의점을 도출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MBC는 공영방송임을 내세우면서도 광고로 수익을 충당하는 모순적인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지상파방송사 규제를 담당하는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도 여·야구조로 운영되다 보니 근본적으로 마찰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파성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이 때문에 경영권 역시 불안정하다. 정치권력으로부터 영향력이 크게 작용하다보니 방송사 사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2년에 한 번꼴로 물갈이 되고 직원들 사이에서도 전문성을 키우기 보다는 줄을 잘 서야 성공한다는 인식이 팽배해있는 상황이다.
최 사무처장은 “이사임명구조 즉 지배구조는 방송사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문제”라며 “이사임명구조는 인사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어 말단직원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이는 결국 시청자들에게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배구조가 공영방송의 운영방향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라는 설명이다.
BBC의 경우 우리나라 방통위에 해당하는 오프콤과는 별도 규제기구로부터 감독을 받는다. 영국 여왕의 임명을 받는 BBC 이사회 의장은 NHK나 우리나라의 공영방송들과 위상에서부터 많은 차이가 난다. 방송사 사장도 위원회에서 철저한 검증을 거쳐 뽑다보니 재임기간이 평균 10~15년으로 길다. 그만큼 하부 전문그룹도 많이 생긴다.
최근 종합편성채널이 등장하고 미디어렙 문제가 불거지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공영방송의 정체성에 대한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MBC는 스스로 공영과 민영 방송의 정체성을 선택해야 한다는 문제에 직면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MBC가 대표적 공영방송 관련 인사를 초청해 포럼을 여는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최 사무처장은 “종편이 등장하고 대만처럼 모든 방송사가 하향 평준화 될 위기에 놓이면서 이럴 때일수록 공영적 성격의 방송사가 필요하고 과거 같은 공영방송 모델로는 어렵다는 인식이 생겼다”면서 “내부적으로도 MBC가 공영방송 정신을 이어가길 바라는 인식이 있는 만큼 이번 포럼을 계기로 공영방송의 지배구조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공·민영 정체성 선택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는 “지배구조 문제는 MBC가 결정할 수 있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 담당자들이 결정해 결국엔 국회에서 풀어야 할 문제”라면서 “이번 포럼 등을 통해 논의가 시작돼 적절한 시기 좋은 법적인 제도가 논의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내년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 이러한 논의가 더욱 가속화 될 것이란 전망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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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에는 그렉 다이크와 함께 대중 모금 저널리즘 비영리 단체 스팟어스(Spot.US)의 디렉터 데이비드 콘도 연사로 나와 ‘공영방송의 SNS 대응전략’을 주제로 강연한다. 데이비드 콘은 디지털 저널리즘의 최신 경향을 강연할 예정이다.
방문진은 이번 포럼을 계기로 일 년에 몇 차례 지속적으로 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 올해는 공영방송이라는 거대담론을 주제로 포럼을 열지만 앞으로는 방송 실무에 도움되는 인물들로 연사를 채울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