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 대단한 용기”…오페라CEO의 아마존 조롱

일반입력 :2011/10/14 10:58    수정: 2011/10/14 14:37

정윤희 기자

<오슬로(노르웨이)=정윤희 기자>“아마존의 대단한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

반어법적 비판이다. 최근 아마존의 태블릿PC 킨들파이어가 출시되면서 실크가 이슈로 떠오른 것은 그들의 마케팅 능력에 의한 것일 뿐이라는 혹평이다. 한 치의 망설임 없는 대답이 여유롭기까지 하다.

라스 보일레센 오페라소프트웨어 CEO는 11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업노스웹 컨퍼런스 현장에서 기자와 만나 아마존이 내놓은 킨들파이어용 브라우저 실크에 대해서 이 같이 말했다.

아마존 실크는 클라우드로 가속된 웹브라우저라는 점을 내세우며 빠른 속도를 강조했다. 다시 말해 웹페이지를 로딩할 때 캐시의 대부분을 아마존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해 웹서핑 속도를 높였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보일레센 CEO는 “실크는 오페라미니와 비슷하다”며 “우리가 예전에 내놨던 것을 카피한 것에 불과한데, 이를 대대적으로 마케팅 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라고 비꼬았다.

아울러 “그들의(아마존의) 입장이 이해는 되지만, 오페라소프트웨어와의 비교는 무의미하다”며 “우리는 이미 예전에 실크의 기술 수준을 뛰어넘었고, 다수의 이용자층을 확보했으며 다양한 디바이스를 지원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오페라미니는 오페라가 내놓은 모바일용 경량 브라우저다. 오페라가 자체 보유한 서버를 통해 웹문서를 해독하고, 휴대폰이나 스마트폰에서는 결과만 표시하는 식이다. 정보량이 줄어 데이터 이용량을 절감할 수 있으며 빠르게 웹서핑을 즐길 수 있다.

이번 업노스웹 행사에서 오페라는 안드로이드용 오페라 모바일11.5, 오페라 미니 6.5를 새로 내놨다.

■“한국, 매력적인 시장”

오페라는 한국에 대해서도 상당한 관심을 표시했다. 그동안 오페라는 MS 인터넷익스플로러(IE)가 압도적인 한국에서 다소 고전해왔지만 결코 한국 시장을 포기할 생각은 없다는 얘기다.

오페라는 현재 한국 시장에서 일반 이용자(B2C)보다는 휴맥스, 코원 같은 셋톱박스 업체 등 기업 쪽 관계(B2B)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본인 스스로도 몇 번이나 방한했다고 말하는 보일레센 CEO는 “IE의 압도적 점유율, 액티브X 등 한국 인터넷 시장의 특수성 때문에 지난 2년간 고전해 온 것은 사실”이라며 “현재는 삼성, LG 등 한국 기업들과 B2B쪽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용자 시장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모바일 환경에서는 한국에서도 오페라 이용자들이 꽤 있다”며 “SK텔레콤과 협력해서 많은 스마트폰에서 오페라를 서비스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오페라는 동남아시아. 러시아, 아프리카 등 IT 신흥 시장 집중 하고 있다. 시장 경쟁구도가 이미 결정된 미국 시장보다는 선점할 수 있는 시장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CEO로서 판단한 오페라의 강점과 약점에 대해서도 의견을 내놨다. 브라우저에 열정을 가지고 엔지니어에 바탕을 둔 점은 강점으로 꼽았으나, 너무 큰 회사와 함께 일한다는 점은 약점이라는 설명이다.

보일레센 CEO는 “그동안 함께 일한 노키아나 삼성 등 큰 회사들이 나중에 경쟁자가 됐다”며 “이런 경쟁상황을 스포티하게 생각하고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지만 어려운 점인 것은 분명하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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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는 미래에도 독립적인 브라우저 회사로 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인수 제안이 많이 들어왔지만, 그들이 오페라를 사도 좋은 퍼포먼스를 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라스 보일레센 CEO는 “오페라 브라우저는 오페라소프트웨어만이 할 수 있다”며 “아직까지 시장에서 오페라가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