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지만 무서운 카리스마
팀 쿡 애플 CEO가 내달 직접 아이폰5를 공개할 것이 유력해짐에 따라 그의 리더십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강한 카리스마로 대중을 휘어잡았던 잡스와는 또 다른 영향력을 보일지가 관전 포인트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팀 쿡은 조근조근 반대파를 설득시키는 '논리주의자'다. 게다가 제품 기획부터 생산, 유통까지 전 분야에 관여하는 '완벽주의자'다. 업무 지시에 밤낮과 시차가 없어 '워커홀릭'으로도 불린다.
실수를 한 직원을 대하거나 업무지시를 할 때도 잡스처럼 불같이 화를 내거나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대신 조용하면서 서늘한 표현으로 직원들을 움직인다. 필요할 때면 당신, 왜 아직도 이 자리에 앉아 있나요라는 말 한 마디로 부하직원이 당장 출장 비행기 티켓을 끊게 하는 사람이 팀 쿡이다.
■'나쁜 남자' 잡스 VS '젠틀맨' 쿡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이 대중으로부터 환호를 이끌어 냈던 것은 물론 그의 천재성에서 나온 아우라의 역할이 컸다. 그러나 감성에 호소하는 발언 스타일 역시 만만치 않은 영향력을 끼쳤다. 잡스가 걸어온 삶의 방식같은 '드라마틱'이 그의 연설에도 묻어난 것이다.
잡스에 대해 서술한 여러 서적에서, 그는 감정기복이 심한 것으로 묘사됐다. 자신의 마음대로 일이 풀리지 않으면 사람들 앞에서 울기도 했으며 의견이 대립될 때는 불같이 화를 내기도 했다.
이처럼 잦은 감정기복은 그를 매력적인 사람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천재이면서 감정을 잘 표현하는 그를 애플 내부에선 '나쁜 남자'스타일로 평하기도 한다. 관객들이 몰입하도록 강약을 조절하는 그의 프레젠테이션 실력은 마치 금방 화를 냈다가도 달콤한 말로 연인의 기분을 달래주는 '나쁜남자'의 매력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팀 쿡은 이와는 정반대 스타일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차도남'에 가깝다. 그를 가까이서 오랫동안 지켜봐온 한 관계자는 그를 업앤다운 카리스마는 없지만 차분하면서도 포인트를 잘 집어내 남들을 설득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가 가장 잘 하는 분야는 '설득'이란 이야기다. 차분히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아, 맞아라는 생각이 들게 될만큼 논리적인 발언에 강하다는 게 애플 내부 평가다.
그는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다. 밤낮없이 회사 일에만 매진했다. 남들보다 먼저 출근해 가장 늦게 퇴근했다. 휴가도 회사 근처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는게 전부다. 잡스가 병가로 자리를 비울 때마다 묵묵히 그의 자리를 메꿨다. 지금 살고 있는 집도 임대주택일만큼 검소하다.
잡스에 비하면 '밋밋한 삶'이다. 대신 그는 업무 집중력만큼은 최고 수준으로 알려졌다. 꼼꼼히 살피고, 따져들어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팀 쿡의 리더십이다. 잡스는 평소 대중연설에서 늘 만족하지 말고 우직하게 일하라고 강조하곤 했는데, 이는 그 자신보다 팀 쿡에 해당하는 말처럼 들린다.
때문에 이번 아이폰5 발표 무대에서 팀 쿡은 잡스와는 전혀 다른 카리스마를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평소 그의 스타일처럼, 화려하진 않아도 논리로 관객을 설득시키는 모습이 가장 그다운 발표일 것이라는 이야기다. 잡스 만큼 자주 주목을 받진 못했지만, 팀 쿡 역시 수많은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이미 자기 스타일을 갖추고 있다는 평이다.
■잡스와 팀 쿡, 공통점은 '패션'?
애플 관계자는 잡스와 팀 쿡은 성격이 전혀 다르지만 제품에 대한 열정은 같다고 말한다. 제품 개발자들이 일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외풍을 막아주려면 열정과 고집이 있어야 하는데 이 부분에선 팀 쿡이 잡스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잡스는 자신의 고집을 패션에서도 드러냈다. 그는 대중앞에서 항상 똑같은 패션을 선보였다. 검정 터틀넥과 청바지는 그를 나타내는 상징이 되었으며, 그가 신어 유명해진 뉴밸런스 운동화는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
이번에도 같은 옷일까를 예측하는 것은 애플 제품 발표회를 애청하는 소비자들에 하나의 즐거움이기도 했다. 회사 신제품 발표일 뿐인데,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엔터테인먼트 쇼를 보는 기분이 들게 했다. 영리한 잡스가 자신의 패션 스타일을 제품 홍보도구로 활용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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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아이폰5 발표 무대에 팀 쿡이 어떤 옷을 입고 나타날것인지 예측하는 것도 '쇼'를 즐기는 방법이다. 팀 쿡도 평소에는 잡스와 마찬가지로 편안한 옷차림을 즐긴다. 다른 점이라면 터틀넥 대신 남방을 입고, 뉴밸런스 대신 나이키를 신는다는 점이다. 그는 현재 나이키 이사장도 겸직하고 있다.
다만 팀 쿡은 공식 행사자리에 오를 때면 수트를 갖춰 입기도 했다. 그가 '점잖은 차림'과 '논리적 언변'으로 잡스와는 또 다른 카리스마를 선보일지는, 신제품 만큼 궁금한 애플의 변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