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바꾼 IT중견기업들, 승부수 통할까?

일반입력 :2011/09/20 10:46    수정: 2011/09/20 14:31

남혜현 기자

적자의 늪, 혁신 부재, 히트상품 전무

국내 IT중견기업을 둘러싼 우려다. 지난 2분기 코원, 아이리버, 아이스테이션 등 IT 기업 실적은 '적자의 늪'에 빠졌다. 코원이 사상 처음 적자를 낸 데 이어 아이리버와 아이스테이션 역시 흑자전환에 실패했다.

지난 2009년 경제 위기를 시작으로 아이폰 출시, 2010년 아이패드 공개 등 시장 변화는 국내 중소기업에 잇단 악재로 작용했다. 디자인, 제품 혁신성, 가격 등 구매 요인을 둘러싼 경쟁에서 이렇다할 성과를 낸 업체는 드물었다. 뾰족한 수가 없다면 이 업체들이 연말까지 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이같은 상황에서 아이리버와 아이스테이션 등 중소업체들은 CEO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사측은 새 CEO에 연내 흑자전환을 주문한 상태다. IT제품 교체 주기가 짧은 만큼, 빠른 시간안에 '성과'를 보이라는 요구다.

■박일환 아이리버 신임 사장 TG삼보 회생 경험 반영

박일환 신임 사장은 지난 2007년 사모펀드인 보고펀드가 아이리버에 600억원을 투자한 후 다섯번째로 회사 경영을 맡았다. 아이리버의 전신, 레인콤을 이끌던 양덕준 대표가 김혁균 공동대표를 영입한 이후 이명우, 김군호, 이재우 대표에 이어 아이리버 회생을 진두지휘한다.

아이리버는 지난 1일 박 신임사장을 영입하며 새 CEO 중심 체제 개편을 발표했다. 이달 중 주주총회를 열고 박 사장을 회사 대표로 추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아이리버 최대 주주인 보고펀드 공동대표를 함께 맡고 있던 이재우 대표는 이사회 의장으로 한 발 물러선다. 제품 개발과 영업을 맡았던 이철민 본부장 역시 아이리버로 출근하는 횟수를 줄이는 등 회사 경영에 보고펀드 영향력을 최대한 줄인다는 전략이다.

아이리버 관계자는 지난 6개월간 수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아이리버에 올인할 인물을 찾아왔다며 그간 이재우 대표가 다양한 사업에서 성과를 내며 적자폭을 줄이는 등 회사에 기여했지만, 보고펀드 대표 겸직 등으로 시간 할애에 한계가 있어왔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박 사장은 단기간에 전문 경영인으로서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연말까지 남은 4개월 안에 적자폭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스마트폰, 전자사전, MP3플레이어, 전자책 단말기 등 하반기 계획된 신제품을 히트상품으로 만들어야 하는 임무도 안았다.

박 사장은 TG삼보를 회생으로 이끈 경험을 아이리버에 투영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TG삼보컴퓨터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와 대표를 역임하며 기술 혁신과 수익 개선을 이끌었다. 지금 아이리버에 필요한 것이 혁신적인 제품과 수익 향상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최적의 인사라는 평도 나온다.

아울러 연초 계획한 B2B 시장 진출에도 힘쓴다는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와 합작해 설립한 'L&I'를 비롯해 KT와 함께 출시한 키봇, LG유플러스를 통해 선보인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에 주력하는 것이 박 사장의 주요 업무 중 하나다.

■'아이스테이션맨' 서동열 신임 사장

아이스테이션은 서동열 전무를 신임 사장으로 발탁했다. 그간 삼성전자 출신 박전만 사장, 계룡전자 출신 서영수 사장 등 외부 인사를 CEO로 영입해 왔던 것과는 다른 움직임이다.

아이스테이션은 짧은 기간안에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기업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며 아이스테이션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만큼, 연내 실적개선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서 신임사장을 평했다.

업계는 아이스테이션의 모기업인 케이디씨가 CEO 평가에 인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임 박전만 사장이 1년, 서영수 사장도 6개월만에 교체됐는데, 사실상 실적을 이유로 한 경질 인사였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때문에 서동열 사장의 경우 이달 공개 예정인 7인치 태블릿과 연말 출시할 저가형 3D TV의 마케팅, B2B시장을 통한 재고 판매 등으로 빠른 시간안에 실적 개선을 이끌어야 한다.

아이스테이션 측은 서 사장이 회사 전신인 디지털큐브, 텔슨전자 시절부터 충주공장장, 마케팅 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제품 생산과 판매를 두루 겪은 만큼, 누구보다 빨리 실적 개선을 이끌 것이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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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3D TV의 경우 서 사장이 기획부터 제품 선택 및 유통까지 관여해 진행해 온 작품으로 알려졌다. 대기업 제품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해 병원, 호텔 등 기업시장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아이스테이션은 태블릿과 3D TV 등을 경쟁력 있는 가격에 내놓으면서 일반 소비자와 기업 시장을 동시에 노릴 것이라며 제품을 직접 생산하는 대신 잘 만든 제품을 들여와 유통에 힘쓰겠다는 것이 하반기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