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중소기업 "죽어야 산다"

[하]스마트 시대, 국내 중소기업들 운명은?

일반입력 :2011/04/26 11:25    수정: 2011/04/26 17:35

남혜현 기자

애플과 같으면서 전혀 달라야 한다

국내 IT 중소기업들에 요구하는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한 마디로 말하면 스마트 기기에서 답을 찾되 애플을 넘어서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원가 절감이나 가격 경쟁력은 중소기업의 무기도 아니고, 될 수도 없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이야기한다. 애플은 절대로 많은 종류의 제품을 내놓지 않는다. 스마트폰도, 태블릿도 1년에 한 제품씩만 출시하는 게 원칙이다.

애플이 단일 품목을 대량생산하는 형태는 원가 절감에 있어 경쟁업체의 추종을 불허한다. 애플은 신작 태블릿 아이패드2의 가격을 499달러(약 54만원)부터 책정했다. 최근 박병엽 팬택 부회장이 다 죽으란 소리라고 말한 것도 이유가 있다. 원가가 낮아지면 소비자 판매가도 덩달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왜 HTC에 주목하나?

중소기업의 대안을 묻는 질문에 다수 전문가들은 대만 휴대폰 제조업체 'HTC'의 사례를 꼽았다. HTC는 대만의 작은 휴대폰 제조업체였지만, 스마트폰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기존 휴대폰 강자들을 위협하는 유력 업체로 급성장했다.

이는 분기 실적만 살펴봐도 뚜렷이 알 수 있는 사실이다. HTC는 지난 1분기에 매출 36억800만달러에 순익 5억1천246만달러를 기록, 작년 동기 대비 각 175%, 196% 상승하는 호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에서 소니에릭슨을 앞서기도 했다. 지난해 실시된 기업 가치평가에서는 노키아를 눌렀다.

국내서 HTC는 스마트폰 '디자이어'로 잘 알려져 있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다수 모여있는 커뮤니티에선 HTC 제품력과 디자인을 높게 평가한다. 국내서 삼성전자가 아이폰 대항마로 주목받을 때 해외선 HTC에 더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구글도 자체 스마트폰인 '넥서스원'을 HTC를 통해 만들어 화제를 모았다.

곽동수 한국사이버대학교 교수는 HTC의 급성장을 소비자 눈에 띄는 독특한 제품을 만드려는 노력때문으로 풀이했다. HTC가 스마트폰 제작에 대단한 노하우가 있는 것이 아니라 혁신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HTC같은 회사는 스웨덴이나 핀란드에 하청을 주면서까지 특이한 제품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며 이같은 노력 때문에 우리 기준에서는 삼성전자보다 작은 회사가 저렇게 빨리 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 넘어서는 '부가가치' 창조하라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유명 산업디자이너 카림 라시드는 본지와 인터뷰 중 한국기업의 문제점을 '브랜드 색깔' 부재로 꼽았다. 그는 당시 한국 기업은 제품 제조기술은 뛰어나지만 고유 디자인을 드러낼 수 있는 브랜드만의 색깔은 없다며 브랜드 정체성을 드러낼 '언어'를 만들지 못한다면 소니처럼 기업 운명이 부침을 겪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 IT중소기업 다수는 애플과 삼성전자의 직격탄을 피해 B2B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로드맵을 짜고 있다. 때문에 단일 품목을 시장에 집중 투하하는 대기업과는 달리 개별 소비자 요구에 맞출 수 있는 특화된 제품을 내놓아야 하는게 생존전략으로 떠올랐다.

동시에 아직까지 현금창출원 역할을 하는 집토끼 B2C 시장도 놓을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애플과는 2% 다른 차별화 경험을 소비자에 안겨주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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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 아이리버 본부장은 특화된 제품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며 MP3플레이어 같은 경우 음악에 특화돼 있으면서, 사용자들이 최적화된 기능을 느끼게 하는 방법으로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스마트 기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한 가지 기능에 특화된 디지털 기기의 아날로그적 느낌을 강조하면서 해당 제품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곽 교수는 소비자들이 현명해졌기 때문에 단지 성분만 같다고 구매를 결정하지는 않는다면서 화장품 하나도 브랜드에 따라 구매하는 마당에 가격이 더 비싼 디지털 기기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