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IT기업, 'B2B'에서 활로 찾는다

[중]스마트 시대, 국내 중소기업들 운명은?

일반입력 :2011/04/22 14:16    수정: 2011/04/22 14:21

남혜현 기자

파도가 몰아치면 배는 항로를 바꾸는 법이다. 애플발 아이폰 쓰나미에 국내 IT중소기업들은 저마다 새로운 살길 모색에 한창이다.

B2C를 바탕으로 성장했던 국내 IT중소기업들은 향후 먹을거리를 기업과 해외시장에서 찾고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기존 주력 분야와는 전혀 다른 제품 생산쪽도 고려하고 있다. 파종 자체를 달리하겠다는 근본적인 변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MP3플레이어만 하더라도 틈새시장은 분명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 소수 시장이 중소기업 하나를 먹여 살릴 수는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기존에는 국내 IT중소기업들이 B2B 시장을 뚫거나 해외 판로를 넓힐 역량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지금처럼 한 제품이 시장을 휩쓸어 버릴 때는, 다른 사양의 제품을 원하는 기업과 소비자들이 있는 만큼 충분히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코원, 아이리버, 아이스테이션, 엔스퍼트 등 유명 IT중소기업들은 기존 텃밭인 B2C 시장을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장기적으로는 기업 시장에 특화한 제품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가격, 사양, 디자인, 기능 등 다양한 부문에서 애플이나 삼성전자와 차별화를 꾀했다.

■'B2B 특화상품'…중소기업이 '최적'

코원(대표 박남규)은 지난해 태양광 사업에 뛰어들었다. PMP분야에서는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도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향후 먹을거리를 발굴하지 못한다면 기업운명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에서다.

코원은 지난달 열린 주주총회에서 사업 목적에 '반도체·LED'를 추가했다. 구체적으로는 사출성형 업체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출성형기는 반도체 세라믹과 나노기술을 만들기 위한 주조틀로, 올해 업계에서 유망사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가을부터 모든 언론과 소비자들이 태블릿에 집중한 탓에 4분기부터 직접적인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며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사업 방향을 확정한 것은 아니지만 사업 확장의 길을 열어둔 것으로 설명했다.

엔스퍼트(대표 이창석)는 자사 태블릿 '아이덴티티' 제품군을 개별 기업에서 원하는 사양으로 최적화해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달 초 S&T 대우(대표 김택권)와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 내비게이션 태블릿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전략적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아울러 태블릿 기능을 탑재한 인터넷 전화 출시를 놓고 이동통신사와 협의중에 있으며, DMB국제협회와 손잡고 DMB기능을 갖춘 태블릿을 해외 시장을 겨냥해 출시할 예정이다. 이 회사에 따르면 현재 인터폰에 태블릿을 접목하는 부분도 기술 논의 중에 있는데 이 역시 B2B 시장을 겨냥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엔스퍼트 관계자는 애플과 삼성 같은 대기업 등살에 B2C는 힘들고 B2B에 더 집중하는 입장이라며 중소기업이므로 삼성전자나 애플과는 다르게 기업에서 원하는대로 커스터마이징(최적화)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MP3플레이어와 전자사전으로 유명한 아이리버(대표 이재우) 역시 기업시장과 해외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아이리버는 지난해 LG디스플레이와 손잡고 'L&I'를 설립, 이달부터 e잉크디스플레이 생산에 돌입한다. 아이리버가 상반기 출시 예정인 전자책 단말기 '스토리HD'가 이 회사의 첫 작품이다. 해당 전자책은 국내보다는 유럽과 러시아, 중국 등 해외시장을 겨냥했다.

B2B시장도 노린다. LG유플러스와 손잡고 상반기내 스마트폰과 태블릿 각 1종씩을 선보인다. KT와는 기존 인터넷 전화(스타일폰)에 로봇을 결합한 '키봇'을 함께 출시한다.

아이리버 관계자는 그동안 B2C 내수 중심으로 사업을 이끌어 왔다며 지난해부터는 B2B 시장에 대한 역량을 확보하는 기간이었다고 말했다.

■생산과 유통, 두마리 토끼 쫓지 않겠다

아이스테이션(대표 채종원)은 체질개선을 택했다. 기존처럼 '기획과 생산, 유통'을 모두 떠안는 대신, 과감히 외주 생산체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대신 아이스테이션은 브랜드와 제품 기획, 유통만을 담당한다.

예전에는 중소기업에 제품 하나를 생산하기 위해서, 기획한 제품에 연구 개발 비용을 투입하고 목업제품을 만들어 시장 테스트를 거친 후 생산에서 출하, 유통까지 모두 도맡았다면, 앞으로는 브랜드를 기반으로 기획과 유통에만 집중하게 됐다는 것이다.

아울러 수익이 없는 사업부문을 과감히 정리하고 3D 입체영상 장비와 태블릿에 집중할 것이라고 이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모기업인 케이디씨그룹에서 중점사업으로 진행중인 3D사업과 상승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사업부문에 역량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아이스테이션은 최근 자사가 운영중인 3D디스플레이 패널 공장을 그룹 계열사인 케이디씨에 매각했다. 오창공장은 3D디스플레이 패널을 월 50만대 정도 양산할 수 있는 규모로, 아이스테이션은 이를 공급받아 B2B업체에 판매할 것이라 설명했다.

아이스테이션 설명환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태블릿 등 스마트형 제품이 보급되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게 됐다며 중소기업에서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제품을 내부에서 생산해 소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에 연구개발이나 제품생산을 잘하는 업체로부터 물건을 도입해 판매하는데 초점을 맞추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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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버도 신규 진입하는 시장에 대해선 외주 생산체제를 도입할 것이란 의사를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아이리버는 최근 스마트 기기 액세서리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며, 해당 제품을 직접 제작할 생산업체와 접촉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아이리버가 디자인 기획 능력에 강한 만큼, 제품 디자인과 기획은 그대로 맡게 도리 것으로 보인다.

아이리버 관계자는 핵심 제품은 직접 개발하고 생산하겠지만, 새로운 제품라인업은 아웃소싱할 에정이라며 다만 디자인은 핵심역량이 있으므로 직접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