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소시지·커피까지 대기업이 다 한다고 하면 도대체 중소기업이 할 수 있는 게 뭡니까?”
최근 삼성LED·LG전자 등 대기업이 내놓은 1만원대 60와트(W) 백열등 대체용 발광다이오드(LED)조명 출시를 두고 그는 이렇게 말했다. 국내 중소기업들이 6년 넘게 준비해온 시장에 국내 대기업 저가공세를 펼치면서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마저 주저앉게 돼버렸다는 설명이다.
이 업체는 최근까지 LED조명 제품으로 고효율 기자재 인증을 취득하고, 조명설계분야에서 우수상을 수상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곳이다. 이 회사 사장은 대기업의 1만원대 조명은 “도저히 그 가격을 맞출 수 없다”며 “적자를 봐서라도 시장을 잡겠다”는 얘기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200여 중소기업이 회원사로 있는 한국LED보급협회는 지난달 초 회원사 공동으로 저가형 LED조명(국민보급형LED)을 내놓고, LED조명 중소기업적합품목선정 촉구 결의문을 회원사 공동으로 채택했다. 이 회사 사장의 말이 몇몇 업체만의 입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Q씨가 올 하반기 생산을 목표로 준비중인 60W 백열등 대체용 LED조명은 대기업의 2배나 되는 2만원에 출시될 예정이다. 업체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A 업체 Q사장이 밝힌 LED조명 원가는 1만2천원에서 1만5천원 선이다. 그가 대기업들의 출시가격에 대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유다.
Q사장이 6W에서 8W 밝기를 내는 LED조명(60W 백열등 대체용)을 기준으로 제시한 설명은 이렇다.
우선 LED패키지를 모듈로 만드는 작업이 4천원에서 5천원이다. 여기에 컨트롤러IC·컨버터 등 조명을 구동하는 칩(SMPS)이 4천원선이고, 여기에 LED조명을 장착하는 등기구(몸체)를 만드는 비용이 2천500원에서 3천원선 더 들어간다. 최종적으로 조립·포장을 해서 완제품으로 만드는 비용이 1천500원에서 2천500원선이라고 밝혔다.
이 비용을 모두 합치면 원가는 1만2천원에서 1만4천500원 선으로 잡힌다는 것이다.
Q사장은 현재 대기업이 이마트·홈플러스와 같은 대형 유통망에서 1만원대 조명을 공급하고 있는데 이 유통채널은 소비자가격의 45%~50% 수준에서 납품되는 구조다. 따라서 원가가 5천원이라는 얘긴데 이는 어불성설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렇게 되려면 대기업의 LED원가가 5천원이라는 얘긴데 이건 도저히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 말대로라면 삼성LED가 내놓은 1만8천원대 조명은 원가가 최소 9천9백원이 돼야 겨우 현상 유지 하는 정도라는 것이다.
삼성LED관계자는 이에 대해 “LED패키지부터 SMPS, 등기구는 물론 완제품까지 수직계열화를 통해 이 가격대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난 주 LED부품별 상세 가격책정가격은 영업비밀이므로 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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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LED조명 시장에 진출한 대기업이 내세운 가장 큰 명분은 필립스·오스람·GE 등 외국계 조명 3사를 견제할 수 있는 것은 대규모 자본과 집적투자가 가능한 대기업 밖에 없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이 중소업체 사장은 “그 논리 밖에는 명분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기업이 무리하게 가격경쟁을 유도하지 않는다면 외국계 조명업체와도 충분히 붙을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전통조명과는 LED조명산업은 새로운 산업군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해외 전통조명업체와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술면에서 국내 중소기업들이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그는 마지막으로 “대기업이 진출해야 외국계 조명 업체들이 LED조명 시장을 잠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언론을 통해 많이들 얘기가 나오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중소기업들은 인원도 부족하고,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힐 수 있는 채널도 없는 편이라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LED보급협회 차원에서 여러 가지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만 알고 있다”며 “먹고 살기 바쁠 뿐”이라고 한숨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