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인터넷협의회 떴다

일반입력 :2011/09/19 16:55    수정: 2011/09/19 17:02

정윤희 기자

“망중립성 원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용자가 특정 콘텐츠나 서비스에 접근하는데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국내외 인터넷 기업들이 망중립 원칙 확립을 외치고 나섰다. 오픈인터넷협의회(OIA)는 19일 정식 출범을 알리고, 이를 기념해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망중립성은 인터넷 데이터 트래픽을 그 내용과 유형, 제공사업자, 단말기 등에 관계없이 동등하게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스마트폰, 스마트TV의 확산으로 네트워크 트래픽에 대한 비용부담을 놓고 통신사·인터넷·제조사 간 갈등이 고조되는 상태다.

OIA는 지난 7월 결성 당시부터 “유독 한국에서 망중립성 정책 논의가 이용자들의 권리나 전체 인터넷 산업에 미칠 영향보다는 통신사업자들의 입장 위주로 전개되고 있다”며 망중립성 원칙 확립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이날 행사에는 야후, 구글 등 해외 인터넷사업자, 통신사, 시민단체 등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망중립성 원칙의 의미와 국내외 망중립 현황을 공유하고 세부 이슈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다.

■인터넷 진화 위해서는 망중립 원칙 필수

전길남 카이스트 명예교수는 국내 인터넷 생태계 현실을 지적했다. 전 교수는 “10년 전만해도 국내 인터넷 서비스가 세계 톱클래스에 속해있었다면, 지금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며 “지금 우리나라의 망중립성 논의는 당장 어느 부분에 문제가 생겼으니 해결하자는 식의 굉장히 근시안적인 콘셉트”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이제는 장기적인 계획과 목표를 가지고 글로벌적인 조화를 생각해서 논의가 이뤄져야할 것”이라며 “건강한 인터넷 생태계를 위해서는 이용자 선택이 중요할 뿐 아니라, 혁신 또한 필수적이다”고 망중립 원칙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이어서 구글, 스카이프, 야후 등 해외인터넷사업자가 목소리를 더했다. 로스 라쥬네스 구글 공공정책 및 대외협력업무 총괄 디렉터는 “망중립성은 이용자 우선 정책을 기반으로 논의돼야한다”며 “콘텐츠 접근에 있어 게이트키핑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인터넷의 폭발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한 것은 이용자라는 설명이다. 다시 말해, 이용자가 어떠한 정부, 사업자 등의 허락도 받지 않고 콘텐츠를 만들고 서비스를 이용한 것이 인터넷의 혁신을 가져왔다는 얘기다. 때문에 인터넷 이용에 대한 규제나 제재는 시장 실패가 일어난 후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티븐 콜린스 스카이프 대정부 글로벌 총책임자는 해외의 망중립성 원칙 확립 사례를 소개했다. 콜린스 총책임자는 미국, 프랑스, 싱가포르, 일본, 브라질 등을 언급하며 “원칙이 세워지지 않을 경우, 콘텐츠 차단(블로킹)이 발생한다”며 “이 경우 이용자 경험이 제한돼 결과적으로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망중립성 원칙이 확립되지 않을 경우 ICT 분야의 혁신과 진화는 점점 없어지고, 주도적인 역할이 해외로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혁신적인 서비스나 비즈니스를 접할 수 없으며, 인터페이스(UI) 역시 퇴화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쿡 유창 야후 공공정책 지역책임자 역시 “사업자들의 경쟁을 통해 이용자들이 충분한 선택권을 보장받게 되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인터넷의 개방성은 훼손되기 쉬운 구조라서 보존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망중립 원칙이 필요한 배경을 설명했다.

■“트래픽 폭증 부담, 일방적 희생 안돼”

반면 통신사업자는 데이터 폭증 시대를 맞이해 통신사업자의 네트워크 투자 설비 여력이 여의치 않음을 내세웠다. 특히 한국의 데이터 트래픽 급증은 해외에 비해 엄청나기 때문에 이를 통신사업자만이 부담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희수 KT 상무는 “스마트폰의 보급과 다양한 인터넷 디바이스의 확산을 통해 컨수머 트래픽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며 “한국 이용자 한 명의 데이터 트래픽은 세계 평균의 3배에 이른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미 현재 구축된 망 자체가 부담할 수 있는 데이터 트래픽은 최대한도에 달했다고 본다”며 “현 상황에서 인터넷 생태계는 인프라부터 시작해서 더욱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한데, 망중립성의 명암을 모두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에 대한 입장도 내놨다. 김 상무는 “보이스 메시징 서비스 등이 확산됨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은 전통적인 커뮤니케이션 ISP로 옮겨가야한다”며 미국 버라이즌, 영국 보다폰 등이 해당 서비스들을 허용하는 대신 사용료를 올린 점을 일례로 들었다.

망중립성과 관련된 정책 제안도 내놨다. 정부에 의한 사전 규제는 지양돼야ㅍ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한국의 브로드밴드 시장은 경쟁 환경이 매우 잘 구축된 상태”라며 “소비자는 이미 ISP에 대한 선택권을 가지고 있고, ISP의 독점은 다른 ISP로 상쇄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행사는 이후 홍성걸 국민대 교수의 진행 아래 추가 요금 징수 논란, 트래픽 및 서비스 차단 논란, 트래픽 관리 기술의 문제점 등에 대한 토론으로 이어졌다. 토론자로는 홍대식 서강대 교수,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이사 등이 참여해 망중립성 원칙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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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결성된 OIA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국인터넷콘텐츠협회, 한국게임산업협회 등이 망중립성 원칙 확립 공동 대응을 위해 결성한 정책연대기구다. 대표적으로는 NHN, 다음커뮤니케이션, 구글, 야후, 스카이프 등이 참여 중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오는 11월까지 망중립성과 관련된 의견 수렴을 마칠 예정인 가운데, OIA는 이번 컨퍼런스를 계기로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