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중립성’이 올 하반기 IT업계 최대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망중립성은 인터넷으로 전송되는 데이터 트래픽을 그 내용과 유형, 사업자, 단말기 등에 관계없이 동등하게 처리하자는 의미다.
하지만 망을 보유한 통신사들과 이를 이용하는 인터넷·제조사 등 비통신진영은 망의 합리적 차별과 사용대가, 그리고 분담 문제를 놓고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어 정책 결정이 쉽지 않은 상태다.
때문에 정부를 비롯한 관련 업계에서는 망중립성에 대한 해외사례를 적극 벤치마킹하고 있으며, 지난 6월 망중립성 법을 통과시킨 네덜란드의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네덜란드 하원 의회는 통신법을 개정해 통신사가 특정 애플리케이션을 차단하거나 또는 별도의 요금을 부과하지 못하도록 한 망중립성 법을 채택했다.
아울러, 망중립성 법에는 ▲통신사에 인터넷서비스의 최소 품질수준 유지 의무화 ▲부정이용이나 요금 미납부 사유를 제외하고 이용자의 인터넷 접속 차단 불가 ▲통신사의 DPI(Deep Packet Inspection) 기술사용 불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또, 해당 법을 위반할 경우 연간 매출액의 최대 10%를 통신사에 과징금으로 부과토록 했다.
다만, ▲자유로운 인터넷 접속은 허용하되 음란물이나 범죄 관련 콘텐츠는 차단할 수 있고 ▲일반 이용자 보호를 위해 헤비유저의 트래픽을 제어하는 통신사의 망 관리 권한을 인정했다.■경쟁·혁신 기반 확보 vs. 요금인상
네덜란드 시민단체와 인터넷 업체들은 경쟁과 혁신을 막는 통신사의 모바일 네트워크의 통제가 사라졌다며 이를 찬성했다.
스카이프 역시 “네덜란드 하원의 법안 채택을 환영한다”며 “이는 유럽과 다른 나라들이 따라야 할 모범사례”라고 환영했다.
하지만 KPN을 비롯해 보다폰, T모바일 등 이통사들은 이 법안이 모바일 데이터의 요금인상과 네트워크의 투자 부진을 야기할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특히 1위 사업자인 KPN은 성명서를 내고 “의회가 법안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갖지 않았다”며 “매출 하락을 상쇄하기 위해 향후 모바일 데이터와 인터넷 요금을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다폰 역시 “헤비유저에게 더 높은 요금을 부과할 수 없어 대다수 이용자의 요금이 대폭 인상될 수밖에 없다”며 “다양한 서비스에 가격을 차등화 할 수 없어 대부분 이용자의 요금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관련해 한 경제학 교수는 “네덜란드의 망중립성 규제법은 기업가정신, 투자와 고용기회창출 기회를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충분한 투자 이전의 과도한 규제는 네덜란드의 경쟁력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망중립성, 요금인상-보조금 축소로 이어져
실제, KPN은 망중립성 법안 승인에 대응해 지난 5일부터 요금인상을 단행했다. KPN은 18~24세를 대상으로 한 ‘HI’ 브랜드와 25~45세 성인을 대상으로 한 KPN 브랜드의 새 요금제를 내놓았는데, 변경된 요금제는 모바일 데이터의 요금이 비싸졌다.
이 요금제는 음성, 데이터, 문자메시지(SMS)를 하나의 결합상품으로 통합해 이 중 데이터 요금을 기존보다 비싸게 책정하는 방식을 취했다.
KPN 측은 “어떠한 서비스도 차단하지 않겠다”며 “다만, 스마트폰 등의 단말 보조금을 축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PN에 이어 보다폰과 T모바일도 데이터 이용량을 축소한 새로운 요금제를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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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T모바일의 경우 지난 15일부터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없애고, 제공 이용량 초과 시 낮은 데이터 속도 기반의 초과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유무선의 데이터의 증가속도가 어떤 나라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네덜란드의 경우처럼 폭증하는 트래픽에 대해 통신사에게만 부담을 지울 경우 요금인상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