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미디어' 육성하자던 최시중 이제는...

일반입력 :2011/09/14 10:23    수정: 2011/09/14 15:07

정현정 기자

우리나라에서 글로벌 미디어 그룹이 나올 수 없다며 미디어산업 육성론을 비판하고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는 사람들은 테드 터너를 어리석다고 비판했던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도 글로벌 미디어 그룹을 키우려면 정부의 규제를 풀고 미디어 산업 진입 장벽을 낮춰야한다.

2009년 5월 취임 후 첫 미국 출장길에 올랐던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내내 강조했던 말이다. 드라마와 토크쇼가 미국 방송을 지배하던 당시 뉴스전문 채널을 설립해 성공을 거둔 CNN 설립자 테드 터너에 빗대 미디어법 개정안 통과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두 달 후인 7월 미디어법 개정안은 진통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신문과 대기업의 방송 지분 참여가 허용되고 신문과 방송의 교차 소유도 가능해지면서 종합편성채널이 탄생하는 기반이 만들어졌다.

이후 강행 논란에도 지난해 말 4개의 종합편성채널과 1개의 보도전문채널이 탄생하면서 '미디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위해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던 최시중 위원장의 약속은 첫 결실을 맺었다. 이제 종편 사업자들이 글로벌 미디어 그룹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게 길을 터줘야 한다는 점이 과제로 남았다.

미래 광고산업의 동력은 인터넷을 통한 디지털 미디어다. 한국이 광고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소비행태에 대한 데이터 축적이 가능한 미디어의 디지털화가 선행돼야 한다.

지난주 두 번째 미국 출장길에 오른 최시중 위원장이 7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수준의 광고기업인 제니스옵티미디어의 데이비드 엘러 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논의된 내용이다. 미디어 산업의 근간인 광고시장 육성을 위한 고민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이어 방문한 타임워너사에서는 캐롤 맬톤 부회장과 만나 한국의 미디어 기업을 글로벌화하기 위해서는 한국적인 가치와 혁신, 열정을 유지하되 해외 소비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고, 콘텐츠 불법복제 등에 강력히 대응해 콘텐츠 제작업체들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글로벌 미디어 그룹의 세계화 전략을 논의했다.

최시중 위원장은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미국을 방문해 워싱턴에서 로스앤젤레스(LA)까지 5박 7일 동안 숨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미국 방송통신 주무부처와 면담을 통해 미래 방송통신 정책방향을 논의하고 글로벌 인터넷 업체와 미디어 그룹을 방문해 방송통신 최신 동향과 운영전략을 파악한다는 목적이다.

최 위원장이 미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각별하다. 최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방통위 주최 대학생 토론대회 축사에 나서 대학생들과 만난 자리에서 취임 후 30~40개 나라를 방문했지만 미국을 제외하고 본받을 만한 나라를 찾기 힘들었다면서 일본·프랑스·독일 등을 본받을 만한 수준이 아닐 만큼 우리는 엄청난 IT 강국이 돼 있지만 미국은 아무리 봐도 따라가지 않으면 안 될 IT 강국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망중립성과 미래 주파수 확보 등 중요한 정책결정을 앞두고 있어 '앞선 IT강국'을 방문한 최시중 위원장의 행보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올해 출장에는 미디어 기업 중심이었던 지난 2009년에 비해 방문 업체와 논의 내용도 통신과 인터넷, 미디어를 아우르는 방향으로 크게 확대됐다.

특히 첫 날 워싱턴에서 미 연방통신위원회(FCC) 줄리우스 제나카우스키 위원장과 면담에서는 통신 분야 최대 현안인 망 중립성과 미래 주파수 정책에 대한 대화가 오고갔다.

이 자리에서 최 위원장은 장기적으로 주파수 공유기술을 개발해 주파수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지상파 방송사 주파수를 회수해 이동통신용으로 재분배하기 위해 방송용 주파수에 대한 규제를 완화할 생각이라는 입장을 밝혀 하반기 정책방향에서 700MHz 대역의 방송용 주파수를 이동통신용으로 재분배하는 계획이 골자를 이룰 것임을 시사했다.

망중립성에 대한 해법 모색도 이뤄졌다. 제나카우스키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채택한 '망 중립성 프레임 워크'에 명시된 3원칙을 소개하며 무제한 요금제에 적용한 '사용량에 따른 요금 부과' 원칙을 망 중립성 문제의 해법으로 제시했다. 통신사업자들이 인터넷 서비스 업체가 아닌 소비자에게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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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위원장은 이어, 세계 최대 인터넷 업체 구글, 인터넷 전자상거래 업체 이베이 등 인터넷 업체와 타임워너, 월트디즈니,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광고회사인 제너럴옵티미디어, 벨연구소 등의 고위급 관계자를 두루 만나 미래 인터넷과 미디어 산업 발전방향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마이크로소프트(MS)를 방문한 자리에서는 한국 내 데이터센터 구축에 관한 긍정적인 답변을 이끌어내는 등 성과도 거뒀다.

방송과 콘텐츠 분야에서 눈에 띄는 아이템은 3D다. 최시중 위원장은 9일(현지시간) 3D 콘텐츠 전문 단체 I3DS코리아와 미국 I3DS 간 3D 콘텐츠 활성화 협약 체결을 지켜보며 3D 업체가 우수한 콘텐츠를 제작하면 정부 차원에서도 시장환경 개선과 제작비 확충을 위해 예산이나 기금 지원을 강화할 생각이라며 3D 콘텐츠 활성화 의지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