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해외 언론들의 엇갈린 평가는 이 게임이 가진 매력에 대한 접근을 어떻게 해서 그런지에 차이라고 생각한다. 크롬 엔진에서 나오는 화려한 그래픽과 휴가지에서 벌어진 좀비 바이러스 사건, 1인칭 시점의 액션, 그리고 역할수행게임(RPG) 같은 요소까지 어떻게 보면 이 게임의 장르는 최근 나온 그 어떤 게임보다 오묘하다.
폴란드 개발사 테크랜드(Techland)에서 개발한 ‘데드 아일랜드’(Dead Island)를 접했을 때 느낌은 액션에 아이템을 가지고 싸우는 느낌의 데드라이징과 4인이 협력해 좀비들의 습격을 뿌리치는 레프트4데드, 그리고 환상적인 그래픽과 경이로운 자연경관을 보여준 엘더스크롤 시리즈를 합쳐서 하는 기분이 들었다.
여기에 온, 오프라인 연계가 자연스러운 게임 플레이와 진행 여부에 따라 무작위로 만날 수 있는 유니크 아이템 및 무기, 200여개가 넘는 방대한 퀘스트, 실제 거대한 섬을 그대로 재현한 거대한 스테이지는 한 편의 대형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를 하는 듯한 느낌을 안겨줬다.
이러다 보니 이 게임에 대한 외신 및 이용자들의 평가는 극과 극이다. 너무 많아 지루한 게임 진행에 무작장 성장을 요구하는 게임성, 그리고 의외로 높은 난이도에 B급 게임의 향수가 느껴진다는 평가와 뛰어난 몰입감과 눈부신 그래픽, 4인 협력 시에 나오는 높은 자유도 등에 정말 밤새워 가며 즐겼다는 호평도 나오고 있다.
기자의 생각이 ‘데드 아일랜드’에 대한 정확한 평가는 될 수 없지만 게임을 기다려온 이용자들의 구매 포인트까지는 잡아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 만약 들쑥날쑥한 게임 평가로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이용자라면 이 글을 읽고 자신에게 맞는 게임인지 살펴보자.
■온라인 협력, 성장, 높은 자유도 원하면... 구매하라!
‘데드 아일랜드’가 어떤 내용인지 기본적으로 설명하면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자랑하는 남태평양에 위치한 열대의 낙원 바노이 섬에 휴가 및 업무로 인해 놀러간 4명의 남녀가 갑작스럽게 발생한 좀비 사건으로 고립되면서 생긴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게임이다.
호텔에서 깨어난 주인공들은 시체로 가득한 호텔을 벗어나 생존자들이 모여 있는 장소로 모이게 되고 이곳에서 자신들이 좀비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체를 가진 것을 알게 된다. 이용자는 좀비 바이러스에 치명적인 다른 이들을 대신해 생존자를 찾고 이 섬을 탈출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 게임의 구매 포인트는 복합장르에서 나오는 색다른 재미다. 대부분의 복합장르는 어색함이나 하나의 강한 색에 다른 게임성이 묻히는 상황을 자주 겪지만 이 게임은 다양한 장르를 하나로 제대로 묶었다. 어느 하나 강한 색이 나지 않고 하나의 장르처럼 말이다.
액션성을 너무 강하게 만들 3인칭 시점(TPS) 대신 시각적인 공포감을 높여주는 1인칭 시점(FPS)을 선택한 부분이나 성장에 따라 다양한 스킬을 찍어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발전시킬 수 있지만 복잡한 능력치는 배제한 점, 자유도는 높지만 다양한 임무를 넣어 이용자가 게임에 몰입할 수 있는 다양한 여건을 마련한 점 등이 대표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덕분에 게임은 공포감을 적절히 느끼면서도 성장의 재미를 경험하게 만들어준다. 여기에 다양한 아이템과 흥미진진한 이야기, 자신의 진행에 따라 다양하게 나오는 멀티엔딩까지 그야말로 완벽에 가까운 게임성을 이용자들에게 전달한다.
4명이 협력해 난관을 헤쳐 나가는 부분도 고정관념을 넘어섰다. 4명의 이용자들은 협력을 하거나 팀을 나눠 이동할 수 있고, 아예 4명이 따로 임무를 수행할 수도 있다. 4명이 함께 무언가를 해내야한다는 생각 자체를 버린 부분은 이 게임이 가진 색다른 매력 중 하나다.
스킬에 맞춰 조금씩 강해지는 주인공의 모습은 웬만한 RPG 저리가라고 할 정도로 다양하다. 스킬은 능력치부터 컴뱃 요소, 서바이벌 요소 등 다양하게 구성돼 있고 성장에 따라 적절한 능력 향상을 얻게 된다. 레벨에 따른 사용 무기도 다른 점도 꼭 RPG 같다.
여기에 휴양지의 화려한 모습은 눈을 사로잡는다. 크롬 엔진으로 재현된 바노이 섬의 모습은 실제 지형처럼 아름답게 표현된다. 거대한 호텔의 모습은 물론 잘 재현된 해변, 섬 곳곳에 있는 다양한 부대시설 등 실제 휴양지처럼 자연스럽게 연출돼 있다.
마지막으로 액션이 있다. 이 게임은 부위별 타격이 가능하고 무기에 따라 각각 다른 데미지를 부위에 주게 된다. 덩치가 큰 좀비의 경우는 하체가 약하게 설정돼 다리 부분을 공격하면 쉽게 격파할 수 있고 반대로 일반적인 좀비는 팔이나 머리를 공격하면 유리하게 이길 수 있다.
여기에 전략성을 더해 무기마다 거리가 다르게 설정돼 있으며, 스킬로 얻게 되는 날라차기나 끝내기 액션, 검 계열 무기 보너스 스킬 등이 추가되면 다수의 좀비들을 상대로 현란한 액션을 선보이는게 가능하다. 무기를 직접 제작해 성능을 높이는 요소를 적절히 쓰면 RPG 못지않은 장비 제작 및 강화 재미를 얻게 된다.
기자 개인적으로는 좀비를 상대하면서 생기는 다양한 긴장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이곳의 좀비는 ‘레프트4데드’의 좀비처럼 빠르지만 레벨에 따라 다른 능력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에 따라 다양한 대응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레벨이 높다고 무조건 이길 수도 없고, 레벨이 낮다고 해서 못 이기는 법이 없다.
위에서 거창하게 설명했지만 쉽게 이야기하면 잘 비빈 전부비빔밥 같다는 것이다. 공포감과 RPG, 슈팅 및 액션, 여기에 온, 오프라인 연계, 탄탄한 이야기 등 부족함이 없는 재미를 준다. 아직 연말이 아니라서 올해 게임 평가를 하기엔 이르지만 이 게임은 기자 입장에서는 올해 베스트 게임 중 정말 10위 안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의외로 높은 난이도와 복잡한 게임성이 싫다면 패스!
그렇지만 ‘데드 아일랜드’ 게임 자체가 누구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임은 아니다. 왠지 좀비가 나오는 게임들이라면 다소 쉽게 인식할 수 있지만 이 게임은 30~40레벨이 넘기 전까지는 방심하면 순식간에 사망해버릴 정도로 난이도가 높다.
실제로 주인공 주변에 4~5마리의 좀비가 나올 경우는 조작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라면 정말 5~10초면 사망해 버린다. 사망 시에는 회복을 위한 비용 정도만 나가고 큰 문제는 생기지 않지만 초반부터 이런 상황이 자주 생긴다면 게임의 재미는 커녕 짜증만 느끼는 이용자들이 많이 생길 것 같다.
현실성을 살린 무기 설정은 이 게임의 난이도를 한층 올려주는 요소다. 각 무기는 내구도가 존재하고 게임 내 생존자들의 집이 아니면 수리할 수도 없다. 근데 이 내구도가 아주 짧다. 칼은 한 10마리 정도만 잡아도 무뎌져 버리고 몽둥이나 망치는 부러진다. 한 번 부러지면 고칠 수 없다.
인벤토리가 적은 초반에는 여러 개의 무기를 들고 다닐 수 없기 때문에 임무 진행하다가 무기 찾아 삼만 리를 떠나야 하는 일이 자주 생긴다. 문제는 초반의 낮은 레벨은 무기 선택 사항이 매우 적다는 점이다. 최소 15레벨 이상이 되면 정말 주변의 사물이란 사물은 다 쓸 수 있지만 1~5레벨은 기껏 해봤자 4~5개다.
이 상태에서 전투 요령도 없는 상태로 3~4마리의 좀비나 거대 좀비를 만나면 즉사한다. 그렇다고 해서 성장이 매우 빠른 게임도 아니기에 이용자들이 이 게임의 재미를 얻기 위해서는 최소 1~2시간 짜증을 극복하면서 즐겨야 한다. 5~10분만 하고도 재미없으면 하지 않은 이용자들에게 1시간이 넘는 준비 시간은 좀 무리 아닐까.
여기에 그렇게 친절하지 않은 인터페이스는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물론 플레이스테이션3, X박스360, PC 등 3개의 플랫폼으로 출시돼 인터페이스를 설정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겠지만 하나 같이 불편한지 모르겠다. 기자의 경우 콘솔, PC 두 개를 모두 즐겨봤지만 모두 불편했다. 특히 PC는 꽤나 짜증나는 구성이다.
임무 진행의 경우도 문제가 많다. 다중으로 임무를 받을 수 있지만 매번 일일이 임무를 선택해서 위치를 파악해야 한다. 진행 과정은 들쑥날쑥하고 고레벨 이용자가 저레벨 이용자와 함께 진행할 때 고레벨 이용자에게 임무가 몰리면 저레벨 이용자는 큰 손해를 보기도 한다. 협력과 경쟁의 경계가 너무 애매하기 때문에 생긴 문제다.
후반 반복성이 강한 느낌의 임무들은 지루함을 느끼게 한다. 결국 중심 임무 외는 버리게 되는데 여기서 보상으로 얻는 것도 그리 좋은 것이 없기 때문에 더욱 회피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좀비 사냥만으로는 경험치 얻기가 한계가 있기에 무조건 해야 하는데 일부 임무는 정말 보상도 적고, 아이템도 별로고 시간만 많이 들어간다.
■새로운 형태의 액션 RPG 원해? 그렇다면 ‘데드 아일랜드’로 가자!
이 단점들이 꼭이라고 할 수 없지만 게임을 잘 모르는 이용자들에게는 확실히 문제가 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데드 아일랜드’가 수준 이하의 게임이라는 것도 아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기자는 최근 나온 게임 중 가장 만족스럽게 즐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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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주관적인 언급을 하자면 초반의 난이도만 어떻게 극복하면 이 게임은 온라인 게임처럼 오랜 시간 즐길 수 있다. 국내 이용자들은 물론 해외 이용자들과 함께 바노이 섬을 즐겁게 탐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영화 같은 탄탄한 이야기와 여러 개의 엔딩을 색다른 재미 요소다.
만약 최근 나온 게임들에 큰 실망을 했거나 연말에 나올 대작만 바라보고 지갑을 두둑이 채워둔 이용자라면 눈 딱 감고 이 게임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물론 100% 완벽한 만족감은 아니지만 새로운 방식의 RPG를 즐기는 기분은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