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오는 길은 때론 너무 길어 더욱더 지치곤하는 명절이 돌아왔다. 기차나 비행기, 또는 꽉 막히는 도로안 자동차 뒷자석이라면 이 지치는 시간을 어떻게 소화할지 난감하기 마련이다.
조금 더 편하게 자려고 몸을 뒤척여 봐도 고속버스 좌석은 늘 비좁다. MP3플레이어에 저장된 노래를 수십번 되풀이해도 도로는 뚫리지 않는다. 고향에 내려가 간만에 조우한 내 방에서 뒹굴 때는 시간이 그리 빨리 가더니, 서울로 돌아가는 시간은 무거운 추를 단 듯 더디게 흐른다.
이 시간, 갑자기 주어진 '할 일 없는 시간'은 어쩌면 일년에 몇 번 안될 사색의 공간이 될 수 있다. 집 떠나와 열차타고 자취방에 가는 길, 이어폰을 귀에 꽂고 한 손에는 전자책을 펼쳐보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e잉크 단말기 하나면 수십, 수백권의 전자책을 담을 수 있어 무거운 가방을 꾸릴 필요도 없다.
귀성길, 남녀노소 차별 없이 누구나 막히는 이길을 다른 사람들은 어떤 책을 읽으며 이겨낼까. 전자책 업계 고수들의 의견을 물었다. 그들이 추천하는 올 추석 읽으면 후회없을 전자책을 소개한다.
■짬 날 때마다 유명인과 데이트를…위즈덤하우스 정은선 분사장
위즈덤하우스 정은선 분사장이 추천한 전자책은 방송인 김제동의 인터뷰집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다. 김제동이 방송에 두문불출하던 지난해, 1년간 발품을 팔며 나눈 명사들과 인터뷰를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이 책은 최근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박원순 변호사부터 소설가 조정래, 시인 김용택, 과학자 정재승, 배우 고현정, 야구선수 양준혁, 소녀시대 수영까지 정·재계, 문화, 스포츠, 언론계 등 다방면 유명인들의 이야기를 김제동의 육성을 통해 전한다.
'김제동이…'는 종이책과 e펍(PUB) 형식 전자책 외에도 애플 앱스토어에서 4.99달러에 애플리케이션북(이하 앱북)으로 판매된다. 멀티미디어 성격을 십분 살려, 저자 인터뷰 동영상을 앱북 말미에 실었다.
약 15분 분량의 영상에서 김제동은 혼자 듣기 아까운 이야기를 소문내고 싶었다고 책 발간 취지를 설명했다. 초판 종이책엔 포함되지 않았던 인터뷰이들과 '못다한 이야기'도 앱북을 통해 읽을 수 있다.
정은선 분사장은 유명인들의 인터뷰 안에서 삶의 철학이나 지혜를 느낄 수 있다며 인터뷰가 인물별로 따로 구성돼 시간나는 대로 짬짬히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추석 명절 고향을 오가는 길에 읽기 좋을 것이라 추천했다.
■추석, 머리를 쉬게 하자…OPMS 윤세웅 대표
웅진그룹 전자책 계열사 오피엠에스(OPMS) 윤세웅 대표가 추천한 전자책은 '생각버리기 연습(코이케 류노스키 지음/21세기북스)이다. 일본 쓰키요미지 주지 스님인 저자 코이케 류노스케가 일반인에 지도해 온 '휴뇌법'을 소개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생각버리기 연습을 통해 우리를 끝없이 괴롭히는 잡념의 정체를 밝히고, 그것을 완전히 없애는 방법을 배우라고 권유한다. 실천 방법도 담겼다. '말하기'부터 '기르기'까지 총 8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일상생활에서 뇌를 쉬게 하는 법을 전한다.
특히 생각하지 않고 오감으로 느낌으로써 어지러운 마음을 서서히 사라지게 해 뇌를 쉬게 하면서도 충전을 통해 날카로움과 명철함을 습득하도록 돕는다.
오피엠에스가 운영하는 전자책 전문 사이트 '메키아'는 생각버리기 연습을 비롯, 연휴에 읽으면 좋을 만한 양서를 추석기간 동안 20% 할인 판매한다.
윤세웅 대표는 메키아가 문을 열고 독자들에 가장 큰 호응을 받았던 책이 바로 생각버리기 연습이라며 종이책으로도 인기가 많았는데 전자책으로 사면 훨씬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 인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느긋하게 자기 목표대로…교보문고 성대훈 디지털콘텐츠팀장
타향 살이에 지친 사람들에 건네는 위로작(作)도 있다. 성대훈 교보문고 디지털콘텐츠팀장은 개그맨 김병만이 집필한 '김병만 달인정신: 꿈이 있는 거북이는 지치지 않습니다(실크로드)'를 추천했다.
KBS개그콘서트 '달인' 코너로 잘 알려진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을 '될 때까지 달리는 사람'으로 표현한다. 남보다 많이 배우지도, 가지지도 않았지만 코미디의 한 장면을 위해 참고 극복하고, 노력해 결국은 뜻을 이루는 과정을 가감없이 글에 담았다.
그는 무작정 고향을 떠나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손에는 연기학원 전화번호가 적힌 신문광고 쪼가리와 어머니께 받아낸 30만원이 전부였습니다라며 자신의 서울 상경기를 소개한다.
김병만은 스턴트 연기를 하기엔 작은 158.7cm라는 키로 무대를 누빌 수 있었던 것을, 단점을 탓하지 않고 오히려 더 노력하고 쉬지 않고 달려왔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그가 이 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과 극복과정은 삶에 지친 이들에 다시 일어 설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의 위로로 전해진다.
성대훈 팀장은 타향살이에 지친 사람들이 추석 명절에 고향에 돌아가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될 때, 남들과 비교되는 부분이 있다하더라도 이 책을 보면서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며 김병만씨처럼 느긋하고 꾸준하게 초심으로 돌아가 자신의 목표를 이룰 수 있는 힘을 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귀성길, 뒷자석의 내 아이들에게…삼성출판사 김민석 그룹장
장시간 이동으로 쉽게 지루해 하는 아이들을 위한 앱북도 준비됐다. 삼성출판사 에듀앤아이티 김민석 그룹장은 '보들북-인기율동동요'를 올 추석 필수 콘텐츠로 추천한다.
곰 세마리' '머리 어깨 무릎 발' 등 익숙한 유치원 인기 동요를 영상과 함께 신나는 율동에 맞춰 보여줘 아이들의 눈과 귀를 단번에 사로잡는다는 설명이다.
'숲속마을 동물친구' '바른아이 좋은습관' 등 5가지 주제 인기율동동요 40곡과 '랄랄라 놀며 배우는' '씽씽 따라 부르기 쉬운' 영어율동동요 24곡, 말놀이동시 16곡 등 총 80곡이 수록됐다. 애플 앱스토어에서 한 번 구매하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서 동시에 이용할 수 있다.
온가족이 모인 자리인 만큼, 앱북을 실행하고 아이들과 함께 율동을 따라해 보는 것도 연휴를 즐기는 좋은 방법이다.
김민석 그룹장은 보들북-인기율동동요는 오프라인 베스트셀러 보들북 시리즈 콘텐츠를 바탕으로 만든 교육용 앱이라며 귀성길 차 안이나, 추석 차례 준비로 바쁠 때 활용하면 아이와 부모 모두에 더욱 특별한 앱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연휴기간, 나를 돌아보자…지니소프트 이병훈 대표
나흘간의 추석 연휴를 하반기 전략 완성의 시간으로 삼으면 어떨까. 지니소프트 이병훈 대표는 중국 오나라 사람 손무가 지은 '손자화법(안북)'을 추석 때 읽을만한 전자책으로 꼽았다.
13권으로 구성된 손자시리즈 중 하나인 '손자화법'은 21세기 직장인을 위한 성공전략 교본으로 삼아도 손색 없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이 가장 훌륭한 병법이라거나 인생은 전쟁과 닮았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라는 식의 처세법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