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사임]애플-MS, 경쟁과 협력의 역사

일반입력 :2011/08/25 11:29

스티브 잡스가 애플 최고경영자(CEO)로 일했던 과거를 논할 때 마이크로소프트(MS)와 떼어놓기는 어렵다. 애플과 MS는 수십년간 치열한 싸움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긴밀한 상호 협력도 불가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가 국내외서 IT 산업 시대를 이끈 주요 기업으로 평가되는 배경에는 거듭된 경쟁과 협력의 역사가 자리한다.

미국 씨넷은 24일(현지시간) 잡스의 퇴임소식에 따라 그와 빌 게이츠 전 MS 회장이 만들어온 애플과 MS간 협력과 경쟁의 복잡다난했던 이력을 재조명했다.

우선 애플은 사업초기 매킨토시(이하 '맥') 컴퓨터에 들어갈 소프트웨어를 MS에 의존했다. MS와 사이가 나빠져선 안 됐던 것이다. 예로 들만한 기록은 애플이 지난 1983년 초창기 사업을 진행하며 게이츠를 포함한 업계 임원들을 초청하는 자리를 마련해 찍은 영상이다.

영상에서 잡스는 행사를 열고 게이츠를 포함한 소프트웨어 업계 임원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았다. 당시 게이츠는 맥을 사람들의 상상을 실물로 담아낸 것이라며 극찬했다. 잡스는 그 자리에서 게이츠를 포함한 임원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결론내렸다고, 씨넷은 전했다. 해당 영상은 월스트리트저널(WSJ)의 IT전문사이트 올씽스디지털에서 지난 2007년 연 'D컨퍼런스'를 통해 다시 공개됐다.

다만 양사 성장 시기는 어긋난다. 두 회사의 관계가 삐걱거린 틈도 여기서 나왔다. MS는 1980년대 도스 운영체제(OS) 등의 성공으로 IT업계 정상에 올랐다. 앞서 대중화된 PC 시장을 발전시키는 데 애플이 톡톡한 역할을 수행하긴 했지만, MS가 정상가도를 달리는 동안 점차 시장과 대중으로부터 멀어졌다. 1988년 애플은 MS의 윈도가 맥 OS의 '룩앤필'에 관련된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고소하기에 이른다. 수년간 법정다툼 끝에 MS는 애플의 주장 대부분을 무력화시키고 승소했다.

눈에 띄는 협력이 재개된 것은 거의 10년만인 지난 1997년부터다. 애플이 경영난을 맞고 재정위기에 처한 당시 열린 맥월드에서 게이츠 당시 MS CEO는 애플에 1억5천만달러를 투자하고 향후 맥용 오피스 프로그램 새 버전과 인터넷 익스플로러(IE) 브라우저와 프로그램 개발툴을 만들어 공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특허분쟁 동안 서로 공격적인 주장을 펼치면서 상한 감정 관계도 청산했다고 외신들은 평했다.

이같은 내용을 뼈대로 한 양사의 5년간 협력에 따라, 맥용 MS 오피스 2008 버전이 2004년판을 이어 출시됐다. 더불어 MS IE가 맥용으로 개발돼 지난 2003년초까지 맥OS 기본 브라우저로 쓰였다. 이때부터 애플이 자체 브라우저 '사파리'를 만들어 쓰기 시작했기 때문에 MS는 맥용 IE 개발 중단을 선언하고, 2006년 MS 맥용 제품 다운로드 사이트에서 IE를 제거했다.

MS는 이 계약을 통해 애플이 재정난을 딛고 일어설 뿐아니라 맥 시스템 시장을 회생시킬 기회를 잡는데 적잖은 도움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씨넷은 게이츠의 투자 결정이 애플만 구제한 게 아니라 잡스가 애플에 돌아와서 IT업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회사로 만들어내는 데도 핵심적인 지원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한다.

잡스는 MS를 어떻게 평가할까? 내놓고 감사를 표한 사례를 찾긴 어렵다. 그는 다만 자신과 애플을 추종하는 사람들처럼 MS에 대한 쓴소리를 던졌다. 지난 1996년 잡스는 한 TV 다큐멘터리 방송에서 MS의 유일한 문제는 심미안이 전혀 없다는 것이라며 그들은 오리지널 아이디어를 생각하지도 않고 자기네 제품에 문화적인 요소를 갖춰내지도 않는다고 비판했던 것이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잡스는 이 발언이 방송을 탄 뒤 게이츠에게 사과를 했다고 털어놨다. 당시 뉴욕타임스(NYT)가 이를 전했지만 무게감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이를 과연 게이츠가 사과라고 받아들였을 것인지도 의문이다.

잡스는 난 그(게이츠)에게 내가 한 말이 공개적으로 알려질 거라고는 꿈에도 상상 못했다고 말했다며 나는 단지 그와 MS(행보)가 조금 협소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고 언급했다. 그가 젊은 시절의 습성이나 허세를 버린다면 더 대단한 인물이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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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여러해가 지난 지금, 잡스의 말은 지금의 애플과 MS 관계에 비춰 보면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지난해 5월 애플은 2천221억달러 수준의 시가총액으로 2천192억달러 수준이었던 MS를 근소하게 앞질렀다. 당시 애플 시가총액은 10년전에 비해 10배 이상 뛰어오른 것이다. 같은기간 MS는 18% 줄었다. 시가총액뿐아니라 모바일 사업에서도 애플은 MS를 한껏 앞서고 있다.

모바일 시장에서만큼은 MS가 애플과 다른 경쟁자들을 뒤쫒는 입장이다. 윈도폰으로 스마트폰 플랫폼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와 생태계 확장에 힘을 쏟는 한편 출시를 앞둔 차세대 윈도 OS를 통해 PC 시대의 영광을 태블릿 시장에서 재현할 계획이다. 관련 콘텐츠와 클라우드 서비스 등으로 아이폰, 아이패드로 대표되는 애플 생태계와 전면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