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애플 집단소송, 3대 쟁점은?

일반입력 :2011/08/23 11:21    수정: 2011/08/24 08:07

봉성창 기자

애플을 상대로 한 집단 소송이 지난 20일 창원 민사 5부 전자소송 전담 부서에 배치됨에 따라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위치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해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았다는 원고 측 주장과 문제가 없다는 애플 측이 팽팽하게 맞서 소송이 장기화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당초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전 세계 최초로 위치정보법을 근거로 애플에 300만원의 과태료와 시정조치 명령을 받은 것이 시발점이 됐다. 이후 법무법인 미래로 소속 김형태 변호사가 애플을 상대로 100만원의 지급 명령을 신청해 실제로 돈을 받은 것이 알려지면서 아이폰 사용자들과 언론의 높은 주목을 받았다.

이후 법무법인 미래로가 모집을 통해 애플 집단소송에 참여한 아이폰 사용자는 . 이들은 1만6천900원의 참가비를 내고 소송 대열에 동참했다. 이중 변호사에게 돌아가는 수임비는 9천원이며 나머지는 진행에 필요한 실비로 구성돼 있다.

해당 집단소송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만약 애플이 패소할 경우 국내 300만명의 달하는 아이폰 사용자들의 2차, 3차 집단 소송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피고에 애플 코리아 이외에 애플 본사도 포함돼 있어 국제 재판 성격까지 띄고 있다.

현재 집단 소송 원고 측 변호인은 법무법인 미래로이며 애플 측은 대형로펌으로 잘 알려진 김앤장이 맡게될 것으로 알려졌다. 양 측의 입장 및 법조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해당 소송에서 불거질 것으로 예상되는 주요 쟁점들을 정리했다.

■쟁점 1. 애플, 위치정보수집 사전에 동의 받았나?

집단소송 원고 측의 주장의 핵심은 애플이 사전에 위치정보수집에 대해 제대로 된 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입시 받은 포괄적으로 받은 위치정보수집에 대한 동의는 법률적으로 유효하지 않으며 인터넷을 통해 가입한 일부 가입자들은 아예 이조차도 고지받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반론이 있다. 아이폰은 기기 특성상 최초 구동시 반드시 아이튠즈에 접속해야 하는데 이때 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또한 애플은 매번 기기가 업데이트 될 때마다 아이튠즈를 비롯해 2~3차례 반복적으로 동의를 받고 만약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해당 서비스를 아예 이용할 수 없도록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원고 측은 과거 SK브로드밴드 판례를 들며 포괄적 동의는 법적 효력이 없다는 논리다. 즉, 다시 말해 현행법상 위치정보 수집에 관한 사항은 별도로 동의를 받아야 되는데 애플은 전체 이용약관 속에 위치정보 수집에 대한 동의를 받은 것은 아이폰 사용자에게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것과 다름 없다는 것이다.뿐만 아니라 아이튠즈에 접속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해당 제품은 끊임없이 위치 정보를 수집하기 때문에 동의와 상관없이 이뤄지는 측면이 강한 만큼 애플이 사용자 동의 없이 위치정보를 수집한 것이 분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약관 동의를 받았는가 하는 부분에 대한 입증 책임은 애플에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과연 애플이 2만 7천명에 달하는 집단 소송 원고 측에 대해 동의 자료를 제시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쟁점 2. 실제 피해를 입증할 수 있나?

만약 애플이 동의없이 위치정보를 무단 수집한 것이 확인된다 하더라도 이것이 실제 피해로 이어졌는지는 아직 확실치 없다. 배상 책임을 묻는 민사 재판인 만큼 원고의 피해 사실이 입증돼야 하기 때문이다.

애플이 유리하다고 보는 측에서는 설령 애플이 위치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제품 내부에만 저장될 뿐이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애플이 사용자들에게 보다 빠른 무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반 데이터로 활용했을 뿐 실질적으로 사용자에게 피해를 준 것은 없기 때문에 손해배상 책임이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

또한 위치 정보 데이터는 사용자의 아이폰에 저장되기 때문에 분실이나 탈취를 통해 아이폰 위치 정보데이터를 빼가고 이를 범죄나 사생활 침해에 이용되지 않는 이상 실질적인 피해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법무법인 미래로 측은 동의 없는 위치정보 수집 자체가 이미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 침해이며 이는 침해했다는 사실만 입증되면 그 자체로 위자료 지급 대상이라고 주장한다. 이로 인한 정신적 피해는 자동차 사고처럼 물질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요한 판례가 될 것으로 보이는 SK브로드밴드 패소 건을 보는 시각도 미묘하게 다르다. 애플 옹호 측에서는 개인정보가 타 업체에 제공될 경우 광고나 스팸 등 악용 우려가 이미 현실화 돼 있다는 점에서 피해 입증이 충분히 가능하지만 위치 정보는 아직 이와 같은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다른 경우라고 본다. 반면 미래로 측은 기업이 헌법 상에 명시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해 사용자들이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는 재판부의 판결을 볼 때 이는 동일한 사안이라는 판단이다.

단 SK브로드밴드의 판결은 정상적으로 약관에 동의한 사람에게는 기각 처분을 내렸기 때문에 결국 앞서 쟁점인 약관 동의 건이 어떻게 풀리느냐에 따라 보상 유무나 규모가 달라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쟁점 3. 애플은 위치정보를 식별할 수 있나?

애플은 위치정보 파문이 불거진 당시 이는 개인에 대한 위치정보가 아니라 주변 기지국 위치 정보이며 해당 정보가 누구의 것인지 식별이 불가능하다고 밝히며 진화에 나섰다.

뿐만 아니라 애플 전문가들은 아이폰이 하루에 10회 미만으로 주변 기지국 정보를 파악해 저장하는데 이것으로 개인의 구체적이고 세밀한 위치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애플은 해당 위치 정보 데이터가 절대 누구의 것인지 식별할 수 없다고 줄곧 강조하고 있다. 때문에 이 정보가 누구의 것인 결코 알 수 없어 결코 위법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비록 아이폰에 저장된 위치정보 데이터는 암호화 돼 있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일종의 PC에서 캐시 데이터 같은 것이기 때문에 암호화를 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일축한다.

그러나 미래로 측은 상식선에서 생각할 때 본인의 아이폰에 저장된 위치정보는 본인의 사생활에 대한 정보인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애플의 주장은 단지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입장이다.

또한 위치정보와 같이 특정 데이터가 동의없이 수집되는 것은 공개 여부와 상관없이 불법이라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고 밝혔다.

미래로 측은 이에 대한 입증 책임 역시 애플에 있다고 주장했다. 위치정보를 아이폰에 저장한 것은 명백한 고의 과실이라는 설명이다. 애플은 해당 특허 및 기술적인 설명을 통해 이를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조사 결과다. 방통위는 지난 3일 발표를 통해 애플이 위치정보 데이터에 대한 개인 식별을 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는 애플의 주장과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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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옹호론자들은 “애플이 사용자들의 편의와 빠른 서비스를 위해 기술적인 조치를 취했을 뿐 기지국의 위치 정보를 가지고 어떤 피해를 입힌 사실이 없다”며 “현행 법상 과태료 및 시정조치를 받았을 뿐 민사상의 책임을 묻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다른 입장에서는 “고의든 과실이든 애플이 위치정보를 아이폰에 저장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 침해가 우려되는 만큼 위자료 청구는 당연하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