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가 스마트폰 사업을 정리하고 PC사업 부문을 분사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향후 HP의 행보가 세계 PC 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HP는 18일(현지시간) 그동안 PC사업을 담당해온 퍼스널 시스템 그룹(이하 PSG)를 분사하겠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분사와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은 발표되지 않은 상황. 다만 분사 작업까지 약 12개월에서 18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HP는 지난 2001년 250억 달러(한화 약 27조 500억원)에 컴팩을 인수하며 세계 최대 PC기업이 됐다. 지난해 HP는 PC사업 부문에서 410억 달러(한화 44조 3천6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문제는 매출 대비 낮은 이익률이다. 더욱이 아이패드와 같이 새로운 제품들이 계속 쏟아지면서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레오 아포테커 HP CEO는 “소비자들이 PC를 사용하는 방법이 변하고 있고 태블릿 효과는 확실히 있다”이라고 컨퍼런스 콜에서 말했다.
만약 HP가 PC사업 부분을 정리할 경우 몇 가지 예상가능한 시나리오가 존재한다.
첫 번째 생각해 볼수 잇는 것은 IBM 스타일이다. IBM은 PC 사업 부문을 중국 레노보에 매각했다. 이를 통해 레노보는 세계 3위 PC 기업으로 도약했다. 그 대신 IBM은 이면 계약을 통해 레노보의 지분 18.9%를 받았다. 물론 매각 대금으로도 12억 5천만달러(한화 약 1조 3천500억)을 받았다.
이는 기존 기존 사업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 가져가면서도 사업부를 매각해 실리를 챙기는 방법이다. 뿐만 아니라 매각 대금의 일부를 지분으로 받아 매각을 보다 용이하게 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같은 방식으로 최근 삼성전자는 HDD 사업부를 씨게이트에 매각하고 대신 씨게이트의 지분 일부를 받기도 했다.
두 번째는 모토로라 스타일이다. 모토로라는 지난 2003년 반도체 사업 부문을 분사해 별도로 프리스케일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프리스케일은 2004년 상장하며 자생력을 키웠다.
마찬가지로 HP도 PC사업부문을 분사해 그대로 별도의 회사를 설립해 HP PC사업을 전담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무리 이익률이 낮다고 하더라도 세계 1위 기업을 다른 회사가 인수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가장 설득력 있다.
마지막은 NEC-레노보 스타일이다. 지난달 NEC는 레노보에 PC사업부문을 매각하면서 조인트 벤처 방식으로 NEC레노보 저팬 그룹을 설립했다. 이를 통해 NEC는 일본 시장에서 가장 큰 PC 기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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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들은 HP가 두 번째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세계 PC 시장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HP가 PC사업부문을 제값받고 다름 기업에 매각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레오 아포테커 HP CEO는 PC사업부문 분사 결정에 대해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