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D조명, 대-중기 동반성장 가능한가

일반입력 :2011/08/06 23:08    수정: 2011/08/07 16:22

손경호 기자

최근 삼성전자가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사업철수를 선언하면서 대기업-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에 새로운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동반성장의 열쇠를 쥔 제조업군에서는 여전히 대기업의 진출로 신음하는 중소기업들이 많다. 이 중 저가형 조명 공세를 펴며 LED조명 대기업의 조명산업 진출이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삼성·LG를 포함해 포스코·현대백화점·신세계·효성·동부 등 내로라하는 국내 대기업들은 최근 몇 년 간 그동안 중소기업 업종으로 알려져 온 LED조명 사업에 뛰어들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언리미티드에 따르면 세계 LED조명시장은 내년 60억달러에서 2015년에는 260억원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대기업군은 LED조명 시장을 새로운 먹거리로 가져가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기존에 LED조명사업을 진행해오던 중소기업들 1천500여개 중소기업 중 올 상반기에만 절반 이상이 줄도산했다. LED시장이 생각보다 빠르게 열리지 않은데다가 대기업의 저가형 LED조명 공세와 공공부문 정부 조달 시장마저 대기업군에 밀린 탓이다.

■LED중기, 고용인원 1만8천명 해외 매출 2천억원

중소기업에 따르면 현재까지 1만8천명의 인력이 중소LED업체에 몸담고 있으며 이들이 작년 한해만 2천억원에 달하는 수출실적을 올렸다. 고용이나 매출 면에서 여타 중소기업에 뒤지지 않게 산업을 꾸려오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대기업의 진출이 발목을 잡고 있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기존에 중소기업이 진행하던 조명사업에 끼어들면서 미미했던 매출이 이제는 아예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중소기업들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공공부문용 물품을 입찰하는 정부조달시장에 대기업이 참여했기 때문이다. 작년부터 지방자치단체별로 입찰 물량의 50%까지 대기업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허용해준 것이다. 올 상반기 LED조명 조달시장 중 삼성LED는 4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정부조달 시장 2위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1위는중소업체인 파인테크닉스이다.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이와 관련해 대기업의 진출을 제한해 달라며 동반성장위원회에 중소기업적합품목으로 LED조명을 선정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기업도 할 말은 있다

LED조명 사업에 진출한 대기업들은 오스람·GE·필립스와 같은 글로벌 조명회사들과 경쟁하기위해 대규모 자본을 보유한 대기업 진출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는 정부의 시각과도 통한다.

지식경제부 반도체디스플레이과 LED조명산업 담당 정승혜 사무관은 “현재 작게 열려있는 정부조달시장을 볼 것이 아니라 해외시장을 봐야 한다”며 “백열등 대체용과 같은 범용 LED조명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며 외산 조명이 80%~90%인 상황에서는 대기업이 진출이 필수”라고 밝혔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성장해야 중소기업들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정부정책, 실효성 의문

정부는 LED보급과 관련해 지난 6월 초 2020년까지 국내 LED조명 보급률을 60%까지 올리겠다는 ‘LED조명 2060’ 계획을 새롭게 발표했다. 하지만 LED 중소기업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계획만 거창할 뿐 실제로 중소기업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은 없다”는 것이다.

‘LED조명 2060’에 포함된 4대강 유역 LED조명 설치 계획은 이미 삼성LED를 포함한 대기업군이 물량을 모두 가져갔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LED산업포럼을 신설해 기업들 간 역할분담을 한다고 한들 “어느 중소기업 대표가 대기업과 동등한 위치에서 발언할 수 있겠느냐”고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하소연했다.

■대-중기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해야

대기업은 이미 LED조명산업을 시작한 입장이고, 중소기업들은 이로 인해 수요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각자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것만이 대안이라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지난 4일 동반성장위원회 주재로 대·중소 LED조명 기업 관계자들이 모여 진행된 중소기업적합품종선정 여부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논의된 내용에 따르면 일부 반대목소리는 있었지만 백열등·형광등 대체용과 같이 생활 조명에 해당하는 품목은 대기업이, 산업용이나 가로등과 같은 옥외용 LED조명은 중소기업적합품목으로 선정하는 방안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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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이상 LED기술과 산업에 종사해온 유영문 LED-해양 융합기술 연구센터장은 “대기업이 진출해야 국내 LED조명 산업의 경쟁력이 생긴다는 주장에 동의한다”며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과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정도의 기술력을 확보하는데 주력해야 살 길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허나 중소업계자는 현재로서는 중소기업들이 필요한 연구개발자금을 확보할만한 최소 매출조차 보장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들 마저 살아남기 어려운 실정인 셈이다. LED조명사업을 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1만8천명의 고용인력을 창출한다는 점에서도 동반성장을 위한 공론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