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D업계, 외국기업 ‘흔들기’ 정면대응

일반입력 :2011/07/10 09:03    수정: 2011/07/10 22:01

손경호 기자

국내 LED조명기업들을 상대로 글로벌 조명 기업들의 견제가 거세다. 필립스·오스람 등이 연이어 특허소송을 제기했으나 국내 업체들은 맞소송을 제기하면서 정면대응 하고 있다. LED조명 시장을 두고 치열한 기싸움이 벌어지는 형국이다.

■LED 조명 시장, 내년부터 열린다

시장조사업체 솔라앤에너지에 따르면 내년 세계 LED조명시장은 180억달러(약19조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에는 연평균 73%의 고성장이 예상된다고 업체측은 밝혔다.

미국이 2020년까지 LED조명 비중을 50%로 높이고, 일본과 유럽연합(EU)는 내년부터 백열전구 사용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역시 7천800만달러를 들여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LED조명 산업을 키우려고 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지난달 초 2020년까지 국내 조명의 60%를 LED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전통조명업체인 오스람·필립스·GE는 물론 국내 삼성LED, LG전자·LG이노텍·포스코LED 등 국내 대기업이 이 사업에 진출했다. 서울반도체는 지난 1992년 시장에 진출해 현재는 LED조명용 패키지 업계에서 1·2위를 다투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업계에 따르면 전통조명을 LED조명으로 점진적으로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흐름 속에 글로벌 조명 기업들은 국내 대기업들과 마찬가지로 1만원대 LED조명을 출시하면서 경쟁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달 초 오스람이 삼성LED, LG전자·이노텍을 상대로 자사 특허 10여건을 침해했다며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도 글로벌 조명기업들이 시장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한 ‘견제’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국내업체 흔들기

오스람이 지난달 6일 삼성LED와 LG전자·이노텍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백색LED(화이트컨버젼) 특허 5건을 포함해 총 10여건이다. 소송 당사자인 삼성과 LG측은 각각 지난달 10일, 24일 서울중앙지법에 특허침해 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맞대응했다. LG전자·이노텍은 이달 8일에는 오히려 오스람이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한국무역위원회에 오스람LED제품 수입금지를 신청했다.

서울반도체는 지난 3월 필립스로부터 LED칩 제조사인 필립스 루미레즈의 제조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는 내용으로 미국 캘리포니아 중앙지방법원에 제소되기도 했다. 이에 서울반도체 역시 지난 5월 우리나라 법원과 독일법원에 필립스를 상대로 특허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맞소송을 냈다.

박현철 R&D특허센터 전문위원에 따르면 ‘화이트컨버젼’ 기술은 이미 일종의 패밀리 특허 성격을 가졌다. 일본 LED회사인 니치아에 근무하던 나카무라 슈지 교수는 지난 1993년 청색LED를 개발한 후 여기에다가 이트륨 알루미늄 가넷(YAG)이라는 소재를 형광체로 사용해 백색LED를 만드는 기술을 확보했다.

그러나 약 18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여러 LED기업들은 형광체 소재를 다른 것으로 바꾸던가, 물질의 비율을 달리하는 방법 등을 이용해 다양한 백색LED를 구현하는 기술을 확보해놓은 상태이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독점특허로 구분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특허 침해 여부 보다는 1만원대 LED조명을 내놓으면서 공격적으로 시장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과 서울반도체 등 국내 중견 기업을 상대로 몸통 흔들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는 상황이다.

한 업계관계자는 “최근 들어 LED특허소송을 보면 결론적으로 크로스라이선스(상호 특허를 교환)형태로 가는 경우가 많은데 그 전까지는 소송을 당하는 업체들이 어느 정도 피해를 보게 된다”고 밝혔다. LED칩·패키지·모듈이나 조명완제품을 공급받는 고객들 입장에서는 소송당한 업체가 패소할 경우 업체를 바꾸던가 로열티를 고려해야하는 등 위험부담이 따른다는 것이다. 이제 막 시장이 성장하는 시기에 소송을 건 업체들은 경쟁사의 사업진출을 늦추면서 결론적으로 상대방이 가진 특허까지 확보할 수 있는 1석 2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업체들 강경대응…“자신있다”

외국 조명기업의 소송에 국내기업들은 자신 있다는 반응이다. 이미 삼성LED와 LG전자·이노텍은 수 천건에 이르는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오히려 오스람·필립스가 국내 특허를 침해했다며 관련 품목에 대해 수입금지신청을 했다.

삼성LED IP법무팀장 박준성 상무는 오스람이 제기한 특허 침해 주장을 무력화할 수 있는 증거와 오스람이 삼성의 특허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증거를 확보한 만큼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LED측은 특허소송비용이 수백억원에 달하고, 삼성이나 LG가 이름 없는 기업이 아닌데 오스람이 동시에 소송을 걸었다는 것을 법조계에서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LG전자 특허센터장 이정환 부사장은 “정당한 권리보호를 위해 오스람의 특허소송에 대응하면서 조직적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며 “미국·중국 등 주요 국가에서 동일한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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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반도체는 지난 2009년 니치아와 약 3년간의 공방 끝에 미국·독일·일본·영국·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특허에 관한 모든 소송 및 다른 모든 법적인 분쟁을 합의했다고 발표했었다. LED 및 레이저 다이오드 기술에 관환 기술을 크로스라이선스 한다는 내용이다.

이미 글로벌 조명 기업과 소송을 통해 노하우를 갖고 있는 만큼 이번 필립스와의 소송도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서울반도체측은 지난 5월 9일 “필립스가 침해를 주장한 특허는 자사 제품 중 매출비중이 적으며, 대부분 주요 국가에서 등록이 거절된 것”이라고 공식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