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크롬13 브라우저에 선보인 '인스턴트페이지' 기능은 알고 보면 일종의 속임수다. 이를 구현하는 방식도 구글은 웹표준에 기반했다고 자랑하지만, 당초 웹표준의 취지와 동떨어졌다는 지적이다.
한국모질라커뮤니티 리더인 다음커뮤니케이션 윤석찬 팀장은 3일 크롬 인스턴트 페이지 기능은 구글 검색의 첫번째 결과를 감춰둔 탭에 통째로 불러낸 뒤 사용자가 이를 방문하면 즉시 표시해주는 것뿐이라며 인터넷 사용자나 서비스 제공자들이 무조건 좋아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인스턴트 페이지는 '프리렌더링'이라는 기술에 기반한다. 이는 사용자가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는 웹사이트의 HTML 문서, CSS 정보, 이미지 파일을 모두 미리 불러낸다. 사용자가 실제로 방문하지 않을 경우 이는 컴퓨팅 자원과 트래픽을 낭비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는 웹서비스 제공 한도가 정해진 서비스 업체들은 싫어할 수도 있는 이유다. 사용자 입장에서도, 무제한 초고속 인터넷이 일반적인 국내는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할 수 있지만 종량제 인터넷을 쓰는 해외서는 실제로 금전적 손실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구글이 비판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웹표준에 기반한다는 선전이 엄밀히 말하면 사실과 다르기 때문이다. 웹표준은 프리렌더링과 유사한 '프리페치(prefetch)' 기능을 정의한다. 서버에서 정보를 미리 가져온다는 작동방식은 닮았지만 웹페이지를 통째로 만드는 프리렌더링과 달리 프리페치는 HTML 데이터만 가져온다.
이를 지원하는 브라우저는 사이트에서 HTML 정보만 가져온 뒤 '문서 객체 모델(DOM)'을 만든다. 클라이언트가 다음 페이지를 불러왔을 때 한꺼번에 처리할 부담을 덜어 로딩속도가 빨라진다는 점은 비슷하다. 다만 프리페치를 표준화한 목적은 일반적인 웹서핑 체감속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란 점이 문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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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팀장은 프리페치 기능은 슬라이드 형태의 연속적인 웹콘텐츠를 전달할 때처럼 사용자가 옮아갈 방향이 어느정도 명확한 환경의 사용자 경험(UX)을 보조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런데 구글은 자사 이익에 들어맞는 이질적인 형태로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즉 구글은 향상된 UX를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브라우저 개발사들과 서비스제공사들이 상호협의한 표준을 무시하고 다른 용도와 형태로 남용한다는 것이다. '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는 사훈이 무색한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