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피해’ EBS, 전화위복 기회?

각계 도움 손길에 신사옥 이전도 ‘속도’

일반입력 :2011/08/02 16:03    수정: 2011/08/02 17:39

정현정 기자

최근 중부지방을 강타한 기습 폭우로 초유의 피해를 입은 EBS가 전화위복 기회를 맞았다. 각계에 열악한 제작 환경을 알리며 지원을 약속받은 데다 2015년으로 예정됐던 신사옥 이전도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곽덕훈 EBS 사장은 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8회 EBS 국제다큐영화제’ 기자초청 설명회에서 “2014년 말 사옥 완공 후 2015년 6월 이사를 예정하고 있었지만 이번 재해를 계기로 사옥 이전을 조금 앞당길 생각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EBS는 지난달 27일 집중 호우로 인한 우면산 산사태로 우면동에 위치한 방송센터에 토사가 유입되면서 한 때 라디오 정규방송이 중단되고 TV 일부 생방송 프로그램 제작과 방송 송출에 차질을 빚는 등 피해를 입었다.

이번 폭우로 방송센터가 3층까지 침수되고 4개 TV스튜디오 중 3개에 토사가 유입되는 등 90억원에 가까운 피해가 발생해 완전 복구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한 실정이다.

EBS는 침수피해복구대응단을 구성하고 상시 전원을 공급할 수 있는 임시 변전실을 방송센터 건물 외부에 설치해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또, 200여명의 임직원들과 지원을 나온 수도방위사령부 군병력 200여명, 서울경찰청 소속 경찰 80여명이 토사 제거 등 피해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이다.

폭우 피해가 알려진 이후 방송계를 중심으로 각계의 관심과 도움의 손길이 쏟아지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로 이뤄진 한국방송협회는 방송시설 복구 등 EBS 방송 정상화를 위해 협회 차원에서 전력 지원키로 뜻을 모았다. KBS는 파괴된 EBS 스튜디오가 복구될 때까지 KBS 수원 스튜디오 무상임대를 적극 검토하고 있으며 전사적인 지원을 추진키로 했다.

앞서 지난달 29일에는 방송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인규 KBS 사장과 부회장인 우원길 SBS 사장 등 방송협회 회장단이 EBS 우면동 방송센터를 방문해 임직원들을 위문하고 격려금을 전달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도 2일 EBS 수해복구현장을 살피고 직원들을 격려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2015년으로 예정됐던 신사옥 이전 작업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전재희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침수된 스튜디오와 세트실, 기전실 등을 직접 살펴본 뒤 “EBS 방송센터는 건물이 노후한데다 주변 환경이 재난에 취약해 방송 시설이 정상 가동된다 하더라도 안전이 상당히 염려된다”며 “2015년으로 예정된 경기도 일산 EBS 신사옥 신축과 이전을 서두르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당부했다.

전 위원장은 EBS 신사옥 이전과 관련해 조만간 당정협의를 거쳐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고 EBS 정상화를 위해 국회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서울 서초구 우면동에 위치한 EBS 방송센터는 1973년 EBS가 한국교육개발원 방송부로 출발한 이후 1976년 방송용 건물로 지어졌으며, EBS의 규모가 커지면서 기존 건물을 확대 증축해 지금까지 35년 동안 방송용 건물로 사용되고 있다.

EBS는 2015년 시설 이전 완료를 목표로 경기도 고양시 한류월드 내에 디지털통합사옥 건립을 추진 중이다다. 통합사옥에는 TV·라디오 제작 시설 외에 시청자를 위한 공개홀 등이 조성될 계획이다.

곽덕훈 사장은 “통일 시대 지리적 이점을 가진 일산 신사옥 건립을 통해 통일에 대한 대비를 해야한다”면서 “서울에서는 다소 떨어져 있지만 도심 지역에 스마트 오피스를 구축하고 화상 연결을 통해 어디서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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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각에서는 “천재지변과 전시 등 비상상황에서 국민의 눈과 귀 역할을 해야 할 국가기간방송이 끊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비상시에 대비한 송출 시스템 점검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곽 사장은 “방송이 중단되는 돌발상황은 벌어질 수 있지만 폭우로 우면산이 무너지는 일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라며 “그 동안 대비가 잘 된 덕분에 직후 메인 스튜디오를 도곡동 본사로 옮기고 변전실을 임시로 설치해서 신속히 방송 송출을 재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