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x86서버 시장을 움직이는 사람들

일반입력 :2011/08/02 09:46    수정: 2011/08/02 10:03

x86서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IT예산 정체와 클라우드 컴퓨팅 대세론 속에서 비용절감에 초점을 맞춘 기업들의 움직임, 제품 성능의 향상이 주요 원인이다.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아시아태평양지역시장에서 x86서버는 전년동기 대비 출하대수 21%, 매출 31% 씩 성장했다.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로 넘어갔듯, 언젠가 유닉스도 x86로 넘어갈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IT인프라가 오픈 컴퓨팅으로 변화하는 추세기 때문이다.

국내 x86서버 시장은 한국HP, 한국IBM, 델 등의 삼파전이다. 출하대수 기준으로 한국HP가 5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차지했고, 델과 한국IBM이 20%대로 엎치락뒤치락 2위를 다툰다. 그 뒤를 한국오라클, 한국후지쯔 정도가 한자릿수 점유율을 보이고 있으며, 시스코코리아가 조금씩 떠오르고 있다.

여러 회사중 조직적으로 제대로 된 틀을 갖춘 기업은 한국HP와 한국IBM 정도다. 이곳에서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인물은 김영채 한국HP 엔터프라이즈서버스토리지네트워크(ESSN) ISS사업부 이사와, 박완호 한국IBM 시스템테크놀로지그룹(STG) 시스템x사업부 상무다. 그리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20년넘게 국내 x86시장에서 활약해온 김훈 시스코코리아 상무가 움직인다.

■한국HP, x86 천하를 노린다

한국HP는 1위답게 각종 대규모 프로젝트와 유통채널 비즈니스 전방위에서 얼굴을 비춘다.

김영채 이사는 지난해 여름부터 한국HP x86사업을 전담하는 ISS사업부 수장을 맡았다. 이전까지 엔터프라이즈서버스토리지네트워크(ESSN) 사업부 마케팅을 담당했지만, 과장 시절부터 ISS사업부에서 스토리지를 맡기도 했으며, 하드웨어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김 이사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HP에게 더없는 기회라 보고 적극적으로 나섰다. 초점은 고객 친화적인 비즈니스다. 기존 채널유통 중심에서 고객 맞춤형 솔루션 제공으로 시장 트렌드가 옮겨갈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스토리지, 네트워크, 서비스 등에서 고객이 원하는 것에 발빠르게 대응하는데 주력한다.

그가 x86사업을 맡은 후 한국HP는 국내 클라우드의 확산에 따라 큰 수혜를 입었다. SK텔레콤, LG유플러스, 삼성SDS, LG CNS, SK C&C, 호스트웨이IDC 등 6대 클라우드 서비스업체가 HP의 x86을 선택했다. 대규모로 클라우드 사업을 추진하는 KT도 HP의 주요 고객이다.

김 이사는 HP 강세의 이유로 고객 수요에 맞춰 빠르게 신제품을 내놓는 것을 꼽는다.

x86은 여러 제조회사로부터 CPU, 메모리, 스토리지 등을 가져와 조립한다. 단순히 조립만 하는게 아니라 벤더가 축적한 여러 기술을 녹여 성능을 최적화하는 것이 서버 벤더의 경쟁력이다.

그는 “HP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광범위한 서플라이체인을 가진 회사로서 빠르게 제품 성능을 업그레이드하고 차별화하는 강점을 가졌다”라며 “세계 유수 고객들이 HP 서버를 첫손가락으로 꼽는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요즘 국내 지상파 방송사에서 방영중인 ‘탑밴드’란 프로그램을 즐겨 본다. 아마추어 록밴드 서바이벌 방송인 ‘탑밴드’는 학창시절 기타리스트로서 밴드 활동을 했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그는 록매니아로서 1980~90년대 한국 록·메탈 역사를 꿰고 있다.

■한국IBM, 컴퓨팅의 모든 것

박완호 한국IBM STG 시스템x사업부 상무는 1991년 입사한 이래 20년동안 IT업계에 몸담았다. 닷컴열풍이 불던 2000년 초반 잠시 벤처로 자리를 옮겼다가 2004년 한국IBM으로 돌아왔다.

주로 한국IBM의 스토리지, x86을 담당했지만, 입사 초 고객 관리를 맡아 메인프레임, 유닉스 등도 해박하다.

지난해 시스템x사업부 수장을 맡은 박 상무는 4소켓 이상의 고성능 제품에 주력했다. 또한, 클라우드 컴퓨팅을 발판삼아 한국HP의 철옹성을 흔들겠다는 자신감을 보인다. 한국IBM은 4소켓 이상의 고성능 제품 중심으로 대기업 프로젝트에 힘을 쏟고 있다.

그는 고객의 어떤 요구에도 가장 확실한 해답을 내놓을 수 있는 IT기업은 IBM뿐이라고 강조한다. 메인프레임, 유닉스, x86, 스토리지, 네트워크 하드웨어뿐 아니라, 운영체제, 미들웨어, 데이터베이스 등의 SW와 서비스까지 없는 게 없다는 얘기다.

최근 오라클, HP, 델 등 경쟁사들은 통합 솔루션 확보를 위해 M&A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그는 “여전히 IT 전 분야에 걸쳐 IBM처럼 모든 것을 가진 곳은 없고, 100년 동안 축적된 노하우를 녹여내기 때문에 확실한 경쟁력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4소켓 x86 서버에 채용된 메모리 대역폭 확장기술인 MAX5는 메모리 I/O를 두 배로 늘렸다. CPU와 메모리의 병목현상을 줄이고, 성능을 최대화하는 기술이다. 플래시 노드란 기술도 있다. 2소켓서버 2대 중 하나를 백업용으로 두고, 갑자기 용량을 증설해야 할 시점에 자동으로 살려주는 기술로 메인프레임에 뿌리를 둔다.

그의 취미는 골프다. 특이하게 필드보다 연습장에 나가는 걸 즐긴다고 한다. 골프 자체도 재밌지만 골프채를 마음껏 휘두르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푼다는 것이다.

토요일 새벽, 그는 혼자 승용차에 골프채를 싣고 음악을 크게 틀으면서 골프연습장으로 향한다. 2시간 동안 쉬지 않고 골프채를 휘두르고 땀에 젖어 집에 돌아가면 10시. 그리고 주말을 보내고 치열한 한주를 보낸다.

■신생아 시스코, 그리고 22년차 x86 전문가

김훈 시스코코리아 유니파이드 컴퓨팅 시스템(UCS)사업 총괄 상무는 한국 x86서버 시장에서 22년 동안 활약한 전문가다. 한국HP의 x86서버 사업을 이끌었던 인물로서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거쳐 작년 시스코코리아에 합류했다.

한국HP의 x86전성기는 김 상무로 시작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9분기 연속 목표실적 달성이 대표적인 예다. 업계에서 활용되는 각종 영업·마케팅 전략이 그의 손에서 만들어져 오늘까지 이어져온다.

오랜 경험으로 경쟁사 인맥도 넓다. 현재 한국HP와 한국IBM 등에 김 상무의 부하직원 출신들이 두루 포진했다.

시스코 UCS서버는 지난 2009년 처음 세상에 나온 이래 2년 만에 시장조사업체 보고서에 등장했다. 블레이드서버는 북미지역에서 델을 제치고 점유율 2위에 오르는 등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인다. 작년 출시된 랙마운트 서버 역시 점차 인지도를 쌓아가는 모습이다.

한국의 경우 인터넷 서비스업체에 랙마운트형 UCS서버를 대량 공급했고, 가상화와 VDI 분야에서 확대조짐을 보인다. 한국HP의 막강한 채널망을 역이용해 소규모 사업을 공략하는 전략도 폈다. 규모가 큰만큼 신경쓸 여력이 없는 틈이 존재한다는 계산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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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시스코가 한국HP의 아성을 무너뜨릴 유일한 회사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기술력과 시장전략 등에서 어느 경쟁사보다 큰 잠재력을 가졌다는 점 때문이다. 현재의 전략을 잘 유지하고, 조직체계만 잘 갖춘다면 얼마든 시장 리더로 부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술과 담배를 일체 입에 대지 않는다. 대신 그는 가끔 지인들과 함께 포커게임을 한다. 적당히 자기 패를 보여주면서, 결정적인 한방은 감추는 포커의 매력 때문이란다. 그의 히든카드는 아직 감춰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