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연구소의 상반기 실적 호조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 13일 안랩이 상반기 매출액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실적을 공개했다. 증권가는 안랩의 상반기 성장세를 두고 네트워크 보안 분야 매출 상승으로 인한 성장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보안업계 일각에서는 어울림정보기술의 최근 부진에 따른 반사이익이라고 분석했다.
안랩은 올해 상반기 매출 433억원, 영업이익 7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해 각각 45.1%, 92.1%로 증가해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안랩 역시 네트워크 보안 사업의 매출 상승이 가장 큰 성장 동력이라고 자체 평가했다.
실제 안랩의 네트워크 보안 사업은 지난해보다 3배 이상 성장, 전년 동기 대비 300% 이상 성장했다. 상반기 최대 보안 사업이었던 우정사업본부의 망분리 사업 수주는 물론 지난 3월에 발생한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으로 인해 좀비PC차단 솔루션 ‘트러스와처’가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
안랩 측은 “지난해 연구개발 집중을 통해 차세대 보안제품 및 신규 보안 서비스 등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증권가는 긍정적인 평가를 쏟아냈다. 상반기 실적 발표 이후 대신증권, HMC투자증권 등의 애널리스트들은 안연구소가 V3백신 이외에도 신규 성장엔진 장착과 연이은 보안사고 특수로 인해 지속적인 실적 상승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병태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안연구소가 올해 2분기 전체 매출 중 네트워크 보안 매출액만 55억원으로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보안업계 일각에서는 안랩의 네트워크 보안 매출이 상승한 것은 큰 성과지만, 어울림정보기술의 네트워크 보안 부진이 특혜로 돌아간 부분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국내 네트워크 보안 시장은 시큐아이닷컴과 어울림정보기술이 이끌어 왔고, 이 분야의 대표격 솔루션인 '방화벽' 시장에서 어울림정보기술의 영향력이 상당했다.
보안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어울림정보기술의 내부 운영자금 부족과 실적부진으로 회사 운영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공공정보통신서비스(NIS) 사업도 시큐아이닷컴과 안랩에 기회가 돌아간 것 같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러한 결과가 당연하다라는 평가도 있다. 시큐아이닷컴, 어울림정보기술, 안랩 외에 몇몇 외산업체 및 소규모 업체가 경쟁하는 상황에서 어울림정보기술의 약세는 안랩에게 좋은 기회라는 것이다. 외산업체의 경우에는 유지보수 부분에서 고객사 불만이 많을 수 있어 어울림정보기술의 빈 자리를 안랩이 가져갈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사실상 그 동안 어울림정보기술은 매출 대부분은 네트워크 보안 사업을 통해 거둬들여왔다. 2009년에는 240억원, 반기 매출도 116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올해 반기 매출은 공시되지 않은 상태지만, 1분기 매출액이 40억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안연구소의 네트워크 보안 매출액을 뛰어넘지 못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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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큐아이닷컴의 한 관계자는 “기존 방화벽 시장에서 어울림정보기술과 함께 10%정도의 매출을 차지했던 것을 감안하면 최근 이들의 시장파이가 소폭 감소했을 수 있다”면서 “올해 자체적으로 추산하는 네트워크 보안시장 규모가 1천900억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큰 성과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안업계 한 관계자는 “안연구소가 네트워크 보안 시장에 등장해 비교적 좋은 입지를 형성해 나가고 있는 것은 의미있는 성과인 것은 확실하지만 기본적으로 보안 특수 등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입은 수혜도 있음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때문에 앞으로도 실질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