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책 독자들은 상반기 어떤 콘텐츠를 가장 많이 읽었을까?
27일 전자책업계에 따르면 장르문학에 편중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 상반기엔 문학, 경제경영, 자기계발, 인문학 등 다양한 분야 전자책 콘텐츠 판매가 급증했다.
가장 많이 판매된 분야는 단연 문학이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장르소설을 포함한 문학 분야 판매량은 57.3%로 전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경제경영과 자기계발 서적도 선전했다. 자기계발은 26.6%로 2위, 경제경영은 19.4%로 3위를 차지했다. 종이책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인문서도 10.1%를 기록해 전자책 변환 흐름에 합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온라인 서점별로 많이 판매된 전자책 순위가 다르다는 점도 눈에 띈다. 교보문고에서 판매된 전자책 다수가 자기계발서였다면, 인터파크에선 문학작품이 가장 잘 나가는 콘텐츠였다. 종이책 판매 순위와 유사한 결과를 낸 곳이 있는 반면, 전자책과 종이책이 전혀 다른 시장을 형성한 것으로 파악되는 서점도 있다.
한국이퍼브 관계자는 이같은 상황을 두고 “온라인서점마다 마케팅에 주력하는 전자책 콘텐츠가 다르다”며 “출판사와 협력관계, 마케팅 방향 등에 따라 각 서점서 가장 많이 팔린 전자책도 모두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라 설명했다.
지디넷코리아는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 북큐브네트웍스, 바로북 등 국내 주요 온라인서점서 상반기 가장 많이 판매한 전자책을 살펴봤다. 다음은 각 서점별로 가장 많이 판매된 전자책 목록이다.
■교보문고, 자기계발서 '강세'
교보문고서 상반기 가장 많이 팔린 전자책은 자기계발서 ‘3분 안에 상대를 내 뜻대로 움직이는 설득기술(나라원)’로 집계됐다.
이 책은 상사와 부하 직원, 판매 사원과 소비자, 교사와 학생, 부부, 친구 등 다양한 인간관계서 주도권을 갖고 상대를 설득하기 위한 지침서다. 3분이란 시간 안에 상대를 내 편으로 만드는 구체적 실천방법을 제시한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이 책의 인기요인을 3천원이란 저렴한 가격과 종이책으로도 인기 소재인 '설득의 기술'을 담았기 때문이라며 전자책의 주요 독자인 20~30대가 저렴한 가격으로 짧은 시간동안 읽을 수 있는 경영 스킬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외에 ‘168시간 일주일 사용법(비전코리아)’ ‘유머충전소(매월당)’ ‘악마의 연애술(새움)’ ‘인간관계론(더클래식)’ ‘성공한사람들의 시간관리 습관(문장)’ 등 자기계발서 5종이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교보문고측은 자기계발서가 전자책 부문서 선전하는 이유를, 디지털 기기에서 읽기 쉽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했다.
상반기 종이책으로 1만권 이상 팔리며 인기를 모았던 ‘지리산 행복학교’와 ‘리딩으로 리드하라’가 전자책으론 각각 380권, 700권 판매에 그치며 저조한 성적을 보였던 것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빠르게 읽히는 자기계발서는 보유한 콘텐츠에 비해 판매량이 크게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서점 관계자는 '168시간 일주일 사용법' 등이 전자책으로 2천권 넘게 팔리면서 읽기 쉬운 도서가 전자책으로 잘 나간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라며 문학, 경제경영, 자기계발 분야는 보유한 컨텐츠의 비해 매출비중이 높아 베스트셀러 컨텐츠의 경쟁력이 높은 것이라 전망했다.
■'예스24·알라딘', 전 분야 고른 판매
예스24와 알라딘에선 청소년 학습서인 ‘최상위 1%의 공부법(김앤정)’이 가장 많은 독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입시 성공을 위한 시간 관리법을 담은 이 책은 집이나 학교에서 시간 관리법, 생활계획표 만드는 법, 수면 시간 관리법 등 효과적으로 공부 시간을 관리하는 다양한 팁을 수록하고 있다. 시간을 지배하는 이가 공부도 잘하고 자신의 인생도 잘 관리하는 법이라고 말하는 책이다.
알라딘 관계자는 1천원짜리 전자책으로 부담없이 구매가 가능한 가격이면서, 저가임에도 볼만한 내용이라 많이 판매 된 것이라 평했다.
1위를 제외한 나머지 인기 도서 결과는 양사가 서로 달랐다. 예스24에선 추리소설인 ‘셜록홈즈 단편선 41-춤추는 사람 그림(피드백)’과 역사서인 ‘조선의 추악한 배신자들(경덕출판사)’가 많이 판매되며 2·3위에 올랐다.
이에 비해 알라딘에선 기욤 뮈소의 소설 ‘종이여자(밝은세상)’가 2위에, KBS 수요기획팀이 제작한 ‘하루 10분의 기적(가디언)’이 3위에 올랐다.
예스24 관계자는 지난해에 비해 웹과 앱을 통한 전자책 판매가 크게 늘었다며 장르문학 뿐만 아니라 문학, 자기계발, 인문사회 등 다양한 분야 전자책 매출이 증가하는 추세라 말했다.
■인터파크, '문학'이 제일 잘 나가
인터파크서 가장 많이 팔린 전자책은 조선시대 역사를 다룬 ‘기상천외한 조선왕조실록(김앤정)’이다.
저자는 독자들이 학교서 배운 역사 지식 사이의 빈틈에서 질문을 제기하며 조선 왕조 실록을 근거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두 명이었다든가, 조선에도 변호사가 있었다든가 하는, 역사 교육에서 접하지 못했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풀어놨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김앤정은 종이책 시장서도 얇고 저렴한 책으로 젊은 독자층에 인기를 끌어왔다”며 “읽기 편하면서 저렴하고, 내용도 괜찮다는 점이 전자책 시장서도 선전하게 된 이유”라 설명했다.
이 외에 10위권 목록에 문학 작품이 5종이나 올라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독일소설인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북로드)’을 비롯해 ‘빅 픽처(밝은세상)’ ‘종이 여자(밝은세상)’ ‘브리다(문학동네)’ ‘고구려(새움)’ 등이 10위권을 기록했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타 서점에 비해 문학과 경제경영 콘텐츠 확보에 앞서 있다”며 “이는 인터파크가 출판사와 연계하는 정책을 잘 유지해왔기 때문”이라 말했다.
■북큐브, 인문서로 차별화 노려
북큐브네트웍스에선 인문고전 독서를 강조하는 자기계발서 ‘리딩으로 리드하라(문학동네)가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이 책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인류 역사를 움직여온 위대한 개인, 조직, 국가 뒤에는 항상 탄탄한 인문고전 독서 전통이 자리하고 있었음을 강조한다. 아울러 기존 방식을 훌쩍 뛰어넘어 새로운 영역을 창조해온 천재들의 독서법을 공개한다. 아울러 고전 초보자에 단계별 추천도서 목록을 비롯한 실용적 정보를 담았다.
2·3위에 오른 전자책은 역사서인 ‘수메르, 혹은 신들의 고향(도서출판 이른아침)’과 사회과학 서적 ‘조국, 대한민국에 고한다(21세기북스)’였다. 가볍게 읽기 좋은 콘텐츠가 전자책으로 잘 팔린다고 생각하던 기존 통념과는 다른 결과라 주목할만 하다.
북큐브 관계자는 시리즈물을 다 합친 장르문학이 아직 매출 비중이 가장 크지만 콘텐츠가 다양해지면서 단행본도 많이 판매되고 있다며 특히 '수메르'의 경우, 좋은 콘텐츠라는 것이 SNS 등을 타고 입소문이 나서 마니아층이 많이 구매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바로북, 장르문학이 전자책 효자
로맨스, 무협, 판타지 등 장르소설은 국내 전자책 시장의 총아다. 바로북은 최근 ‘나는 무협작가다’ 이벤트를 열며 장르문학 전자책화에 앞장섰다.
바로북서 가장 많이 팔린 무협소설은 ‘십왕독보(프로무림)’다.
십왕독보는 무공비급의 비밀을 파헤치는 내용을 담았다. 이 책의 저자 와룡강은 ‘무림군웅보’로 무협소설에 입문, ‘군무’ ‘사대천왕’ 등 100여종 소설과 ‘혼돈마조’ ‘묵시록’ 등 만화 시나리오를 집필한 유명작가다.
로맨스 소설로는 ‘빛의 꽃 희서랑(러브홀릭)’이 최다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다. 사랑과 천륜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여주인공과 과거 상처로 고통 받는 내면이 연약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를 주제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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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두 책 모두 권당 3천500원에 책정됐다.
바로북 관계자는 “장르문학이 국내 전자책 시장서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특히 1권이 재밌으면 다음 권도 유료 구매하는 등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