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리스 카메라 인기는 아직도 식지 않았다. 오히려 요즘 날씨처럼 더욱 뜨거워졌다. 더 이상 DSLR만으로 렌즈교환식 카메라를 논하기 어려울 정도다. 머지않아 미러리스 카메라가 DSLR 보급률을 넘어선다는 말까지 나온다.
DSLR 카메라 내부의 거울과 프리즘을 없앤 미러리스 카메라는 태생적으로 휴대성을 강조한다. 이 때문에 카메라 제조업체들은 저마다 가장 가벼운 카메라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보였다.
이 가운데 소니는 벌써 미러리스 카메라 세대교체를 선언했다. 넥스-3와 넥스-5에 이어 넥스-C3를 선보인 것이다. 아쉽게도 공개 당시는 가장 가벼운 미러리스 카메라였지만 뒤이어 발표한 경쟁사 제품에 최경량 타이틀을 뺏기고 말았다.
전작부터 다른 미러리스 카메라보다 뛰어난 화질을 내세웠던 소니는 이 욕심도 버리지 않았다. APS-C 이미지 센서를 사용한 반면 카메라 크기는 확 줄였다. 그럼에도 소니 DSLR 알파 시리즈에 탑재되는 센서 크기를 그대로 사용했다. 1천620만 유효화소에 무게는 225그램(g) 카메라가 탄생했다.
■조금이라도 더 작게, 더 가볍게
넥스-C3를 이리 저리 돌려보면 얼마나 작게 만들려고 했는지 알 수 있다.
SD 메모리 카드와 배터리는 서로 다른 슬롯에 넣어야 한다. 배터리와 메모리 카드가 겹치는 두께마저 줄이기 위한 의도가 엿보인다. 역시 USB 포트와 HDMI 포트는 카메라 왼쪽 면에 서로 다른 커버 아래 있다. 무엇하나 겹치지 않고 따로 따로 최소한의 두께를 구현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장 플래시를 사용한 점도 눈길을 끈다. 실제 몽당 연필만큼 가벼운 플래시 무게도 카메라에 포함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은 것이다. 필요할 때만 달아서 쓸 수 있게 했지만 너무 작다 보니 렌즈를 끼운 상태에서 플래시를 조립하는 일이 굵은 손가락으로는 불편하기도 하다. 대신 조금이라도 가벼운 카메라를 사용하는 만큼 플래시를 끼울 때 렌즈를 잠깐 빼두는 과정이 큰 어려움은 아니다.
몇 개 되지 않는 조작 버튼을 보면 슬림한 크기를 위해 이마저 생략했나 생각하게 한다. 때문에 하위 메뉴로 여러번 들어가야 찾으려는 기능을 만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도 들지만 실제 사용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전 제품이 지적받았던 조작성을 개선해 메인 메뉴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다양한 촬영 설정을 변경할 수 있다.
조작 버튼을 줄이더라도 동영상을 촬영 버튼은 셔터 아래 따로 위치시켰다. 동영상 모드로 바꾼 다음 셔터를 누르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다. 즉 사진이나 동영상이나 손쉽게 전환 촬영이 가능하다. 다만 풀HD가 아닌 720p HD급 영상만 촬영할 수 있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크기와 무게를 줄였지만 이미지 센서 크기를 크게 만들었어도 부족할 수 있는 부분은 중앙, 하이라이트, 그림자를 각각 촬영한 후 1장의 사진으로 만들어주는 'HDR' 기술 등으로 보완했다. 소니가 밝힌 대로 시그마나 탐론 등 써드파티 업체가 E-마운트 렌즈만 충분히 만들어준다면 가벼우면서 DSLR 못지않은 미러리스 카메라를 사용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카메라는 쉬워야 한다?
넥스-C3가 다른 미러리스 카메라와 가장 크게 비교되는 점은 간편한 조작이다. 촬영만 쉽게 할 수 있게 한 것이 아니라 후보정 작업도 일부 생략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끈 기능은 정지 영상이나 동영상 촬영시 바로 이미지에 특수 효과를 적용하는 ‘사진효과’ 기능이다. 사진효과에는 ▲컬러 추출 ▲레트로 포토 ▲팝 컬러 ▲하이 콘트라스트 ▲모노크롬 ▲포스터 효과 ▲하이키 ▲토이 카메라 등이 있다.
컬러 추출을 사용하면 빨강, 노랑, 파랑, 초록 등 4가지 색상만 표현하고 이외의 색은 흑백으로 처리할 수 있다. 토이 카메라 기능은 마치 로모 카메라로 찍은 것처럼 이미지 주변부를 어둡게 만든다. PC에서 포토샵이나 프리미어 등을 이용해 작업하지 않고 몇 번 버튼을 눌러 설정하기만 하면 바로 이같은 효과가 적용된 사진과 동영상을 얻을 수 있다.
특히 배경 흐림 기능은 카메라 초보자도 아웃포커스 효과를 쉽게 연출할 수 있게 했다. 더불어 뒷배경을 얼마나 흐리게 할지도 조절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조리개 값과 셔터스피드를 일일이 만지지 않아도 된다.
이로 인해 넥스-C3를 사용해보면 사용 설명서가 필요없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조작 버튼 가운데 촬영팁을 누르면 인물, 접사, 역광, 야경, 스포츠 촬영 등 어떻게 찍어야할지 설명한다. 또한 다양한 기능을 설정할 때마다 윈도가 설치된 PC에서 F1키를 눌렀을 때처럼 하나하나 친절한 설명을 제공한다.
예컨대 촬영 모드에서 ‘셔터 우선’을 선택하면 “움직이는 피사체의 효과를 다르게 하려면 셔터속도를 수동으로 조절. 속도가 빠를수록 순간적으로 멈춘것처럼 보임. 느릴수록 움직임이 포착됨.”이란 상세한 글귀가 나온다. 한글만 알면 넥스-C3가 가진 기능을 모두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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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그치지 않고 최대한 쉬운 용어를 사용해 카메라를 접하지 않았던 사람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조리개' '노출값' '화이트밸런스'와 같은 용어를 쓰지 않고 '배경흐림' '밝기' '색상' 등으로 표현해 무엇을 어떻게 찍어야 할지 알 수 있다.
휴대성과 화질을 내세운 넥스-C3는 무엇보다 ‘가볍고 쉬워졌다’는 점이 가장 돋보인다. 카메라 후발주자인 소니코리아가 미러리스 카메라 하나만으로 국내 렌즈교환식 카메라 시장 1위로 나서겠다는 목표는 넥스-C3를 통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