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애플 CEO가 유명 대학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수료한 인재였다면 어땠을까?
美씨넷은 16일(현지시간) 잡스 CEO가 MBA 출신이었을 경우 애플의 운명을 예상해본 시나리오를 내놔 흥미를 끌었다.
씨넷은 지금 미국 경제를 이끌어 가는 수많은 MBA 출신들이 항상 회사에 꼭 맞는 것은 아니다며 특별히 제품 혁신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사업은 두말할 나위 없다고 분석했다.
스티브 잡스 애플 CEO는 1972년 美리드대학에 입학했지만, 가정형편과 적성을 이유로 한 학기 만에 자퇴했다. 그러나 결과로 놓고 본다면 '고졸' CEO 잡스가 애플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워 냈다. MBA출신이 애플을 경영한다고 상상해 보면 이같은 결과를 낼 수 있었겠냐는 것이 외신의 지적이다.
제품 생산에 영감을 부여하는 대신 위험성을 줄이고, 대차대조표 작성이 쉬운 것을 우선 순위로 올리는 게 다수 기업들의 경영 현실이다. 단순히 투자 대비 수익만 고려한다면, 애플은 지금쯤 아이패드 대신 넷북을, 아이폰 대신 네트워크 휴대폰을 만들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밥 루츠 전 제너럴모터스(GM) 부사장은 최근 MBA 수료 CEO들이 1970년대 이후 다수 IT기업의 수장으로 올라섰다고 지적했다. 주주들이 MBA 출신을 신임하면서 최고 경영자의 자격 조건으로 '고학력'을 꼽았지만, 이는 오히려 혁신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동됐다는 것이다.
예컨대 엔지니어 출신 애플 임원이 CEO에 가서 맥북에어를 제안했다고 가정해 보자. 합리적이며 투자 대비 수익을 철저히 고려하는 MBA 출신은 과연 맥북에어를 단번에 찬성했을까?
다음은 씨넷이 예상한 시나리오다. MBA 출신 애플 CEO를 M이라고 놓고, 엔지니어를 E라고 가정하자.
M: 뭐? 당신이 원하는 것이 가능한 나사 연결을 최소화한 알루미늄 몸체 일체형 노트북이라고? 그게 생산단가가 얼만지 알기나 해? 다른 회사서 그런 제품 만든 걸 본적이 있어? HP? 소니? 누가 그런걸 사려고 하겠어? 당신, 제정신이야?
E: 알았어요, 그렇다면 다른 아이디어를 하나만 더 들어봐요. 이건 슬레이트나 태블릿이라고 하는거에요. 10인치 화면이죠. 엄청 가벼워서 갖고 다니기 편하죠. 무게는 1.5파운드 이하여야 겠죠? 스마트폰과 같은 운영체제(OS)를 써서 쉽고 간편하게 작동하는 제품 말이에요
M: 그만. 알았어, 충분히 들었어. 10인치 제품인데 키보드가 없다고? 누가 그걸 쓸 수 있겠어? 다 그냥 노트북을 사겠지. 그리고 우리 이미 그런거 만들어 봤잖아! 당신, 아직도 유니바디니, 알루미늄이니 그런 생각하지? 그동안 회의 시간에 뭐 한거야? 메모도 안하는거야?
맥북에어를 거절한 CEO가 아이패드라는 보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받아 들이기는 쉽지 않을 터. '혁신'을 앞세운 제품이 당장 눈앞의 수익을 중요시 하는 MBA 출신들에선 나오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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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애플의 성공 이후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미국 기업들에서도 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채택하기 시작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인텔이 꼽혔다. 애플이 폭스콘이나 삼성 등 아시아 지역 회사로부터 부품을 공급받는 대신, 인텔은 혁신 아이디어로 애플보다 나은 제품을 만들려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씨넷은 애플이 만든 제품이 다른 컴퓨터나 전자 회사가 만든 제품과는 많이 다르다며 (왜 그런지에 대해서) 수많은 기술 회사들이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이라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