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HP 갈등 틈에 IBM '윈백 공세'

일반입력 :2011/07/07 08:22

오라클과 HP의 갈등 뒤에서 조용히 미소지었던 빅블루가 움직였다. HP와 오라클 솔루션 사용자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할인을 제공하는 윈백 프로그램을 가동한 것이다. 오라클과 HP가 법정 소송에 휩싸인 틈을 타 서버와 데이터베이스(DB)시장을 장악하려는 마수(?)를 뻗쳤다.

최근 영국 IT미디어 더레지스터에 따르면, IBM은 HP 유닉스서버와 오라클 데이터베이스(DB) 사용자의 IBM 메인프레임, 파워시스템(유닉스), 시스템X(x86) 등으로 대규모 이전을 위한 '브레이크프리(Breakfree)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브레이크프리 프로젝트는 지난달부터 시작됐다. 이 프로젝트는 세 가지 방향으로 이뤄진다. ▲유닉스 서버와 DB를 IBM 제품으로 전면 교체 ▲하드웨어나 SW만 교체 ▲IBM DB2의 인텔 아이태니엄 프로세서 지원여부 인식제고 등이다.

IBM의 새로운 윈백 프로그램은 HP만 겨냥하지 않았다. 이 기회에 오라클 DB도 이겨보자는 의지를 보인다.

■유닉스, DB까지 절반가격 빅블루에게 오라

IBM 브레이크프리는 HP 유닉스서버뿐 아니라 오라클 DB까지 함께 바꾸길 원하는 고객에게 패키지 상품을 제안한다. 파워7, DB2 데이터베이스, 웹스피어 미들웨어, 티볼리 시스템 매니지먼트, 보안툴 등을 포함한다. 사전 구성된 제품으로서 40~50%의 낮은 가격을 내세운다.

예를 들어 HP 슈퍼돔2 32코어를 사용하고 오라클 DB를 쓸 경우 3년 간 투입되는 비용은 총 72만160달러다. 이를 12코어의 IBM 파워770, IBM DB2, 마이그레이션 팩토리 등으로 교체하면, 총비용이 36만800달러에 불과하다. 절반에 가깝다.

다음으로 오라클 SW는 유지하고 HP 유닉스를 교체하는 경우를 노린다. 자신들의 소프트웨어 스택 교체를 원치 않는 고객이 많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 마이그레이션팩토리를 이용해 지원금과 할부금융을 제공한다.

마지막은 심리전이다. IBM은 HP UX에 IBM이 자체적인 DB와 미들웨어SW를 제공한다는 점을 인지시키려 한다.

이니 수 IBM 데이터베이스 제품 전략 부사장은 “아이태니엄은 IBM DB2를 지원하는 핵심 플랫폼 중 하나”라며 “DB2의 다음버전은 HP 유닉스에 대한 지원을 계속할 것이며, 플랫폼계획에 어떤 변화도 없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IBM SW가 HP 하드웨어에서 잘 운영될 수 있는 노하우를 IBM이 갖고 있다는 점도 강조됐다.

■‘오라클-HP vs. IBM’ IT 삼분지계

오라클은 지난 3월 인텔 아이태니엄 프로세서의 차세대 모델에 대한 SW개발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아이태니엄 프로세서를 유닉스 서버칩으로 사용하는 가장 큰 회사인 HP를 향한 비수였다. 현실화되면 HP 유닉스는 오라클 DB를 이용할 수 없다.

HP는 급기야 지난달 캘리포니아 법원에 오라클이 계약을 위반했다며 고소장을 제출했다. 현재 두 회사는 서로 날선 비난을 주고받으며 대치중이다.

두 회사의 싸움에서 가장 큰 이득을 볼 곳은 IBM이다. 시장 절반을 장악한 유닉스사업이 반사익을 누리기 때문이다.

IBM은 유닉스 하드웨어, DB, 미들웨어를 모두 가지고 있다. IT프로젝트에 나설 때 단독으로 참가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항하기 위해 HP와 오라클은 연합작전을 썼다. HP가 유닉스를, 오라클이 SW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같은 오라클과 HP의 연합은 그동안 각종 IT프로젝트에서 IBM을 이겨낸 원동력이었다. 상대편의 내분은 IBM에게 호재일 수밖에 없다.

한국HP 고위임원은 “HP와 오라클은 본사정책과 상관없이 여전히 국내에서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라며 “IBM과 대적하려면 두 회사의 연합은 필수적이기 때문에 진행중인 프로젝트도 많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래를 정확히 점칠 수 없지만 몇년 후면 양사의 문제점은 새로운 기술로 해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드웨어만 해도 오라클과 HP는 IBM과 경쟁한다. 오라클의 스팍과 HP의 인티그리티 서버는 IBM 파워시스템을 공략해야 하는 처지다. 더구나 IBM의 윈백프로그램은 두 회사를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요소다.

IBM은 윈백 프로그램으로 톡톡한 성과를 누려왔다. 2006년 설립된 윈백프로그램 ‘마이그레이션 팩토리’는 썬마이크로시스템(현 오라클)과 HP 등 경쟁사로부터 6천500여 고객을 빼앗았다. 오라클의 썬 인수 과정에서 60%에 해당하는 고객들이 마이그레이션 팩토리를 이용해 IBM을 택했다.

올해 1분기의 경우 IBM은 845건의 윈백에 성공했다. 이중 오라클 고객이 391건, HP 고객이 164건이다. 유닉스 서버인 파워시스템의 경우 210건이다. 이중 60%가 오라클, 40%가 HP 고객이었다. 이와 관련한 매출은 약 2억달러 규모다. 유닉스 사업이 경쟁사들의 전체 윈백규모인 평균 100만달러를 월등히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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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의 브레이크프리 프로젝트는 사실 HP보다 오라클 공략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볼 수 있다. 오라클의 다음 공격 대상이 IBM이란 점은 누구나 아는 사실. 이에 대한 사전공세인 것이다.

서버업계 관계자는 “오라클이 유닉스 시장에서 HP 유닉스를 먼저 공격한 것은 힘의 세기 차이 때문”이라며 “상대적으로 공략하기 쉬운 HP를 넘어선 후 SW와 하드웨어를 모두 보유한 유일한 경쟁자를 노린 전략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