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소셜·모바일게임 열풍에 이어 차세대 게임플랫폼 왕좌를 차지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해외에서는 페이스북과 징가, 플레이피쉬 등의 상생 모델이 제시됐으나 국내에는 아직 이렇다 할 차세대 게임플랫폼이 없다.
눈에 띄게 적극적인 곳은 포털이다. 싸이월드 앱스토어를 필두로 네이버 소셜앱스, 다음 요즘 등이 차세대 게임플랫폼을 목표로 지향한다. 통신사, 제조사, 모바일게임사 등도 발빠르게 플랫폼 경쟁에 뛰어드는 추세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시장이 형성되거나 모델이 정해지지 않았음에도 이들이 이렇게 게임플랫폼에 집중하는 까닭이 무엇일까. 본지에서는 차세대 게임플랫폼의 매력, 향후 전망에 대해 집중 조명해 본다.
①왜 게임플랫폼인가
②국내 플랫폼, 어디까지 와있나
③플랫폼 전쟁 개막, 승자는?
④훨훨 나는 모바일, 설 땅이 필요하다
⑤차세대 게임플랫폼, 성공이냐 카피캣이냐
본지 기획이 살펴본 대로 차세대 게임플랫폼은 이제 콘텐츠 사업자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사용자 사이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을 넘어 이를 기반으로 한 수익모델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국내에도 차세대 게임플랫폼 주도권을 놓고 업체 간 치열한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이용자를 끌어들여 새로운 수익모델을 발굴해야 하는 포털, 이동통신사, 게임사가 대표적인 플레이어다. 이미 모바일 양강 컴투스와 게임빌이 비슷한 시기에 경쟁에 뛰어들었으며 네오위즈 등도 가세했다. 다른 업체들도 공식화하지 않았지만 물밑 개발에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재까지 양상으로는 페이스북의 ‘미투전략’이라는 비판을 넘어서기 힘들다. 아직까지 콘텐츠 개발 경쟁 단계지만 좁은 내수시장,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는 법제도 등 다양한 걸림돌을 감안하면 외산 플랫폼의 ‘짝퉁’으로 남지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국내 차세대 게임플랫폼은 지금 ‘성공으로 가느냐, 카피캣으로 남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이용자, 플랫폼에 묶어라?
이제 모바일·인터넷 서비스에서 네트워킹은 대세로 자리 잡는 추세다. 여기에 차세대 게임플랫폼은 게임과 함께 소셜네트워크 기능까지 갖췄다는 점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현재 사업자들은 이용자를 플랫폼에 ‘락인(Lock-in)’하는 전략을 채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스마트 디바이스 기반의 플랫폼을 예로 들 경우, 이용자가 A라는 게임을 내려 받았을 때 게임에 탑재된 플랫폼에 이메일주소와 비밀번호 등을 입력한 뒤 로그인하면 해당 플랫폼이 탑재된 B, C게임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식이다. 또 A를 즐기는 다른 이용자의 게임 목록, 레벨 등을 확인하거나 이들과 실시간 채팅을 하는 일도 가능하다.
결국 소비자를 플랫폼에 묶어둬야(Lock-in) 관심사나 이용습관을 파악하기 용이하다는 얘기다. 그래야 자사의 신규 게임을 추천하거나 설치를 유도하는 식으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다. 아울러 회원 가입자와 비슷한 개념으로 이용자 수를 확보하면 모바일 광고의 유인책으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박영목 오렌지크루 대표는 “사업자 입장에서는 이용자를 콘텐츠에 지속적으로 링크(Link)시키는 방법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적은 내부에 있다?…제도가 성장 막는다
그러나 국내 사업자를 고민하게 만드는 것은 기술 속도를 쫓지 못하는 법제도다. 지난해 논란이 됐던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안드로이드마켓만 봐도 그렇다.
아이폰4부터 기본 탑재된 게임플랫폼 ‘애플 게임센터(GameCenter)’는 국내 앱스토어 계정을 이용하는 사용자들에게는 무용지물이다. 게임사전심의라는 국내법을 수용치 못한 애플이 이를 차단했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사업자들에게 좁은 내수시장을 포기하라는 본보기가 됐다.
현재 오픈마켓 게임 자율심의에 대한 법개정이 진행 중이지만, 시행령 마련 과정에서 사회적 담론의 미성숙, 셧다운제 등 산적한 문제가 지적됐다. 현재 사전등급분류에서 예외로 분류되는 게임물 기준인 ‘이용자별로 사용이 특정되는 이동통신단말기’라는 조항도 3G, 와이파이 단말기 모델에 따른 자율심의 여부에 혼선을 가져왔다.
사업자들의 고민은 또 있다. 모바일·인터넷 서비스는 특성상 대부분이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한다. 게다가 플랫폼 광고효과를 노리기 위해선 이용자들의 위치를 자세히 알수록 좋다. 특정 계층과 상황을 대상으로 한 ‘타깃 마케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모바일게임에도 위치기반서비스(LBS)는 게임에 기능적인 재미요소를 추가하고, 플랫폼 효과를 극대화하는 매력적인 장치다.
문제는 위치정보와 관련한 제도적 기준의 적합성 여부다. 개인이 식별되지 않는 단순 위치정보(맥 어드레스)와 개인정보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미 구글, 다음 등은 모바일 광고를 서비스하는 과정에서 위치정보를 수집했다며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상태다.
인터넷기업협회 관계자는 “경찰은 단순 위치정보더라도 다른 정보와 결합하면 개인을 특정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론만으로 공권력을 집행했다”며 “이용자들에게는 막연한 불안감을 확산시키고 이제 막 발아하고 있는 모바일산업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상황에서 LBS 주무부처인 방통위는 이달부터 모바일 광고 플랫폼 인증제를 도입해 플랫폼 관리를 강화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LBS산업협의회 관계자는 “LBS를 게임에 도입하려고 했던 일부 업체들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발을 빼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위치정보보호법에 규정된 ‘다른 정보와 용이하게 결합해 개인 식별 가능한 정보’라는 모호한 정의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차세대 플랫폼, 하반기 본격 서비스…관건은?
반면 해외에서는 이미 스마트 디바이스 기반 플랫폼 서비스가 활발하다. 아이폰 도입으로 지난 2008년부터 개화한 플랫폼 비즈니스 환경에는 애플 게임센터, 오로라페인트 오픈페인트, 엔지모코 플러스플러스 등이 대표적 주자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때문에 업계 안팎에서는 킬러콘텐츠의 확보, 법제도 개선 등 다양한 숙제를 안고 있는 국산 플랫폼이 단지 ‘카피캣’에 머무르진 않을까하는 우려가 제기된다.
나호열 네오위즈인터넷 스마트플랫폼 센터장은 “후발 주자인만큼 해외 플랫폼을 벤치마킹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애플에 의존해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게임센터의 경우도 iOS에서만 돌아가는 태생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는 등 장단점이 명확하다”고 짚었다.
이어 “지향점은 비슷할지 모르지만 계획과 전략은 분명히 각기 다르다”며 “국산 플랫폼이 후발주자로서 새롭게 진화해나가는 것을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싸이월드 앱스토어를 운영하는 SK커뮤니케이션 역시 “지금 당장은 페이스북 등 글로벌 플랫폼과 경쟁할 만한 단계는 아니다”면서도 “한국 이용자의 특성상, 향후 페이스북 보다 더 끈끈하고 촘촘한 소셜네트워크게임의 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보경 컴투스 책임연구원은 “아직까지 업체들이 개발 전쟁에 돌입했을 뿐, 본격적인 서비스는 올 하반기 이후이기 때문에 구현된 실체를 보기 전까지는 카피캣을 가리기 어렵다”며 “스마트폰 환경의 경우 사용자인터페이스(UI)를 얼마만큼 잘 이해했느냐가 평가기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수의 플레이어가 난립하는 상황에서 경쟁 구도가 결국 승자독식으로 좁혀질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선 다소 의견이 엇갈렸다. 이 연구원은 “개발사마다 자사 콘텐츠에 로열티 높은 유저풀을 확보하긴 하겠지만 플랫폼에 있어선 어느 정도 영향력을 공유하지 않겠냐”고 예상했다.
반면 나 센터장은 “마케팅 플랫폼은 단일한 유저풀이 존재해야 의미 있는 것”이라며 “사업자에겐 플랫폼 경쟁에서 독자적인 플레이어가 되고 싶은 욕구가 있고 이것이 곧 달성해야 할 미션이기도 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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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차세대 게임플랫폼이 궁극적으로 온라인게임 퍼블리싱·채널링 환경과 비슷한 모델로 가지 않겠냐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한 전문가는 “플랫폼은 콘텐츠 개발력만 있다고 해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퍼블리싱 파워도 필요로 한다”며 “당장은 각개전투로 뛰어야겠지만, 나아가 하드웨어, 이통사, 포털 등 혹은 게임 개발사들 간 클러스트를 구축하는 일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핵심은 사용자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경험(UX)”이라며 “여러 게임들이 특정 플랫폼에 독점되는 것은 사용자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