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TV는 '콘텐츠'를 싣고…

[특별기획] 스마트 시대, TV를 말하다 ①

일반입력 :2011/06/09 08:20    수정: 2011/06/16 10:34

봉성창 기자

온 가족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하는 것은 아버지의 카리스마도 아니고 어머니의 자애로움도 아니다. 바로 TV다. 20세기 초 부터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 TV는 대표 가전으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흑백에서 컬러로, 브라운관에서 LCD로 넘어면서 TV는 느리기는 하지만 쉼 없이 발전해왔다. 요즘 대두되는 TV의 최신 트렌드는 ‘스마트’다. 단방향 커뮤니케이션 미디어인 TV가 똑똑하게 변하면서 쇼파에 기댄 시청자의 등은 조금씩 앞으로 향하고 있다.

스마트TV에 대한 정의는 여전히 모호하다. 일반 소비자들은 물론 업계에서도 스마트TV에 대한 정의가 분분하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시청자가 스마트 TV를 통해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대폭 늘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상당히 중요한 대목이다.

과거에는 방송국이 송출하는 전파를 타고 날아온 소수의 공중파 채널이 전부였다. 그래서 TV를 TV 수상기라고 일컫기도 했다. 영상을 받아들이는 기기라는 뜻이다.

이후 케이블 시대가 도래한다. 전파만으로는 다채널을 송신하는데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보다 깨끗한 화질로 다양한 채널을 보고 싶은 시청자들의 시청 욕구를 케이블은 충분히 만족시켜줬다.

광대역 인터넷 망이 전국적으로 보급되면서 IPTV가 새롭게 급부상하기도 했다. 인터넷 회선을 통해 실시간 방송은 물론 다양한 주문형 비디오를 제공함으로써 사람들은 더 이상 ‘본방사수’를 하거나 ‘재방송’ 시간을 기다리지 않아도 됐다.

이렇듯 TV 시청 형태를 바꾼 것은 콘텐츠다. 스마트TV가 얼마나 많은 콘텐츠를 확보하느냐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달라진 TV 구매 기준 ‘콘텐츠’

현재 스마트TV 시장은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등 제조업체가 중심이 돼 이끌고 있다. 제조사가 아닌 기업으로는 구글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참패한 분위기다.

과거 제조업체는 그저 TV를 팔면 그만이었다. 이후 시청자가 TV를 어떻게 활용하든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이는 시청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업체의 TV를 구입해도 상관없었다. 제조 업체가 어디든 간에 방송 콘텐츠에는 전혀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당시 TV는 화질이나 화면크기, 내구성, 전력 소모량 등이 주요 구매 기준이 됐다. 그러나 스마트TV 시대로 접어들면서 TV도 소위 ‘메이커’를 따져 볼 필요가 있게 됐다. TV 자체가 제공하는 콘텐츠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각 TV 생산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콘텐츠 업계와 잇달아 손을 잡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사 TV 제품에서 제공될 더 많은 콘텐츠를 확보해야 스마트TV다운 경쟁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은 올해 초 CES2011에서 기조연설을 하면서 드림웍스, 컴캐스트, 타임워너브라더스 케이블, 훌루, 어도비 등 미국은 물론 전 세계를 주름 잡는 주요 콘텐츠 업계와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과시하기도 했다.

이러한 콘텐츠 들은 아직 스마트TV 콘텐츠 생태계가 애플 앱스토어나 안드로이드 마켓처럼 활성화됐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TV 제조업체의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질 높고 선별적인 콘텐츠들이 지속적으로 추가되고 있는 점은 눈여겨볼만 하다.

삼성전자는 지난 23일 삼성 TV앱스에서 다운로드 건수가 서비스 14개월만에 500만건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TV가 스마트폰에 비해 사용하기가 한결 무겁고 대중화되지 않은 제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고무될만한 성과다. LG전자도 올해 초 LG앱스를 가동시키며 콘텐츠 생태계 구축에 팔을 걷었다.

■‘SNS, VOD, 게임, 3D…’ 모두 스마트TV로 즐긴다

콘텐츠 업체들도 스마트TV 제조사와의 협력을 일단 반기는 모양새다. 정당한 수익을 배분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콘텐츠 업계는 스마트TV가 가진 잠재력을 높게 점치고 있다.

현재 국내 기준 삼성전자는 약 300개, LG전자는 약 100개 가량의 앱이 제공되고 있다. 주요 앱들을 살펴보면 트위터, 페이스북 등 주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는 이미 스마트TV 도입 초기부터 탑재된 주요 콘텐츠다. KBS, MBC, SBS 등 주요 공중파 TV의 다시보기 서비스나 유튜브, 구글맵스 등도 기본 앱으로 각광받고 있다.

TV 특화 앱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3D VOD 제공 앱들도 눈길을 끈다. 최근 출시되는 스마트TV 대부분이 3D 기능도 갖추고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부터 3D VOD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드림웍스의 최신 개봉 예정작인 ‘쿵푸팬더2’ 예고편을 비롯해 아이맥스 신규 다큐멘터리 8편을 5월 말까지 추가로 제공하고 연말까지 100여개 이상의 무료 3D 콘텐츠를 확보할 방침이다. LG전자도 지난 16일부터 무료로 50여편의 3D VOD 제공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100여편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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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앱도 적지 않다. 스마트TV용 게임 앱들은 주로 유아용이거나 단순하면서도 중독성 높은 보드게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컨트롤러로 리모컨을 활용할 수 밖에 없는 제약 때문이다. 그러나 별도로 고가의 게임기를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스마트TV 이용자들 사이에서 은근히 인기가 좋다.

콘텐츠 업계 한 관계자는 “스마트TV 앱 시장은 아직 본 궤도에 올랐다고 보기는 어려운 초기 도입 단계”라면서도 “TV 제조업체들의 적극적인 움직임과 함께 정부에서도 육성 의지를 드러내는 등 향후 지속적인 발전이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