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권하는’ 케이블TV…대부 광고 ‘30분’마다

일반입력 :2011/05/30 16:16    수정: 2011/05/30 16:21

정현정 기자

케이블TV 시청자들은 많게는 한 시간에 두 번 이상 대부업 광고에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참여연대가 방송통신위원회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30일 발표한 ‘PP 대부업 매출현황’에 따르면, 케이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는 하루 평균 20개 이상의 대부업체 광고를 방송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으로 대부업체 광고가 가장 많이 나오는 채널은 QTV로 하루 평균 58개의 광고를 편성했다. 이어, 리얼TV 55개, MBC스포츠플러스 50.3개, 코미디 50개가 뒤를 이었다. 이들 채널에서는 한 시간에 두 번 꼴로 대부업광고가 방영되고 있었다.

이 중 리얼TV는 전체 광고 매출에서 대부업 광고 매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15%에 달해 케이블 채널 중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SBS스포츠, SBS플러스, MBC드라마넷의 경우에는 지난해 7월 한 달 동안에만 대부업 광고로 2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자료에 대부업에 국한된 것으로 상호저축은행이나 카드론 등 제2금융권의 고금리 대부 광고는 포함돼 있지 않다. 이를 포함하면 사실상 ‘빚 권하는 광고’가 쉴 새 없이 나오고 있는 셈이다.

방통위의 한 상임위원은 “PP가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뀌면서 자체제작에는 관심 없고 지상파 재방송이나 외화에 의존하면서 유사홈쇼핑이나 대부업 광고로 먹고 살려는 PP가 너무 많다”며 “그동안 케이블업계가 콘텐츠 경쟁력 확보에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대부업 대출 규모는 매년 급증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12월말을 기준으로 대부업체들은 221만 명에게 총 7조 5천655억 원을 대출했는데 이는 전 분기와 비교해 6개월 만에 대출금은 11%, 거래자는 16.6%가 증가한 수치다.

최근 대부업 이용자와 대출금이 증가하는 것도 대부업체의 과잉 마케팅과 광고 공세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참여연대의 설명이다.

참여연대는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서민들 중에는 대부업에 의존하지 않고서도 대출이 가능한 사람들이 있다”면서 “신용등급 5등급 이상으로 시중은행이나 제 2금융권을 이용할 수 있음에도 대부업을 이용한 것은 케이블TV 뿐만 아니라 대중교통 공간 등에서의 광고 공세와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케이블TV에서 방송되는 대부업체 광고에 허위·과장은 없는지 방통위와 금융감독원이 면밀한 검토를 촉구했다. 또, 대부업 광고에 대한 규제 방안 마련과 대부업 특혜금리 폐지, 정부주도의 마이크로 크레딧 정책에 대한 재검토와 개선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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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케이블TV와 대부업체간의 계약이 민간영역의 관계라 제재가 어렵다하더라도 공공재인 방송 영역에서 쏟아져 나오는 대부업체 광고로 인해 서민들이 빚의 수렁에 빠지고 있는 만큼 대부 영업과 관련된 광고를 제한하고 축소하는 조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한편, 참여연대는 지난달 21일 방통위에 지난해 ▲케이블 채널 별 대부업 광고 편성 횟수 및 전체 광고에서의 비중 ▲케이블 채널 별 대부업 광고 매출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청구했으나 방통위는 이달 초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의 자료에 대해서만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