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미운오리새끼?…최시중 ‘말 속에 뼈’

일반입력 :2011/05/12 16:27    수정: 2011/05/12 17:14

“방송+방송의 결합상품은 편법이다.”

“디지털 전환은 케이블의 가장 큰 고민이자 숙제다.”

“케이블의 난시청 해소 노력으로 80%의 가구가 케이블로 지상파를 보고 있다.”

길종섭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13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디지털 케이블쇼’ 행사의 환영사를 빌어 규제당국에 하고 싶은 말을 이처럼 모두 쏟아 냈다.

길 회장의 환영사에는 ▲지상파방송 위주의 디지털 전환 정책 ▲KT의 OTS(올레TV스카이라이프) 상품의 불법성 여부 ▲지상파와 법정 다툼 중인 재송신 문제 등에 대한 케이블업계의 입장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는 OTS 상품에 대해 “이는 통신의 미끼상품이고 이로 인해 방송 전체의 위기가 올 수 있다”며 “규제당국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린다”고 읍소했으며, 디지털 전환은 “종편·보도·홈쇼핑 채널이 새롭게 몰려오고 있다”며 “케이블이 과감한 디지털 전환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지상파 위주의 디지털 전환 정책에 우회적으로 서운함을 드러냈다.

사실상 종편채널의 연착륙에 대한 키를 플랫폼 사업자인 케이블이 쥐고 있음을 내비치며 방통위에 정책 전환을 촉구한 셈이다.

특히, 길 회장은 우리나라 가구의 80%가 케이블을 통해 지상파방송을 시청하고 있음을 상기시키며, 재송신 제도를 마련 중인 방통위에 힘을 과시하기도 했다.하지만 이어 축사에 나선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이 같은 케이블업계의 주장을 애써 외면했다. 축사가 화답의 형식은 아니었지만 그의 말 속에는 뼈가 녹아 있었다.

최 위원장은 80%의 가구가 케이블을 통해 지상파를 시청하고 있다는 말에 동의하듯 “16년 동안 1천500만의 가입자, 시장의 72%를 점유한 케이블이 명실상부한 유료방송의 선두주자”라고 치켜세웠지만, 오히려 과점시장에 대한 불편함을 말하는 듯 했다.

또, “유료방송시장에 위성·IPTV·DMB에 이어 스마트TV 등 새로운 매체가 출현하고 있고, 삼성·LG전자·다음도 경쟁관계가 되고 있다”며 “케이블이 열린 사고, 진취적 자세로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OTS 상품을 두둔하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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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최 위원장은 “케이블이 지상파 콘텐츠의 의존도를 낮추고 다양한 콘텐츠 확보 노력을 해야 한다”며 “외국인 근로자 100만명 시대를 맞아 다문화가정 콘텐츠나 융합서비스를 발굴해야 한다”고 당부한 부분에선, 케이블업계가 지상파 재송신 대가 논쟁에 얽매이지 말고 콘텐츠 차별화에 더 신경을 써야한다는 질책처럼 들렸다.

한 업체 관계자는 “축사를 달리 해석할 필요는 없지만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말 속에는 상당히 뼈가 있는 것 같다”며 “케이블이 종편·디지털 전환, 플랫폼 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치열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