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막무가내 시청료 인상 파문

티브로드 일부 지역방송, 월 1천100원 인상

일반입력 :2011/05/16 09:04    수정: 2011/05/16 12:06

정현정 기자

서울 강서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초고속인터넷+케이블TV' 요금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인상돼 청구되고 있다는 것을 SMS(문자메시지) 고지서를 보고 알게 됐다. 김씨가 서비스 제공자인 티브로드 강서방송에 항의했지만, 이미 지난해 말부터 자사 홈페이지와 지역채널 방송에 공지했으니 양해해 달라는 말뿐이었다. 앞으로 또 요금이 인상되면 그때는 직접 연락해서 알려주겠다는 것이 티브로드측 답변이었다.

국내 최대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인 티브로드가 지난 3월부터 일방적으로 요금을 인상한 것으로 알려져 빈축을 사고 있다. 자사의 운영비용이 높아졌다는 것이 요금인상 이유인데, 이는 엄연히 계약불이행으로 소비자를 기만한 행위다.

티브로드 강서방송은 지난 3월부터 자사의 방송상품 요금을 월 1천100원씩 인상했다. 16일 티브로드 강서방송에 따르면 방송프로그램 제작비가 상승했고, 전송망 유지비용 등 운영비가 상승해서 부득이하게 요금을 인상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자사의 홈페이지와 케이블TV 지역채널을 통해 공지했으니 문제될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번 요금 인상에 대해서도 적법하다는 설명이다. 통신서비스나 방송서비스의 가격을 조정하려면 방송통신위원회가 승인한 약관에 위반되면 안된다. 티브로드측은 기존 요금이 방통위가 권고하는 요금수준 보다 낮았기 때문에 이번 인상은 요금을 정상화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방통위 방송정책국도 요금수준에 대해서는 적법한 것으로 확인했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기존 가입자와의 계약을 무시한 일방적인 요금 인상 부분이다. 티브로드의 요금 정상화와는 별도의 사안이라는 것이다. 요금을 인상하려면 공지 이후 신규 가입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맞다. 관련 업계의 관계자들 역시 티브로드의 요금 인상건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한다. 신규 상품이 나온 것도 아니고, 약정 기간이 끝난 것도 아닌 상태에서 일괄적인 요금 인상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이에 대해 티브로드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요금을 보고 가입한 것이 아니라 '상품'으로 가입한 것이기 때문에 상품 요금이 인상되면 이에 따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일방적 요금인상은 '계약 불이행'

그렇지만 소비자 권익보호 차원에서 보면 문제가 있다는 것이 방통위 측 의견이다.

양한열 방통위 시청자권익증진과장은 계약서 상에 '계약 중 요금인상'에 대한 언급이 있었더라도 소비자들이 이를 인지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요금인상 자체가 위법 사항은 아니지만 이 사안은 검토해볼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이동통신, 초고속인터넷 요금과 비교해서 문제가 있는지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티브로드의 요금인상은 방통위의 규제를 받지 않는 방송상품에 대해 적용됐다는 것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방통위는 통신상품(초고속인터넷, 이동통신 등)에 대해서는 사후 규제를 할 수 있지만, 방송상품에 대해서는 사후 규제 권한이 없다. 즉 이번 티브로드의 방송요금 인상에 대해서 별다른 규제 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재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티브로드의 요금인상은 특정 금액으로 계약을 맺은 가입자와의 계약사항을 어긴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범 방통위 이용자보호과장은 방통위는 통신상품과 달리 방송상품에는 사후 규제 권한이 없다며 그러나 애초 사업자와 시청자 간에 맺은 계약은 직접 서명까지 한 '1대1 계약'이므로, 이를 어긴 경우 계약 불이행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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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는 티브로드 요금인상 건에 대해 이용자보호 차원에서 검토해 그 적합성 여부를 판단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약 323만 가입자를 가진 티브로드가 이번 요금인상을 전 가입자에 적용할 경우 연간 426억원의 이익을 보게 된다. 티브로드 강서방송 외에도 몇몇 티브로드 지역방송에서 방송상품 요금을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티브로드 본사에서는 요금 인상 지역 파악을 못 한 상태다. MSO는 각 지역방송 별로 요금정책이나 영업방식이 틀리기 때문에 본사 차원에서의 통합관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