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3D, 그 세 번째 기회는 누가 잡나?

일반입력 :2011/05/30 09:34    수정: 2013/08/27 15:17

손경호 기자

반도체 산업에 무어의 법칙이 있다면 3D산업에는 ‘60년 주기’가 있다.

3D산업 전문가들은 지난해부터 영화 ‘아바타’를 포함해 3D로 화면을 보여주는 모바일폰·게임기·방송 등이 나오면서 3D산업이 세 번째 전성기를 맞고 있다고 말한다.

3D산업은 3D영상 구현기술인 스테레오스코프 원리가 처음 개발된 1838년 이후 60년주기로 부흥기를 맞아왔기 때문이다. 이후 60여년이 지나자 적색·청색 셀로판지를 이용한 애너그리프(Anaglyph) 방식이 개발됐고 1903년에는 최초의 3D영화가 등장했다. 1950년대가 되자 3D영화 붐이 일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60년 후인 2011년인 지금 전자산업계는 어떤가?

그동안 일부 아이맥스영화관이나 전시회장 같은 곳에서만 볼 수 있었던 3D영상은 이제 휴대폰은 물론 안방극장까지 공략하기에 이르고 있다. 3DTV의 등장과 열기는 그 세 번째 기회의 땅에 누가 먼저 깃발을 꽂을지 알려주는 신호탄인 셈이다.

지난 해까지만 해도 3DTV는 ‘비싸다’, ‘(3D전용)안경이 무겁고 불편하다’, ‘깜박거림이 심해 눈이 아프다’는 평가로 인해 외면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부쩍 사람들의 관심이 늘어난 모습을 볼 수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 3월 중순까지 이어졌던 LGD의 필름패턴편광방식(FPR)과 삼성 셔터글라스(SG)방식 간 3D기술 우위 논쟁이 오히려 3DTV 자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유발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FPR은 풀HD해상도를 구현할 수 없다”, “SG는 깜빡거림이 있어 어지럼증을 유발한다”는 설전은 자존심 싸움으로까지 번지기는 했지만 오히려 양사가 단점을 보완하는데 집중하게 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3DTV 기술논쟁이 잠잠해진 대신 보다 편하고, 싸게 3DTV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물론 아직 3DTV 감상기술의 부족으로 안경을 써야만 3DTV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과연 소비자의 선택기준은 어디에 있을까?

■눈이 편안한 3D디스플레이 급부상

3DTV기술 보급 확산과 성능 우수성 논란의 중심에서 FPR 방식을 고안해 낸 LG디스플레이(이하 LGD)가 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가전쇼(CES)2011에서도 소개돼 화제를 모았던 FPR 방식은 디스플레이 패널에 편광필름을 붙여서 입체감을 구현한다.

일반적으로 3DTV화면을 맨눈으로 보면 겹쳐서 나온다. FPR이라고 불리는 이 투명필름은 겹친 화면 중 양쪽 눈이 각각 분할된 화면 중 하나의 화면만 볼 수 있도록 특정 빛을 통과시키고 나머지는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3D영상은 양쪽 눈에 각각 다른 정보를 입력해 입체를 구현한다.

LGD는 LG화학이 개발한 이 필름을 디스플레이 패널과 3D전용 안경에 부착하는 방식을 사용해 3DTV가격을 대폭 낮췄다. 55인치 3DTV의 경우 삼성 제품(제품명: UN55D8000YF)은 510만원 선인데 반해 LG제품(제품명: 55LW5700)은 390만원으로 120만원 가량 저렴하다. 기존 편광방식은 디스플레이 패널에 유리기판을 붙여 편광을 구현했기 때문에 화질이 떨어지고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었다. 3D안경에 별도의 전자장치가 없어 전자파의 위협에도 안전하다고 LGD측은 설명했다.

흔히 가정에서 옆으로 누워서 TV를 보는 경우가 많은데 기존 방식과 달리 옆으로 봐도 입체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FPR의 자랑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훨씬더 뛰어난 화면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반응은 해외에서 먼저 왔다. 지난 CES2011에서 LGD의 FPR 3D패널은 미국 NBC가 방송한 ‘투데이쇼’에서 올해 CES '쿨한 제품‘으로 선정됐다. 폴 호크만 NBC 투제이쇼 기술 담당 기자는 “지난해 3D가 등장했지만 비싸고 무거우며 인체에 해로운 안경 등 때문에 대중화에 어려움을 겪었었다”며 “LGD가 이런 문제를 해결한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게 됐다”고 밝혔다.

중국시장에서 국산 3D디스플레이 치열한 시장경쟁

한국의 TV기술은 80년대초 트리니트론으로 20년간 세계 컬러TV시장을 지배해 온 소니를 제치고 2000년대초부터 세계시장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해 왔다.

이후 삼성이 2002년 이래 부동의 1위를 해오고 있고 소니와 LG전자가 이를 뒤따르는 형국이다. 소니가 3개의 전자총으로 정확한 화면을 구성한 트리니트론으로 컬러TV시장을 지배했다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제 그보다 더 깨끗한 화면에 얇은 디스플레이의 특장점을 지닌 LCD기술로 전자왕국 일본을 무찔렀다.

이제 세계시장은 미국,유럽과 함께 3대시장에서 주요 소비시장으로 급부상한 중국시장을 바라보면서 경쟁을 하고 있다.

편한 3DTV 경쟁은 이 중국시장을 중심으로 해 새로운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중국시장조사기관 올뷰컨설팅(All View Consulting, AVC)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시장에서 FPR 방식 3DTV가 기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인기를 얻고 있다. 중국 네티즌들은 FPR 3D패널이 ‘깜빡거림’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불섬식(不閃式) 3D'라고 부르며 호평한 바 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해 12월 LGD의 경우 FPR 방식 패널을 내놓은지 불과 5개월 만에 FPR 패널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55%를 넘었다고 AVC는 분석했다.

지난 14일 중국 시장 조사 기관 AVC의 자료에 따르면 FPR 방식 3DTV는 출시 5개월 만에 중국 3DTV시장 전체의 55%를 차지하면서 기존 셔터글래스(SG)방식과 함께 시장장악력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중국내 LCD TV 제조사들의 점유율이 높은 중국시장에서 스카이워스·콘카·하이얼·하이센스·창홍 등 주요 5개 중국 TV업체가 FPR 방식을 채택하는 비율을 83%까지 늘리고 있어 LG디스플레이의 희색이 만면이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뱅크는 지난해 중국 LCD TV 시장규모가 연간 3천900만대 수준이라고 밝혔다. AVC가 올해 5월 기준 중국 LCD TV 중 3DTV가 차지하는 비중을 6.7%라고 발표한 것을 고려해보면 대략 261만대다. 이 중 절반 가량에 FPR 방식이 사용됐다고 볼 수 있다.

■부쩍 늘어난 내수시장 3DTV 관심

정확한 집계를 내기 어려울 정도로 3DTV보급률이 저조했던 작년까지의 상황과 달리 올해 이후 전망치를 내놓는 시장조사업체들의 분석은 흥미롭다. 미국 씨넷은 지난 18일 시장조사업체 인스탯이 발표한 자료를 인용해 앞으로 2015년까지 40인치 이상 3DTV 제품들이 주로 출시될 것이며 5년 뒤인 2015년에는 전 세계 약 3억 가구가 3DTV를 구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에서도 3DTV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1일~14일까지 나흘 간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IT쇼’ LG전자 부스에는 3D전용안경을 쓴 중년 신사들이 X박스360용으로 제작된 3D 농구게임 ‘NBA2K 11’을 보면서 “와 이거 게임 맞아?”라며 감탄사를 자아내기도 했다.삼성전자는 3D스마트TV를 컨셉으로 선보인 다양한 소셜콘텐츠로 관객들을 모은 반면, LG전자는 LG디스플레이를 적용한 FPR 안경을 착용한 관람객들로 붐볐다.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는 각종 시장자료를 근거로 내년에 3DTV는 300억달러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2009년에 43억달러 시장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년 새 6배나 시장규모가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여전히 진행형인 3D기술…소비자 편의가 최우선

이창한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사무처장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FPR과 SG방식의 기술우위 논쟁 보다 먼저 봐야할 것은 ‘소비자’라고 말했다. “두 가지 방식 모두 170여년 전에 개발된 ‘양안시차’를 응용한 기술이라 여전히 어지러움증을 유발하고 전용안경을 써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다”며 “바이오기술을 활용해 이러한 단점을 보안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완성된 기술이 아니라 여전히 ‘진행형 기술’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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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3DTV 경쟁사인 LG와 삼성은 각각 상대편이 주도하고 있는 기술에 대해서도 일정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해 놓고 있는 상황이다.

LG도 SG 방식을 구현할 수 있으며, 삼성 역시 FPR 방식을 연구해 왔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기술논쟁과는 별도로 소비자들이 ‘싸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3DTV가 3D산업 제 3의 부흥기를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