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느와르' 너무나 멋진 게임…근데 한글화는?

일반입력 :2011/05/22 15:22    수정: 2011/05/22 15:28

김동현

사실 이 게임이 출시되기 전 기자는 미리 몇 개의 에피소드를 접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 당시 접했을 때 느낌은 “내가 왜 아직까지 이 게임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지?”였다. 그만큼 ‘LA느와르’의 첫 느낌은 강렬했다.

지난 20일 북미와 유럽, 호주 등에 이어 국내에서 ‘LA느와르’가 플레이스테이션3(PS3)을 비롯해 2개의 플랫폼으로 출시됐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의 경우 7월로 예정돼 있다. 이 게임은 1940년대 종전 이후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벌어진 각종 살인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은 2차 세계 대전의 태평양 전쟁에서 수년간 활약한 젊은 해병대 중위 콜 펠프스(Cole Phelps)다. 해군 최고의 영예인 은성 훈장을 받고 전역한 그는 부패와 폭력행위로 물든 LAPD에 들어간다. 그가 전쟁 시절 했던 수많은 행위에 대한 반성 및 보상을 받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다.

■1940년대 로스앤젤레스의 귀환, 너무 완벽해 놀라울 정도

이 게임의 가장 큰 매력은 1940년대 당시의 LA의 모습을 너무나 사실적으로 그려냈다는 점이다. 개발사인 락스타는 그때 당시의 모습 재현을 위해 위성사진부터 실제 당시 LA에서 살았던 주민들의 고증, 그리고 여러 증거 사진 등을 활용했다.

덕분에 게임 속에 있는 LA의 모습은 실제 그대로다. 게임 속에서 차량을 타고 이동할 때 LA의 시작에서 끝으로 가는데 실제 시간으로 30분이 흐를 정도다. 그 속에는 마을부터 중심가, 도심 외곽 등 다양한 개성을 가진 공간들로 채워져 있다. 그야말로 대단하다.

■게임의 진화를 엿볼 수 있는 캐릭터들의 연기

‘LA느와르’가 대작이라는 점은 다른 곳에서도 찾을 수 있다. 바로 게임 속 캐릭터들의 연기다. 약 400여명의 실제 배우를 고용해 그들의 동작을 모션 캡처했으며, 모든 음성 녹음을 진행했다. 특히 페이스 모션이라는 얼굴 인식 기술은 게임 속 캐릭터에게 생명을 불어넣었다.

이중 가장 인상 깊은 점은 주인공 펠프스를 연기한 배우 아론 스테이턴(Aaron Staton)의 활약상이다. 그는 약 80시간에 가까운 페이스 모션 촬영 시간을 이겨냈으며, 모션 캡처 부분에도 성실히 임했다. 덕분에 게임 속의 콜 펠프스는 실제 사람이 연기하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참고로 아론 스테이턴은 국내에서도 개봉한 영화 ‘어거스트 러시’에 조연으로 출현했으며, 드라마는 60년대 당시 방송과 광고 시장의 모습을 그린 인기 드라마 ‘매드맨’ 시리즈에서 활약했다.

■수사를 진행하고 용의자들을 심문한다

이 게임은 그동안 락스타에서 보여준 게임들이 가졌던 공통점 중 일부만 적용하고 나머지는 새로운 형태로 만들었다. ‘GTA4’나 ‘레드 데드 리뎀션’ 등의 게임이 가졌던 오픈월드 형태는 그대로 살리고 스토리 진행을 시간에 따라 순차적으로 진행되도록 만들었다.

덕분에 ‘LA느와르’의 게임 진행은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에피소드별로 나눠서 진행된다. 처음에는 간단한 강도를 잡거나 은행 강도 등과 총격전을 벌이는 내용이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연쇄 살인사건부터 치정 살인, 복수극 등 심각한 사건들이 등장하게 된다.

게임 속에는 총 38개의 에피소드가 있으며 다운로드 콘텐츠(DLC)로 나온 추가 범죄까지 합치면 약 41개다. 락스타 측에서는 이후에도 꾸준히 사건 DLC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 모든 에피소드를 플레이하면 이용자에 따라 다르지만 약 40시간 정도가 걸린다.

사건의 진행은 수사와 심문으로 나눠진다. 수사는 사건 현장에서 각종 단서를 찾는 과정이며, 심문은 사건과 연루된 용의자들과 대화를 통해 범인을 추리하는 형태다. 특히 수사와 심문은 다양한 단서와 용의자들의 물오른 연기가 더해져 게임 이상의 재미를 전달해준다.

■물 건너간 한글화, 국내 콘솔 시장의 한계

간단한 특징들을 나열했지만 이 게임의 재미는 직접 해보면 더욱 놀란다. 단서를 찾아내는 과정부터 의외의 반전이 가득한 수사부분, 그리고 블랙 달리아로 알려진 미제 사건을 게임 속에서 접할 수 있다는 점은 놀라울 뿐이다.

여기에 사실적인 캐릭터들의 연기와 탄탄한 성우진, 그리고 뛰어난 그래픽이 더해져 이용자들에게 1940년대 로스앤젤레스의 느낌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아쉽게도 온라인 모드는 존재하지 않지만 혼자서 느긋하게 게임을 즐기기엔 더할 나이 없이 멋진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게임은 영문 판으로 출시됐다. 수많은 게임들이 비한글화로 출시되기 때문에 딱히 이 게임만 문제가 된다고 보기는 좀 그렇지만 해외 언론에서 만점에 가까운 평가를 받았고 뛰어난 게임 성을 갖췄음에도 영문판으로 출시된 점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기자 역시 이 게임을 즐기는 내내 엄청난 영어의 압박으로 결국 중도 포기하게 됐다. 이 게임 속에 있는 영어는 단순히 회화 수준을 넘어 전문 용어들과 방언, 당시에 사용된 용어들로 채워져 있다. 사전에서도 쉽게 찾지 못하는 언어들의 압박은 이 게임의 평가를 떨어뜨리는 요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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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출시를 예정한 일본은 현지화가 된다. 이 같은 사실이 그저 부러울 뿐이다. 국내 콘솔 게임 시장이 계속되는 하락세를 겪고 있는 것도 잘 알고 있고 대작 타이틀이 겨우 몇 천 장 나가는 상황에서 인플레이가 한글화를 추진하는 것은 무리가 있는 부분이지만 그래도 부러운 건 어쩔 수 없다.

오랜만에 나온 수준 높은 게임이 비한글화로 출시됐다는 점에 답답함이 느껴지지만 국내 콘솔 시장의 상황을 생각하면 출시만으로도 감사해야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