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통신료 내려”…방통위 “참견 마”

일반입력 :2011/05/18 19:44    수정: 2011/05/18 19:51

김태정 기자

가계 통신료를 인위적으로 내리라는 한나라당의 압박성 주문에 방송통신위원회가 강력 반발했다. 한나라당 산하 기관으로 대하지 말라는 입장이 확고하다.

대통령 직속 기구인 방통위가 정책 결정 과정에서 한나라당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뜻이어서 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18일 오전 국회서 신용섭 방통위 상임위원과 당정협의를 갖고 “기본료는 인하하고 가입비는 폐지하라”고 강력히 주문했다.

더 구체적으로는 ▲문자메시지 무료화 ▲정액요금제 재편 ▲실속형 DIY(Do It Yourself) 상품 출시 등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 과정이서 이 의장은 방통위가 당정 협의 없이 통신료 인하 방안을 마련 중인 것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가만히 안 두겠다”,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 “이런 식으로 하니까 민심이반 현상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 등의 격양된 표현을 쓰며 신 위원을 질타했다.

이 의장의 질타는 방통위가 오는 19일 통신료 인하 방안을 발표한다는 보도 때문이다. 방통위 보고 없이 언론 보도로 소식을 접한 이 의장은 심기가 불편했다는 후문이다. 문제는 이 보도와는 달리 방통위는 19일 통신료 인하 방안 발표 계획이 없다는 것. 공식적으로는 어디까지나 ‘조만간’이라고만 설명해왔다.

신 위원은 “통신료 인하를 놓고 당정협의를 할 계획이었다”며 “19일 발표한다는 것은 언론의 추측보도”라고 해명했다.

신 위원이 국회서 고초를 겪자 야당 추천인 양문석·김충식 방통위 상임위원들이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양 위원은 “이 의장이 방통위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시켰다”며 “방통위를 한나라당 정책위 소위 정도로 간주해 참담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는 그렇게 만만한 조직 아니다”며 “한나라당이 정치적 중립성 훼손하면 우리는 또 다른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 위원은 이번 일을 구체적으로 검토한 후 필요에 따라 한나라당을 상대로 법적 대응까지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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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식 위원도 “양 위원의 뜻에 공감한다”며 “표심을 얻기 위해 억지로 기름값 내리듯이 통신료 정책에 손 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방통위는 이통사들과 협상을 마무리 짓고 내주 쯤 통신요금 조정안을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