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은 해야겠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 수뇌부가 정부의 통신료 인하 움직임을 잇달아 비판했다. 정부와 여론 눈치 때문에 속으로만 앓던 모습은 사라졌다.
연임에 성공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통신료 인하를 적극 추진하는 가운데 나온 기업 리더들의 반기(?)여서 업계 관심이 더 비상하다.
■전직 정통부 장관들 “통신료 안 비싸”
우선, 정보통신부 장관 출신인 이석채 KT 회장의 발언이 주목된다. 무조건 통신료를 내리면 투자가 어렵다는 것이 핵심이며, 다른 이통사들의 뜻도 비슷하다.
이 회장은 최근 간담회서 “통신료는 미래를 창조하는 투자 원동력인데 이를 내리라면 경제발전을 거부한다는 뜻”이라며 “그래도 요금을 내리라 한다면 내린 만큼을 국가가 대신 투자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통사들의 투자비 부담은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에서 통신료를 내리라면 대체 누가 투자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역시 정통부 장관 출신인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통신비가 비싸다는 인식에 대해 ‘억울함’을 강조한다. 통신으로 인해 문화, 금융 등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감안해 달라는 주장이다.
그는 “통신비는 정보문화 복지비가 포함됐기에 융합형 요금으로 봐야 한다”며 “금융 분야만 봐도 전에는 증권사를 다녔지만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처리하는데 이게 모두 통화료만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 임원들은 발언 수위가 상대적으로 낮지만, 통신료 인하 정책에 대한 유감만은 숨기지 않았다.
안승윤 SK텔레콤 경영기획실장은 “매년 요금인하는 이뤄져왔는데 다시 인하 논란이 나와 유감”이라며 “현재는 속 시원히 말할 것이 없다”고 밝혔다.
■수조원대 설비 투자 고민
통신료 인하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통사 수장들이 적극 나선 정부 정책 비판은 분명 이례적이다. 그만큼 이통사들이 코너에 몰렸다는 뜻이다.
정부의 통신요금 인하 정책에 협조하면서 해마다 수백억원 이상 이익을 포기했는데 너무한다는 볼멘소리도 흔히 들린다.
게다가 4세대(4G) 이동통신 기술 LTE(롱텀에볼루션) 도입 경쟁이 불붙었기에, 요금 인하가 가져올 투자 감소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짙다.
SK텔레콤의 경우 당초 2조원으로 잡았던 올해 투자액을 2조3천억원으로 늘렸고, KT는 3조2천억원을 집행했다. LG유플러스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1조7천억원을 투집한다. 사실상의 인프라 투자 '올인' 전략이다.
수익원인 통신료 체계가 흔들리는 가운데 투자를 늘리니 주가가 떨어졌다. 이통사들의 미래가 어둡다는 분석이 크게 반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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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20만원대, 2010년 18만원대를 넘겼던 SK텔레콤 주가는 올 들어 16만원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KT는 4만원대가 무너졌고, LG유플러스는 가입자 증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6천원대다.
이런 가운데 방통위는 이달 중 통신요금 인하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방통위와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구성한 태스크포스(TF)가 마무리 작업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