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부영 썬 '컴백'…오라클, HP·IBM 정면승부

일반입력 :2011/05/18 16:54    수정: 2011/05/19 08:27

김효정 기자

지난해 1월 오라클이 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인수했다. 그리고 한국지사는 올해 1월 통합을 완료했다. 당시 한국썬을 맡고 있던 천부영 사장은 합병에 따라 한국오라클 시스템사업부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됐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썬 시절을 통틀어 사상 최고의 성적표를 들고 화려하게 컴백했다.

천 부사장은 17일 오라클-썬 합병을 완료한 후 첫 공식 기자간담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얼마 전까지 피인수 회사의 수장이었지만 이제 그는 완벽한 오라클맨으로 거듭나 있었다. 오라클의 기술력과 운영 노하우 칭찬에 인색함이 없다.

특히 매출 실적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기뻐했다. 아직 실적을 공시할 시점은 아니지만 매출 수치의 '앞자리'가 바뀔 정도로 대박이 났다고 귀뜸했다. 전 세계 지사 중 한국이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을 정도로 성과가 좋았다.

천 부사장은 (매출) 앞 자리가 바뀐 성과다. 골프에 비교하자면 뒷자리 수가 바뀌는 것은 쉽지만 앞자리가 바뀌는 것은 어렵다. 더구나 합병 완료 후 첫 분기에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감격스럽다가로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결과는 합병 시너지 덕분이다. 합병 당시 적지 않은 인력이 이탈했음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인력이 남아서 성장 모멘텀을 살려 갈 수 있었다며 특히 양측의 SW, 미들웨어, HW 인력이 한데 모여 다양한 시각으로 고객을 분석했던 것이 유효했다고 덧붙였다. 오랜 친구와도 같은 유원식 한국오라클 사장의 도움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유 사장과 천 부사장은 과거 삼성 근무당시 HP사업부의 1년 차이 선후배로 인연을 맺었다. 나이는 천 부사장이 많지만 유 사장이 1년 선배, 소위 '사수'였다. 이후 두 사람은 한국썬에서의 인연에 이어 오라클에서도 쌍두마차로 달리고 있다.

천 부사장은 유원식 사장이 먼저 가 있어서 큰 도움이 됐고, 합병에 따른 부작용은 전혀 없었다라고 강조했다.

■'오라클 온 오라클' 전략 기반...가격 거품 빼겠다

이날 오라클이 발표한 썬 하드웨어 전략은 '오라클 온(on) 오라클' 즉, 오라클 HW(썬)에 오라클 SW를 함께 제공하는 것이 그 핵심이다. 특히 강력한 윈백 프로그램으로 서버 시장 정상의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제시했다. 결국 경쟁자인 HP와 IBM을 넘어서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천 부사장과 오라클이 제시한 해법은 바로 '가격 경쟁력'이다. 장비 가격에서 거품을 빼 전 세계 동일한 가격 정책을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천 부사장은 기존 시장에서는 수억원 짜리 제품을 무려 80~90% 할인해 주고 있다. 결국 가격에 거품이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오라클은 거품 없는 '리스트프라이스'로 제품을 공급해 거래질서를 바로 잡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1분기 성과가 이러한 가격정책의 덕을 톡톡히 봤다는 판단이다.

물론 오라클 하드웨어 사업에 밝은 빛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논란이 된 HP 고객 지원 제한 문제로 실제 필드(현장)에서 고객의 항의도 만만치 않고, 합병 후 파트너를 재선정하면서 발생하는 잡음도 작지 않다.

이에 대해 천 부사장은 HP를 쓰는 기존 고객의 항의는 있지만 업데이트 부분을 제외한 지원에는 전혀 문제가 없으며, 이는 고객이 판단할 문제라고 짥막히 답변했다. 또 파트너 선정에 대해서는 아직 선정 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선정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도 있었지만, 생사고락을 같이한 파트너를 위해 파트너 에코시스템을 강화해 우호적으로 풀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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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가파른 성장세를 탄 천 부사장과 오라클 썬 하드웨어 사업부문은 현재 인력 충원에 집중하고 있다. 합병 후 현재 20여명을 충원한 상태며, 1분기 성과에 힘 입어 비즈니스 성장에 따라 추가 충원도 윗선에서 약속 받았다.

천 부사장은 지금의 성장세와 윈백 프로그램으로 업계 선두주자가 되기를 원한다며 그러나 경쟁상대가 누구던 간에 건전한 경쟁으로 상호 발전하고, 궁극적으로는 고객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