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미디어의 부상은 오래된 미디어의 쇠퇴와 항상 맞물리며 전개된다. 지난 10년간 우리는 급속한 IT의 발달로 인해 이러한 현상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가 됐다.
대표적인 올드미디어인 종이책은 지난 수천년간 흔들림없이 입지를 굳건히 다졌다. 그러나 이마저도 요즘에는 e북의 대두로 그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문화와 지성의 공간인 대형서점도 마찬가지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광화문에서 종각으로 이어지는 대형 서점가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각광받았다. 비단 책을 구입하는 것 뿐만 아니라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즐길 것들이 다양했다.
물론 이러한 복합 문화 공간의 이미지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 내부를 가만히 살펴보면 사라진 것들이 적지 않다. IT기술의 발달이 불러온 변화다. 그 동안 대형 서점에서 책이 차지하는 공간은 줄어들었고, 그 자리는 카페나 문구 및 액세서리 매장이 대신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대형 서점에서 사라진 것들을 정리했다.
■ 사전
한때 사전은 공부하는 이들을 위한 필수품이었다. 영어는 물론 국어, 한자, 일어 등 언어 별로 한 권씩은 반드시 구비해야 했다. 성인 남성이 한 손으로 들고 있기에 손목이 뻐근할 정도로 무거운 사전의 두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러나 이제 사람들은 더 이상 종이사전을 구입하지 않는다. 모든 언어를 통합하고도 가볍고 심지어 음악이나 영화까지 감상할 수 있는 전자사전 때문이다. 그리고 전자사전은 이제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에 그 자리를 내주려 하고 있다.
■ 지도
10년 전 만해도 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운전용 전국지도는 어느 차에나 하나쯤은 구비돼 있었다. 뿐만 아니라 학술이나 업무를 위한 대형 지도는 대형 서점에서나 구입할 수 있는 귀한 물건이었다.
그러나 내비게이션의 급속한 보급으로 인해 지도의 판매량은 급감했다. 또한 네이버나 구글 등 주요 포털에서는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 구석구석까지 다양한 지리정보를 제공한다. 당장 스마트폰만 살펴봐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 악보
노란색 혹은 흰색의 두꺼운 종이 위에 그려진 ‘피스 악보’도 대형 서점에서 없어진 것 중 하나다. 물론 지금도 피아노나 기타를 연주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필요하다.그러나 피스 악보도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각종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악보 정보가 담긴 파일과 이를 재생해주는 프로그램이 공유되면서 부터다. 지금은 이를 프린터 하거나 혹은 이를 보면서 연습을 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 장르문학
추리나 판타지 소설은 서점가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장르다. 그러나 지금은 ‘문피아’ 등 각종 소설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더욱 많이 읽힌다. 지금도 서점에서 팔리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 수요가 급감했다. 뿐만 아니라 태동기에 있는 전자책에서 더 많이 팔린다. 누군가 공들여 쓴 글의 값어치에 경중을 매길 수는 없지만 독자들은 이들 장르문학을 소장하기보다는 저렴한 가격으로 읽는 것을 더욱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 음반
음반은 대형 서점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였다. 국내 정식 출시된 다양한 가수들의 음반을 구입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희귀한 해외 음반도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대단했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음반 매장의 크기는 줄어 들었다. MP3로 대변되는 디지털 음원 시장에 밀려난 것이다. 지금은 서점 한 켠에서 꼭 음반을 사서 들어야 하는 마니아들을 위해 명맥만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 컴퓨터 학습서
한때 ‘컴퓨터 일주일만 하면 전유성만큼 한다’가 베스트셀러에 오른 적이 있다. 당시 1인 1PC 시대에 접어들면서 업무나 학습을 위해 컴퓨터를 배우려는 수요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컴퓨터는 학습의 대상이라기 보다는 그냥 생활의 일부가 됐다. TV를 배우기 위해 책을 구입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요즘은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 따라잡기와 같은 책들이 더욱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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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학원서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매년 입시철만 되면 수험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대학의 입학원서를 구입하기 위해 대형 서점에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가격도 만만치 않아 가정 형편이 어려운 수험생들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야 한다.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 얼마든지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지원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지금도 인터넷 접수를 위해서는 소정의 비용을 지불해야하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