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자는 너!”…삼성-애플 소송 전면전

일반입력 :2011/04/22 14:14    수정: 2011/04/23 09:36

김태정 기자

‘서로가 적반하장?’

세계 모바일 시장 패권을 놓고 벌이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전쟁이 법정까지 무대를 넓혔다. 양측 모두 ‘결사항전’을 다짐했다.

휴대폰 통신 분야에서 방대한 특허를 쌓아온 삼성전자와 디자인으로 치고 나온 애플 간 미묘한 기술 공방이라는 점에서 세계적 관심이 뜨겁다.

■삼성 전방위 반격 아이패드 폐기하라

22일 삼성전자는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애플코리아를 상대로 특허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소장에서 특허를 침해한 아이폰, 아이패드 등의 수입 및 전시를 금지하고 이들 제품을 전량 수거 폐기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이와 함께 일본 동경 법원과 독일 맨하임 법원에도 애플의 특허침해를 제소했다. 제소한 특허는 한국 5건, 일본 2건, 독일 3건으로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대상 제품이다.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는 미국서도 애플 제소를 준비 중이다. 이 전까지의 법정 공방은 ‘1라운드’ 수준이라는 설명도 붙였다.

앞서 애플이 삼성전자를 ‘스마트폰 디자인’ 무단 도용을 문제 삼아 제소했다면, 삼성전자는 애플의 휴대폰 통신 기술 침해를 공격했다.

문제가 된 특허는 ▲데이터 전송시 전력소모는 감소시키고 전송효율을 높이는HSPA(고속패킷전송방식) 통신표준 ▲데이터 전송시 수신 오류를 감소시키는 WCDMA 통신표준 ▲휴대폰을 데이터 케이블로 PC와 연결해 PC로 무선 데이터 통신이 가능케 하는 기술 등이다.

■“통신기술 상당수 삼성 특허인데...”

당사자인 삼성전자가 승리를 자신하는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한 외신들의 반응도 애플에 낙관적이지 않다. 특허 싸움에서 삼성전자가 축적한 전력은 애플과 급을 달리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최근 기준 삼성전자의 미국 내 특허 등록 수는 4천551건으로 IBM(5천896)에 이어 2위다. 46위 애플(563건)과는 격차가 상당하다.

더 주목할 부분은 미국 내 휴대폰 통신 관련 특허는 삼성전자가 거의 독식했다는 것. 이 중 분쟁 가능성이 있는 500여개는 특별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삼성전자의 특허를 침해 혹은 제휴 없이 휴대폰 사업을 벌이기가 힘들다는 설명인데, 지난 2007년에야 휴대폰 시장에 진입한 애플에게는 불리한 부분이다.

최근 노키아가 애플을 상대로 무려 46건의 통신기술 특허 침해 소송을 낸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우리의 WCDMA 모듈관련 기술들이 전 세계 휴대전화와 태블릿PC에 적용됐다”며 “이번 기회에 애플의 통신표준 침해 사례를 낱낱이 밝히겠다”고 날을 세웠다.

■갤럭시S 디자인이 아이폰 복사했다?

이에 맞서는 애플의 입장은 삼성전자가 자사 디자인을 표절해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제작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구체적으로 ▲갤럭시S의 둥근 모서리 디자인 ▲한 손가락으로 화면을 넘기는 멀티터치 방식 ▲외쪽에 볼륨버튼을 탑재 ▲통화와 사진 등에 대한 아이콘 등을 베꼈다는 주장을 펼쳤다.

팀 쿡 애플 최고운영책임은 “삼성전자 모바일 사업부는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섰다(cross the line)”며 “이 문제는 법정에서 해결을 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애플의 주장에 대해 세계적으로 논란이 분분하다. 예컨대 둥근 모서리나 외쪽 볼륨버튼 탑재 등이 애플의 고유 지적 재산권이 맞느냐는 물음표다. 이를 계속 파다 보면 결국 휴대폰의 네모난 형태의 원조를 따져야 하냐는 가십성 얘기까지 들려온다.

통신기술 침해 문제야 고도 전문가들이 명확히 파악할 일이지만, 디자인은 법적 해석이 상당히 애매한 것이 사실이다. 애플은 지난 2009년 호주 슈퍼마켓 울워스의 사과 마크가 자사 로고랑 비슷하다며 소송을 걸어 빈축을 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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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모토로라와 HTC 등 다른 제조사들의 스마트폰도 비슷한 형태가 많고, 태블릿은 애플 이전에 마이크로소프트와 HP 등이 만들었다는 사실도 주지할 부분이다.

KTB투자증권 최성제 연구원은 “이번 소송은 특허분쟁이라기 보다 자사 제품의 부품 상당수를 삼성전자에서 공급 받는 애플이 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수순으로 보인다”며 “분쟁시 교차라이선스를 십분 활용하면 삼성전자에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