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 2인자, 기업시장과 한국을 말하다

일반입력 :2011/04/15 16:18    수정: 2011/04/15 17:02

최근 시스코시스템즈는 변화의 바람에 휩싸였다. 길을 잃었다며 변화를 다짐했던 기업총수의 발언이 있은 후 컨슈머사업을 정리하고 B2B시장으로 복귀를 선언한 것이다.

12일 시스코는 플립비디오 사업을 중단하고, 가정용 화상회의 ‘유미’를 비롯한 홈네트워킹 사업, 가정 디지털 가전용 SW 'EOS' 등을 B2B영역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시스코의 2인자라는 로버트 로이드 세계영업총괄 부회장이 한국을 방문했다. 플립비디오 중단 발표이전 그는 한국 기자들을 만나 존 챔버스 회장의 메모와 기업 경영 방향을 설명했다.

로버트 로이드 부회장은 “존 챔버스 CEO의 말처럼 시스코는 코어 라우팅, 스위칭 및 서비스, 협업도구, 가상화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비디오 등 5가지 분야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수개월에 걸쳐 각 영역별 포지션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있을 것이고, 리소스를 우선적으로 배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스코는 2년전 유니파이드컴퓨팅서버(UCS)를 출시하고 서버사업에 뛰어들었다, 이어 EMC, VM웨어, 넷앱 등과 함께 VCE연합을 만들어 데이터센터 전 영역에 발을 담갔다.

여기까진 괜찮았다. 시스코는 이와 함께 컨슈머시장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를 개시했다. 퓨어디지털, 링크시스 등을 인수하고 홈네트워킹과 개인 및 가정용 디지털가전에 열을 올렸다. 셋톱박스 시장에도 나섰다.

그런 가운데 오늘날 시스코를 만들어준 코어네트워킹 사업은 조금씩 아성을 잃어갔다. 시장점유율이 조금씩 쓰리콤(현 HP), 주니퍼네트웍스 등 경쟁사에게 넘어갔고, 중소업체들의 저가 스위치공세에 마진 축소란 악재를 당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스코가 핵심 역량은 신경쓰지 않고, 무조건적인 문어발 확장에만 열을 올린다고 지적해왔다. 네트워크 분야에 소홀하다는 것이다. 로이드 부회장은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시스코는 네트워크에서 많은 걸 더 보여줄 수 있고, 무얼 할 수 있다는 로드맵을 보유한 회사다. 네트워크 임베디드를 통한 스마트한 에너지 관리(에너지 와이즈), 다운로드 비디오의 웹, WAN 통합환경 관리, 유무선환경에 대한 스위칭 보안 등이 대표적인 예다. 사용자 위치에 기반한 네트워크 보안 정책 제공 기능도 스위치로 제공할 수 있다. 꾸준히 연구개발에 투자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것이다.”

그의 말대로 시스코 네트워크 기술은 경쟁사보다 한발씩 앞선 모습을 보여왔다. 시스코에 따르면, 유니파이드 패브릭의 경우 2004년부터 준비하기 시작했고, 넥서스를 통해 최신 가상 네트워크 기술을 구현했다. 여기에 네트워크 오버레이 기술(OTV)와 스위치 가상화(VDC) 기술로 데이터센터 무중단 이전 서비스를 실현했다.

로이드 부회장은 UCS나 V블록에 대한 설명도 잊지 않았다. 시스코는 데이터센터를 네트워크에 기반한 가상화 통합플랫폼으로 접근한다는 것이었다.

“VM웨어, EMC와 함께하는 VCE연합에 900명 인원이 투입됐다. VCE의 V블록 외에 넷앱과 플렉스포드 아키텍처도 가져간다. 이는 플랫폼인데 네트워킹, 컴퓨팅, 가상화를 다 포함시킨 컨버지드 인프라다. 통합 인프라 위에 원하는 만큼의 애플리케이션을 얹을 수 있다. 시스코는 데이터센터 아키텍처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확신한다. 또 클라우드 컴퓨팅이 시스코에게 기회를 줄 것이다.”

이제 협업과 비디오를 살펴볼 차례다. 시스코는 네트워크 기술에 영상과 각종 SW를 묶어 통합적인 기업업무환경을 구축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로이드 부회장의 설명은 이어진다.

“협업 시장은 380억달러 규모다. 시스코는 IP 유무선 단말기부터 웹엑스, 소셜 SW를 갖고 있다. 여기에 비디오는 시스코에서 가장 관심을 보여온 분야다. 탠드버그 인수로 텔레프레즌스 포트폴리오를 확충했다. 이미 이 시장은 30%씩 성장하고 있다. 컨슈머 시장의 기술과 기업시장의 기술을 결합하는 것. 그것이 시스코가 가려는 방향이다.”

그는 인터뷰 중 컨슈머 시장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B2B에 집중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그리고 그날 미국에서 컨슈머 사업 정리 발표가 나왔다.

로이드 부회장은 한국에 온 이유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시스코코리아와 본사가 함께 ‘코리아3.0’이란 프로젝트를 준비중이란 것이다.

“방한의 목적 중 하나가 코리아3.0에 대한 업데이트 때문이다. 코리아 3.0은 시스코 본사가 한국에서 여러 기회들을 찾아 그를 십분 살릴 수 있는 역량 갖추도록 하는 프로젝트다. 한국은 브로드밴드, 모바일디바이스, 등에서 유수 기업들이 있고 혁신적인 컨슈머 기기를 제조한다. 한국시장은 선두자리를 점할 수 있는 아이템이 많다고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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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3.0은 한국시장에서 파트너십 기회를 모색하고, 컨슈머 제품을 활용해 B2B, B2C로 이어 가는 사업이 된다. 삼성전자의 모바일 디바이스를 통해 웹엑스를 서비스하는 게 대표적인 예다.

로이드 부회장은 “코리아3.0에서 시스코코리아가 한국시장의 기회를 찾으면 본사 차원의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며 “여러 분기에 걸쳐 잠재 파트너십이 가시화되면 발표할 계획이고, 이를 통해 해외 시장에서의 기회도 더 확대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