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기호, 젊은 한국HP 업고 돌풍 예고

일반입력 :2011/04/14 14:59

김효정, 김우용 기자

외국인 사장 체제에서 내실 다지기를 마무리한 한국HP가 젊은 피를 앞세워 한국IT시장 에 승부수를 던졌다. IT산업이 근본적인 변화를 맞고 있는 시점에서 한국HP의 행보에 업계 이목이 집중됐다.

승부수의 주인공은 함기호 부사장. 한국HP는 13일 함기호 엔터브라이즈 비즈니스 세일즈 총괄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 사장 겸 엔터프라이즈 비즈니스 부문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최준근 전 사장이 퇴임하고 스티븐 길 현사장이 부임한지 1년7개월만의 한국인 대표체제 복귀다.

다음달 1일부터 한국HP를 대표하게 된 함기호 신임 사장은 1961년생으로 HP에서 14년 이상 근무하며 엔터프라이즈 비즈니스의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활약해왔다.

■한국인 대표체제, 한국시장 대공세 시작된다

한국HP의 한국인 대표체제 복귀는 내부정비를 마치고 본격적인 시장공략에 나선다는 신호다.

스티븐 길 현 사장은 2009년 한국HP 대표이사로 부임한 뒤 기업내부 프로세스 개선작업에 집중했다. 구조조정과 함께 내부 기업 문화를 투명하게 만들기 위한 작업이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한국기업색깔이 짙었던 한국HP는 서구기업 문화를 이식받게 됐다. 조직도 시스코코리아, 한국EMC 등의 외부 전문인력을 대거 수혈해 진용을 갖췄다.

스티븐 길 사장이 지난 2년간 내부 프로세스 정비에 방점을 찍었다면, 함기호 사장체제는 성장을 목표로 한 활동이 될 전망이다. 국내 파트너와 보다 활발하고 적극적인 스킨십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일단 함기호 신임 사장을 향한 HP의 내외적인 신뢰는 두텁다. 함 신임 사장은 최근까지 국제 영업 책임자를 맡아 산업군별 전략, 영업 조직 개혁 프로그램 등을 총괄했다.

HP에 합류하기 전 국내 기업 CEO를 포함한 다양한 직책을 거쳤던 만큼 외부 인맥도 탄탄하다. 아시아-태평양 및 일본 지역 최초의 HP 공인 고객 비즈니스 매니저로서 4년간 삼성 그룹에 전략적 조언과 사업 경영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오랜 기간 몸담았던 HP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이 함 사장을 기대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한국IT 젊은 피 세대교체 방점찍었다

함기호 신임 사장의 부임은 국내 IT업계에 있어서도 큰 상징성을 갖는다. 바로 IT업계 세대교체다.

최근 국내 IT기업들의 기업 수장은 3세대에 해당하는 1950년 후반 출생 인물 위주다. 한국오라클 사장을 지낸 61세의 윤문석 VM웨어코리아 사장이 일선에서 활동중인 대표적인 한국IT 2세대 인물이다.

한국HP의 경쟁사만 해도 유원식 한국오라클 사장이 1958년생, 김경진 한국EMC 대표가 1957년생이며, 조범구 시스코코리아 대표와 이휘성 한국IBM 대표, 이희성 인텔코리아 대표가 1960년대생이다.

관계사를 보면 SK텔레콤의 하성민 사장과 서진우 사장이 각각 1961년, 1962년생이며, 고순동 삼성SDS 사장이 1958년생, 김대훈 LG CNS 대표가 1956년생이다.

한국HP는 국내 IT시장에서 한국IBM과 수십년간 활동해온 대표선수다. 한국IBM과 함께 한국IT의 시작부터 기여해온 기업이라 할 만하다. 엔터프라이즈부터 개인 소비자까지 한국HP와 연결되지 않은 분야가 없을 정도로 이 회사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1961년생 함 사장의 부임은 한국HP도 한국IT업계의 인물이 3세대로 옮겨가는 마무리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비슷한 세대인 만큼 한국HP를 비롯한 각기업들의 경쟁, 협력 움직임이 어느때보다 활발해 질 전망이다.

■함기호의 한국HP, 그리고 ‘인스턴트온’

그러나 함기호 신임 사장의 앞길이 탄탄대로는 아니다. 어느때보다 적확한 판단을 해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IT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 스마트폰 등 업계 전반을 갈아엎을 만한 이슈가 시장을 뜨겁게 달군다. 더구나 그 변화의 속도가 빅뱅이라 할 정도로 빠르기에 정확한 상황판단을 요구한다.

함기호 사장은 이같은 시장 상황에서 미국 HP본사의 경영전략과 한국의 상황을 적절히 조율해야 하는 중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HP는 지난해 11월 레오 아포테커 회장 부임 후 기업혁신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마크 허드 전 회장이 7년간 진행했던 내부비용절감 중심경영 흔적을 지우고, SW기술역량을 확보하겠다는 게 골자다. 이에 더해 단순한 하드웨어 판매뿐 아니라 컨설팅, 구축, 딜리버리까지 종합적인 IT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다. 올해의 기업비전인 ‘인스턴트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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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함기호 사장의 역할은 글로벌과 한국IT의 접점에서 공백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미국과 한국의 IT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벌어질 수 있는 혼란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 비전의 문자 그대로 변화가 왔을 때, 고객 요구가 생겼을 때 즉각적(Instant)으로 켜져야(On) 한다.

함기호 신임 사장은 “미국 본사와, APJ 등과 함께 활발하게 논의하면서 한국HP가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