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진삼국무쌍6’의 비한글화 출시 사태는 국내에서 이 게임 시리즈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비한글화에 대한 이용자들의 유통사 비난을 여러 언론사에서 비중 있게 다뤘다는 점을 보면 더욱 그렇다.
물론 한글화 여부에 대한 부분은 이용자의 권리라기보다 유통사의 선택이 맞지만 ‘진삼국무쌍’ 시리즈에 대한 기대치가 얼마나 크면 저런 반응이 나왔을까 싶을 정도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다 보니 이후에 나올 ‘무쌍’ 시리즈 역시 혹독한 반응을 얻을까 걱정이 됐다.
그중 PS3 독점 타이틀로 모습을 드러낸 ‘전국무쌍3Z’는 일본 보다 약 한 달 정도 늦게 출시된 ‘무쌍’ 시리즈 신작이다. ‘진삼국무쌍6’ ‘트로이무쌍’ 등 3개의 라인업 중 두 번째다. 이 게임은 일본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전국무쌍’ 시리즈의 최신작이자 Wii(위) 버전으로 나온 ‘전국무쌍3’의 확장판이기도 하다.
새로운 신규 무장들의 참전은 물론 HD 버전으로 한층 발전된 그래픽, 새로운 신규 요소들을 도입해 볼거리와 즐길 요소를 대폭 강화한 이 게임은 일본 내에서도 호평 속에 판매를 유지해 왔고, 국내에서도 출시 전부터 주목 받아왔다.
■기대작 ‘전국무쌍3Z’ 뚜껑 열어보니...
우선 기본적으로 기자는 ‘무쌍’ 시리즈 전부를 즐겨봤고 몇몇 시리즈는 공략까지 진행했다. 그리고 지금 리뷰하는 ‘전국무쌍3Z’ 역시도 모든 무장들의 언락은 물론 숨겨진 요소 등도 거의 다 찾아낸 상태에서 글을 작성하고 있다. 절대 대충 하고 리뷰 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한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변화의 폭을 줄인 ‘전국무쌍3Z’에 더 큰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진삼국무쌍6’는 참신하다보다는 그동안 느껴왔던 손쉬운 게임성과 손맛에 더 정이 가는 편이었고 무장의 개성을 살린 부분에 주력하는 ‘전국무쌍’ 시리즈는 일본 역사를 잘 모르는 기자에게 색다른 재미를 주는 시리즈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전국무쌍3Z’는 이 같은 기자의 기대감을 한 번에 날려버린 상당히 실망스러운 게임이 됐다. 40명의 무장들은 반복 스테이지에서 허덕거리고 있고 무기 제작은 ‘무쌍오로치’ 시리즈에서 불편했던 요소를 답습한 느낌을 줬다.
또한 신규 무장과 기존 무장의 밸런스 차이와 도대체 왜 구분을 했는지 모를 정도로 황당한 신규 모드 ‘창사연무’는 게임의 재미가 오래 잡고 있으면 되는 것으로 내다본 코에이테크모게임즈의 안일한 판단이 만들어낸 짜증나는 요소가 됐다.
게임의 반복 요소는 매우 귀찮고 불편한 요소다. 무기 작성부터 무장 언락, 심지어 무장의 능력 한계 돌파도 엄청난 반복을 요구한다. 도대체 왜 이런 황당한 규칙이 이 게임 내 자리 잡았는지 알 수 없지만 ‘진삼국무쌍6’ 등 기존 시리즈들과 비교해보면 이 게임은 정말 별로다.
■확장판이라고 기대했지만 정작 게임성도 별로
이 게임이 Wii 버전의 확장판이라는 점이라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 용서를 해야 하겠지만 그래도 게임성 자체를 이정도 수준 밖에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점은 큰 문제가 아닐까 싶다.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어중간한 게임성이다. 무장의 스토리를 즐길 수 있는 ‘무쌍연무’는 한 무장당 5개의 스토리를 즐길 수 있도록 돼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무장들의 이야기가 겹치다 보니 실제로 스테이지는 그리 많지 않다.
모든 무장을 전부 언락하기 위해서는 ‘무쌍연무’ 대부분 무장의 엔딩을 봐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게임 진행시 얻게 되는 다소 부족한 결과물로는 엄청난 반복 플레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전체 무장을 모두 꺼낸 후에는 또 다른 반복 플레이가 이용자를 기다린다.
게임 내 무기부터 갤러리, 그리고 최종 무기 등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프리 모드나 ‘무쌍연무’를 난이도를 바꿔가며 즐겨야 한다. 이 부분이 기존 ‘무쌍’ 시리즈와 흡사하지만 유독 이 게임은 더 심하다고 볼 수 있다. 아마 무기 전체를 꺼내는 작업은 그 어떤 시리즈보다 피곤하다. 여기에 능력치까지 더해지면 더욱 골치 아프다.
무기 능력치는 게임 진행 시 무장들을 격파해서 얻게 되는 보석으로 진행이 되는데 이 중 고급 보석은 난이도를 높여야지만 획득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유명한 무장을 잡아야 된다. 이 부분은 편하게 게임만 즐기려는 이용자를 괴롭히는 짜증나는 시스템이다.
기존 게임들은 난이도가 낮더라도 어떤 반복적인 플레이로 기대 이상을 이끌어낼 수 있는 형태가 있었지만 이 게임은 더 높은 난이도를 끊임없이 추구하도록 해놨다. 만약 빨간색 특수능력과 6개 모두를 채운 무기를 얻고 싶다면 수라 이상의 난이도를 반복적으로 완수해야 한다.
물론 이 시스템이 팬들에게는 재미있는 요소가 될 수도 있지만 단순히 ‘무쌍’ 시리즈를 경험하고 싶다는 이용자들에게는 그리 썩 좋은 요소라고 볼 수는 없지 않을까. 참고로 무장들이 몰리면 프레임 저하 현상과 함께 적장이 보이지 않는 사태도 자주 발생했다.
■혼자 따로 노는 ‘창사연무’ 왜 기본 모드와 연동 안되나?
이런 짜증나는 요소의 결정타는 ‘창사연무’에 있다. 이 모드는 모든 것이 겹쳐 있는 타 모드와 달리 따로 혼자 노는 요소라서 실망적이다. ‘창사연무’에서 키운 레벨과 경험치는 타 모드와는 전혀 상관없다. 이곳에서는 무기와 소재만 ‘연무 종료’로 타 모드와 연계 시킬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이 모드에서 줄창 무장을 성장 시켜도 타 모드와는 거의 상관이 없다. 이곳에서 얻는 몇몇 아이템은 차라리 ‘무쌍연무’를 진행하는 것이 더 빠르다. 그러니깐 굳이 ‘창사연무’를 선택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 물론 이곳에서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이 반복 플레이에 따라 매우 좋은 것을 획득할 수 있지만 무기는 없기 때문에 별 도움이 안된다.
그러다 보니 이 모드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이용자가 얻을 수 있는 건 별 것이 없다. 좋은 능력치의 아이템이나 승마 등을 얻기 위해서도 꽤나 오랜 시간 플레이가 필요하다. 그럴 바엔 ‘무쌍연무’나 프리모드를 이용해서 무장을 성장 시키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통쾌함 버린 ‘전국무쌍3Z’, 그래도 ‘무쌍’이니깐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게임이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쌍연무’의 연출이나 각 무장들의 개성 넘치는 ‘무쌍오의’ 모습은 꽤나 통쾌하다. 그리고 새롭게 추가된 ‘카이히메’부터 한층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는 무장들의 모습은 캐릭터 모델링에 물이 오른 코에이테크모게임즈의 섬세함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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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전반적인 게임성은 ‘실망’을 벗어나지 못한다. ‘무쌍’ 시리즈가 그동안 하나의 게임성을 통해 지금까지 걸어왔지만 이제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용자들에게 재미를 주는 형태가 반복이라는 요소에 의해 묻혀 버린다면 ‘무쌍’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은 계속 하락하지 않을까.
코에이테크모게임즈에서도 ‘무쌍’이니깐 이용자들이 즐긴다는 생각부터 빨리 버려야할 것 같다. ‘트로이무쌍’이나 ‘건담무쌍’ 같은 시리즈가 언제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지금 같은 게임성이 계속 유지된다면 결국은 언론은 물론 이용자들까지도 버리게 되는 게임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