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삼성전자, e북 신경전...왜?

일반입력 :2011/03/16 10:13    수정: 2011/03/16 14:47

남혜현 기자

갤럭시탭에서 리더스 허브를 빼라 VS 이동통신사는 이제 슈퍼갑이 아니다

SK텔레콤이 상반기 내 전자책 사업에 진출할 것이 확실시 되면서 콘텐츠 유통 플랫폼을 두고 삼성전자와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삼성전자가 '리더스 허브'의 갤럭시탭 기본탑재를 두고 줄다리기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리더스 허브는 지난해 11월 삼성전자가 갤럭시탭 출시에 맞춰 발표한 전자책 전용 플랫폼이다. 갤럭시탭 사용자들은 리더스 허브를 통해 신문, 잡지, 도서, 만화, 연구 보고서 등 콘텐츠를 구입해 읽을 수 있다.

SK텔레콤은 현재 5월경 전자책 변환 플랫폼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플랫폼이 론칭되면, 이를 통해 확보한 전자책 콘텐츠를 SK텔레콤이 어떤 식으로든 주도적으로 유통하기 위해 나설 것이 예상된다. SK텔레콤으로선 아이패드의 강력한 경쟁자인 갤럭시탭에 리더스 허브가 기본 탑재돼 판매되는 것이 달갑지 않은 이야기라는 것이다.

■SKT·삼성…점점 더 멀어져간다

영원한 동지로 보이던 두 회사의 사이가 결정적으로 틀어진 계기는 SK텔레콤의 아이폰4 도입이다. 갤럭시S와 갤럭시탭을 대표 상품으로 내놓았던 SK텔레콤이었던 만큼, 아이폰4 도입이 삼성전자로선 적잖이 서운한 일이 됐다.

이같은 신경전이 최근들어서는 전자책으로도 옮아 붙었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동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업체라는 입장을 떠나서, 콘텐츠 유통만 놓고 본다면 두 업체는 경쟁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

SK텔레콤을 통해 판매되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단말 중 삼성전자 제품의 비중이 높다는 점, 교보문고나 KT 등 경쟁 플랫폼이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SK텔레콤이 전자책 시장 후발주자라는 점은 이같은 정황에 설득력을 더한다.

이미 멜론으로 모바일 음원시장을 틀어쥔 SK텔레콤으로선 전자책 역시 탐나는 시장 중 하나다. 모바일 사업에서 지속적인 수익창출은 콘텐츠 보유량에서 판가름 난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SK텔레콤이 삼성전자 리더스 허브에 숨겨든 칼을 빼낼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따라서 SK텔레콤이 삼성전자측에 갤럭시탭에 기본 탑재된 리더스 허브를 소비자들이 선택해서 다운로드 받는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제공하도록 설득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삼성전자로선,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싸늘한 반응을 보낼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도 리더스 허브를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드웨어 업체에게도 콘텐츠는 생태계의 핵심으로 급부상했다. 사용자 입장에선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제대로 보급되지 않는 단말기는 그저 껍데기일 뿐이다. 콘텐츠 유통 플랫폼을 누가 쥐고 있느냐에 따라서 기업의 위치나 시장 장악력이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올해 전자책 플랫폼 주도권 다툼 치열할 것

지난해는 '10년만의 전자책 부활'의 해로 기록됐다. 올해는 콘텐츠 유통을 놓고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SKT가 상반기 전자책 변환 플랫폼 출시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지금이 적기라는 상황판단이 섰다는 이야기다.

전통적인 도서 유통업체에서부터 인터넷 서점들, SW개발업체들 등 쟁쟁한 경쟁자들도 포진돼 있다. 이동통신사도 무시할 수 없는 후보군 중 하나다. 그러나 음악 시장과는 달리 전자책 유통을 놓고 이동통신사의 역할이 어느정도 힘을 획득할지는 더 두고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한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의 경우 기존 티스토어를 이용할 수도, 또 KT 쿡북카페처럼 별도 유통 플랫폼을 개발할 수도 있다면서도 기존과 달리 이동통신사의 역할이 데이터 제공에 한정되는 등 역할이 줄었기 때문에 파괴력이 어느 정도 될지는 두고 보아야 할 일이라고 평했다.

경쟁은 이미 치열해졌지만, 신경전 여부에 대해선 두 회사 모두 적극 부인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SK텔레콤에서 전자책 플랫폼을 발표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때 이른 이야기라며 전자책과 관련해서 SK텔레콤과 신경전을 벌일 이유가 없다고 이같은 소문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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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 내비게이션만 하더라도 한 스마트폰에서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는 종류가 다양하다면서 소비자 선택에 맡긴다는 점에서 전자책도 이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SK텔레콤 관계자 역시 전자책과 관련해 삼성전자와 사이가 안 좋아진 일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