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애플 앞에 작아진 한국 이통사

기자수첩입력 :2011/03/07 08:33    수정: 2011/03/07 10:52

김태정 기자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로 끝났다. 대한민국 최대 이동통신사 SK텔레콤도 애플 앞에서 작아지기는 마찬가지였다.

SK텔레콤은 아이폰과 함께 애플의 재생산품(리퍼) 제공 프로그램도 들여온다. 고장 제품은 일부 경우만 부분수리하고, 대부분 리퍼로 바꿔준다는 내용 그대로다.

과거 ‘고장난 자동차는 중고차로 바꾸냐’며 SK텔레콤 경영진이 비판했던 바로 그 리퍼다. 이번 발표로 인해 SK텔레콤을 향한 시선이 따가워진 이유다.

애플의 AS 개선 없이는 아이폰을 도입하지 않겠다던 SK텔레콤의 호기도 사라졌다. 아이폰 AS 개선은 대부분 애플이 아니라 SK텔레콤이 자체적으로 알아서 했다.

아이폰 AS 센터 32곳 확충과 수리비 지원 등이 SK텔레콤의 몫이며 애플은 관여하지 않는다. AS 비용의 무이자 카드 결제도 SK텔레콤 센터에서만 가능하다.

애플도 아이폰 교환 기간을 구입 당일에서 7일로 늘리는 등 성의를 보였지만, SK텔레콤의 반년 협상 결과물로 만족스러울지는 의문이다.

결국 핵심인 리퍼는 변동 없고, 교환 기간 연장을 제외하면 SK텔레콤만 애썼다는 것이 이번 AS 개선의 실체다. 덕분에 큰 힘 들이지 않고 국내 아이폰 유통채널을 확 키운 애플은 별 말이 없다.

KT도 칭찬받을 상황은 아니다. 고객 불만을 발생시킨 휴대폰은 개선 전까지 판매 중단한다는 ‘무결점 서비스’를 도입했는데 아이폰에는 완전히 적용하지 못했다. 애플의 협의가 필요하지만 쉽지 않다는 것이 이 회사 경영진의 설명이다.

스마트폰 AS 부문 고객 불만 1위 아이폰을 에이스로 올린 KT가 어떻게 ‘무결점 서비스’를 진행할지 무거운 물음표가 붙었다.

KT는 지난해 말 애플의 ‘중국 우선’ 전략에 따라 아이폰4 공급에 차질을 빚었었다. 아이패드도 애플이 환율 적용 문제를 제기하면서 약속한 날 보다 늦게 출시했다.

이에 따라 성난 고객들의 비판이 쏟아졌지만 애플 측은 노코멘트로 일관했고, KT만 사태 수습에 진땀을 흘렸다.

누가 감히(?) 애플에 변화를 주문할 것인가? 토종 이통사들이 애플에 이렇다 할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하니 볼썽사나운 사건들이 이어지는 것이다. 애플이 한국을 주요 관리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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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들의 대기업 노릇은 힘없는 고객들만 대상으로 삼았다. 지난해 정부에 접수된 통신 민원이 3만4천425건으로 전년 대비 34.1% 늘었다는 통계가 이를 방증한다.

이통사들이 애플만큼 고객을 살폈다면 통신 시장이 이렇게 돌아갈 리 없다. 당장의 물량판매를 위해 애플 눈치만 보고, 고객은 뒷전인듯 보여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