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한차례 영토확장의 기회를 얻은 기업용 소프트웨어(SW) 업체들에게 태블릿이 또다른 시장으로 떠오를 수 있을까? 업계에는 태블릿이 기존 노트북의 이동성, 생산성을 대체한다는 일각의 주장과 두 플랫폼이 충돌하지 않고 각자의 자리를 찾아갈 것이라는 시각이 맞서고 있다.
현재까지 스마트폰 기반 모바일오피스 전망은 양호하다. 지난해말 스마트폰을 가진 직장인 10명 가운데 6명은 모바일오피스를 이용하겠다고 답한 방송통신위원회 조사 결과가 최근 나왔다. 국내외로 불어닥친 모바일 오피스 바람은 빠른 스마트폰 사용자 확산에 힘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손안의 사무실', 어디까지 왔나
이미 국내만해도 스마트폰에서 기존 사무실에서 썼던 업무용 툴을 대부분 쓸 수 있다. 사내 이메일 송수신과 일정관리, 업무기록과 직원정보 조회를 할 수 있고 데스크톱PC에서 사용했던 문서를 읽고 쓰거나, 전자결재도 가능하다.
SAP는 중견중소기업(SMB)용 ERP '비즈니스원'을 아이폰과 아이패드용으로 선보였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재고관리, 고객정보 확인, 실시간 리포트, 업무 승인 프로세스를 처리할 수 있다. SAP ERP 기반 본사 기업망과 협력사 네트워크의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까지 통합 가능하다.
국내외서는 전사적 자원 관리(ERP) 연동뿐 아니라 상용 SW 기반 모바일용 고객 관계 관리(CRM),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 메시징과 실시간 협업 솔루션 출시와 도입사례도 잇따랐다.
일례로 한컴은 지난해 모바일 문서편집 애플리케이션 '씽크프리 모바일'을 스마트폰과 태블릿용 애플리케이션으로 출시하고, 삼성 갤럭시S, LG 옵티머스원, KT테크 테이크 등 국내외 안드로이드 단말기에 기본 탑재하는 공급계약을 맺었다. 웹서비스 '씽크프리 온라인'과 연동해 문서 동기화도 가능하다.
지난해 4월 SKT와 모바일CRM 제휴를 체결했던 CRM 전문업체 공영DBM은 작년말 모바일기기에서 CRM 제품 '모나크'를 쓸 수 있게 하는 솔루션 'CRM코리아'를 출시했다. 영업사원들은 이를 통해 담당 고객 정보를 확인, 관리하고 인접한 지역에 가능한 영업 방문지를 추천받을 수 있다. 스마트폰에 최적화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기존 PC화면을 모두 지원한다.
BI 전문업체 마이크로스트레티지코리아는 기업들이 별도 코딩 작업 없이 아이폰, 아이패드에서 그래프, 그리드, 대시보드 등을 구현할 수 있게 해주는 BI툴 '마이크로스트레티지(MSTR) 모바일'을 출시했다. 지난해 9월 상용화한 무료 패키지 'MSTR 모바일 스위트'를 통해 MSTR 모바일, 리포트 서비스, 온라인 분석처리(OLAP) 서비스, 인텔리전스 서버에 대한 라이선스를 통합 제공한다.
IBM이 지난해 10월 출시한 분석솔루션 '코그노스10'에도 스마트폰에서 경영 정보 확인과 실시간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모바일BI 기능이 추가됐다. 한국IBM은 모바일 오피스 플랫폼 '로터스노츠 도미노'의 장점인 템플릿에 기반한 유지보수, 여러 플랫폼에 호환, 분산된 영업망의 정보 통합 기능을 내세워 지난해말까지 일진그룹, 휠라코리아, 좋은사람들 등에 공급했다.
국산 원격지원 솔루션 업체 알서포트, 독일의 팀뷰어 등이 모바일 기기로 데스크톱PC 등을 제어하는 기술을 상용화해 제공하고 있다. 가상화 업체 시트릭스나 VM웨어도 가상화 환경의 일부를 구성하는 클라이언트용 가상 네트워크 컴퓨팅(VNC) SW를 지원한다.
■태블릿-노트북, '대체 vs. 공존'
기업용 SW업체들은 모바일오피스 솔루션과 도입사례를 소개할 때, 태블릿도 현재 지원하거나 '향후 지원 예정'이라고 밝힌다. 스마트폰을 넘어 태블릿 플랫폼에서도 잠재적인 시장 기회를 찾고 있다는 암시다. 일각에서 태블릿이 노트북을 대신해 업무용 시스템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와 이같은 움직임을 부추기는 모양새지만, 정반대 시각도 맞서고 있다.
최근 미국 시장조사업체 포레스터리서치는 미국내 태블릿 판매량이 계속 늘어, 오는 2015년 노트북 판매량을 500만대쯤 앞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게다가 이는 다른 조사업체 이마케터나 가트너와 비교할 때 보수적인 수치라는 게 해외 언론들의 평가다.
사실 태블릿을 중심으로 PC시장 판이 재편된다는 예측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보다 앞서 지난해 9월 "3년 안에 태블릿이 모든 노트북을 대체할 것"이라며 데스크톱PC의 자리까지 위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기업 환경에서도 태블릿이 보편적인 업무용 플랫폼이 된다.
그러나 반대 입장도 만만찮다.
같은 시기 델은 태블릿이 노트북을 쓸모없게 만든다고 보지 않았다. 델은 지난해 9월 인텔 개발자 컨퍼런스(IDC)에 협력사로 참가해, 태블릿과 노트북 형태를 오가는 하이브리드 기기 '인스피론 듀오'를 선보였다.
당시 이를 소개한 델의 임원은 무대에서 "엄밀히 말해 태블릿은 (업무적인) 생산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충돌이 아니라 상호 보완하는 관계라고 본 것이다.
HP와 협력해 윈도7 기반 태블릿 '슬레이트'를 출시한 마이크로소프트(MS) 입장도 비슷하다.
지난해말 한국MS 이석현 부장은 "기업 생산성을 지원하는 업무용 시스템은 노트북 형태 단말기가 계속 맡을 것"이라며 "인터페이스 특성상 태블릿 기기는 이를 완전히 대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국내서 태블릿 기기를 구입하는 이들은 대부분 이미 노트북을 사용해본 사람들"이라며 "노트북과 태블릿 모두 없을 경우, 구매 우선순위는 노트북이 높다"고 덧붙였다.
■컨수머 기기, 기업용으로 환골탈태?
태블릿이 노트북과 공존하든 이를 대체하든, 앞으로 꽤 많이 팔려나갈 것이란 전망은 일치한다. 스마트폰에 이어 태블릿이 기업 시장의 대세로 떠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기업 SW업체들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애플이 지난해초 아이패드를 출시하며 강조한 용도 역시 협력사 제휴 콘텐츠를 내세운 가정용 엔터테인먼트 소비도구였다. 그런데 현재 아이패드는 의료영상정보 솔루션이나 제조 생산 현장의 설계정보 공유 플랫폼 등 현업용 플랫폼으로 폭넓게 쓰인다. 다른 일반 소비자용 태블릿 기기도 그러지 말란 법이 없다.
실제로 미국 시장조사업체 체인지웨이브리서치가 지난해말 기업 IT담당자 1천6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기업가운데 14%가 올해 1분기안에 직원들에게 업무용 태블릿 기기를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조사 당시 이미 태블릿을 지급하거나 사용중인 비율은 7%였다.
현업 사용자 입장에서도 일반 소비자용 기기인 태블릿이 전통적인 업무용 시스템보다 다루기 편리해, 직장에서도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해준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SW업체들이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자사 솔루션을 다양한 모바일 플랫폼에 호환성을 갖춰야 한다. 이전까지 기업 SW들은 전적으로 기업이 스스로 통제하고 표준화할 수 있는 환경에서 개발됐지만, 제조사와 단말기 특성이 서로 다른 모바일 기기는 플랫폼과 OS별로 따로 만들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단말기마다 제각각인 애플리케이션 배포방식도 고민거리가 될 수 있다. 일례로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경우, 모든 소프트웨어는 아이튠스 앱스토어를 통해 내려받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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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내부용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프로그램이 따로 있긴 하다. 규모 500인 이상 기업체는 앱스토어를 거치지 않고 기업의 인하우스 배포를 지원하는 '아이폰 개발자 기업용 프로그램'을 등록할 수 있다. 또 등록비용이 저렴하고 약간 더 번거로운 '애드혹' 방식은 최대 100대 단말기에 애플리케이션을 배포할 수 있다. 애플은 사용자 101~499명 사이 규모 기업에 대한 배포 프로그램을 따로 두지 않고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보안 관점에서 기업망에 접근하는 단말기 관리 이슈도 떠오른다. 기업망과 업무 정보에 접근하거나 모바일 기기에 어떤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게 허용할지 등이 주요 관심사다. 이에 따라 사이베이스의 모바일 기기 관리(MDM) 솔루션 '아파리아' 등 일부 기업들이 이기종 모바일 기기 환경을 관리하는 기술을 제공한다. 단말기 분실이나 도난에 대비한 '원격 초기화' 기능도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