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데스크톱 웹브라우저 화두는 속도 경쟁과 기능 평준화로 요약된다. 앞다퉈 버전 업그레이드를 반복하면서 사용자 인터페이스(UI) 간소화와 확장 기능 지원, HTML5 표준 지원 확대가 이어졌다. 프로그램상의 특정 기능을 전면에 내세워 차별화하기도 쉽지 않다. 브라우저간 동질화 현상을 요약하고 속도와 또다른 차별화 요소는 없는지와 내년 점유율 추이를 전망해 봤다.
■기능 점점 '비슷비슷'…싸우다 정들었나
주요 웹브라우저들이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포함해 전반적으로 서로 닮아가는 추세다. 편리하다고 검증된 기능들은 서로 비슷하게 구현하기 때문이다.
우선 모든 브라우저가 내려받은 파일 목록을 기록하고, 주소창과 검색어를 자동으로 완성해주는 기능도 모두 제공한다. 탭브라우징을 지원하고, 확장 기능을 만들어 쓸 수 있으며 이를 공유하는 사이트가 운영되고 있다.
주소창과 검색창 구분도 모호해졌다. 둘을 통합한 크롬과 인터넷 익스플로러(IE) 9는 검색사이트를 열지 않고 주소창에서 바로 검색을 할 수 있다. 둘을 별도로 구분하고 있는 파이어폭스, 사파리, 오페라도 주소창을 검색창 용도로 쓸 수 있다.
세세히 따지고 들어가면 차이점은 여전히 많지만 일반 사용자 대부분은 이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예전부터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속도, 안정성, 보안, 편의성, 호환성 같은 것이다.
예를 들면 ▲웹사이트를 표시하고 자바스크립트를 처리하는 성능이 얼마나 좋은지 ▲얼마나 발빠르게 다양한 HTML5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지원하는지 ▲얼마나 사용자 비밀번호나 사이트 방문기록 등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다루는지 ▲낮은 사양이나 저전력 환경에서 여러 사이트를 한꺼번에 띄워도 끊김없이 작동하며 탭이나 창을 관리하는데 불편함이 없는지 등이 관건이란 얘기다.
물론 지금도 파이어폭스는 활발한 사용자 평가와 기부 시스템에 기반한 업그레이드가 꾸준히 이뤄져 가장 다양하고 활성화된 확장 기능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오페라도 가장 늦게 확장기능을 제공하기 시작했지만, 예전부터 브라우저에 메일 클라이언트, RSS리더, 간이 웹서버 기능을 내장했고 '위젯'과 '유저스크립트'라는 웹기술 기반 부가기능을 만들어 붙일 수 있었다. 국내서는 웹사이트 호환성 문제가 한동안 남아있어 앞으로도 특정 상황에서는 IE를 계속 쓸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 많다.
■모든 것은 '속도'로 통한다
IE 9, 파이어폭스 4, 크롬 9, 사파리 5, 오페라 11 버전은 한결같이 속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미지와 음성, 영상 등 멀티미디어를 사용하거나 HTML5 표준 기반 웹서비스가 늘면서 이를 이용할 브라우저 환경에서도 체감 속도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브라우저 속도는 프로그램 실행, 웹사이트 표시, 자바스크립트를 처리에 걸리는 시간으로 판정된다. 브라우저를 켜고 끄는 일은 자주 일어나지 않는 일이기때문에 웹사이트를 보여주는 속도와 사이트에 포함된 자바스크립트를 읽고 해석하는 성능이 중시된다. 처리 성능은 각 브라우저마다 고유한 자바스크립트 엔진을 업그레이드함으로써 개선된다.
또 그래픽 처리 장치(GPU)기반 하드웨어 가속을 통해 음성과 영상 처리 성능을 높이고 이미지, 문자를 빨리 표시할 수 있다. 순수한 웹사이트 표시뿐 아니라 플래시나 실버라이트 등을 통한 리치 미디어를 표시하는 속도도 높일 수 있다.
GPU 가속 기능은 MS가 상반기 IE9 개발자 시험판(PP)을 들고 나오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난 8월 윈도용 파이어폭스 4 베타 버전이 GPU 가속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뒤이어 9월께 크롬 7 개발자 버전과 크롬 6 안정판도 GPU 가속기능을 내놨다. 일반사용자를 위한 IE9 베타버전이 나와 크롬 시리즈와 GPU 가속 성능 맞대결을 펼쳤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사파리도 매킨토시 계열 운영체제(OS) 환경에서 GPU가속을 지원한다. 이는 IE9 GPU 가속 기능을 윈도7, 비스타에서만 쓸 수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난 7월말 애플이 사파리 5 버전을 공개할 때 윈도에서도 GPU 가속을 지원한다는 루머가 있었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맥OS X와 아이폰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민트기술의 왕수용 대표는 맥OS와 아이폰에 내장된 사파리 브라우저에서는 예전부터 캐스케이딩 스타일 시트(CSS)를 처리시 GPU 가속을 사용해왔다고 설명했다.
오페라소프트웨어도 지난 10월 오페라 11 버전부터 GPU가속을 지원하겠다고 밝히고 최근 오페라 11 정식판을 공개했지만 아직 GPU가속을 지원하지 않고 있다.
■비장의 무기, 서비스 연계성 강화
브라우저간 차별화는 프로그램이 자체 제공하는 기능이 아니라 개발사가 갖고 있는 웹서비스와의 연계를 통해 드러날 전망이다.
MS는 IE9를 통한 웹 사용자 경험(UX)을 네이티브 애플리케이션 수준으로 보여주겠다고 선언했다. 웹을 사용하는 속도뿐 아니라 UI에서 군더더기를 없애고 '웹 뒤에 숨은 브라우저'를 표방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최근 선보인 'MS 오피스 웹앱'이나 '윈도 라이브' 시리즈같은 클라우드기반 소프트웨어에서도 설치형 오피스 프로그램같은 UX를 보여준다는 목표다.
지난 9월 IE9 베타 버전을 선보인 한국MS 이석현 부장은 브라우저 UI가 차지하는 영역이 클수록 웹사이트를 표시해주는 영역이 줄어든다며 사용자가 방문한 웹사이트에 더 집중할수있도록 자주 쓰는 요소를 제외한 UI영역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최신OS 윈도7에 최적화된 IE9 성능과 GPU 가속 기능, 렌더링 엔진 효율 개선 등을 통해서 웹사이트 처리 속도를 전반적으로 끌어올리고, 일반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것처럼 웹을 표시해 사용자가 브라우저를 의식하지않도록 만드는 것이다.
구글은 이달초 크롬 8 안정판을 공개하며 웹스토어를 함께 선보였다. 웹스토어에 올라간 웹애플리케이션들은 HTML5 웹표준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다른 브라우저에서도 쓸 수 있다. 그러나 일부는 크롬에서만 제대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똑같은 웹표준을 지원하더라도 브라우저마다 표시되는 화면에 미세한 차이가 존재하고, 지원되는 웹기술도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크롬 웹스토어에 웹애플리케이션을 올리는 모든 개발사가 모든 브라우저의 호환성을 보장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한국 모질라 커뮤니티 대표 윤석찬씨도 블로그를 통해 (크롬과 사파리를 제외한) 비 웹킷 계열 브라우저에서는 제공사의 의지에 따라 웹애플리케이션이 정상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크롬 웹스토어는 크롬 브라우저, 크롬OS, 안드로이드 사용자를 대상으로 독점 플랫폼 기반 상용 시장에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질라 역시 크롬 웹스토어와 비슷한 '오픈 웹 앱 스토어'를 준비중이다. 모질라 오픈 웹 앱 스토어가 이미 많은 개발자, 서비스제공자의 피드백을 기반으로 내년 1분기까지 누구나 쓸 수 있는 웹스토어 플랫폼과 HTML5 기반 게임 서비스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윤석찬씨는 전했다.
■크롬OS, IE9, 파이어폭스4 정식판이 최대 변수
오는 2011년에도 구글 크롬이 계속 약진해 IE 점유율은 계속 줄어든다는 예상이 제기된다. 미국 지디넷 블로거 폴라 루니는 지난 15일 IE를 중심에 두고 내년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이 변동할 추세를 전망했다.
그는 인터넷 조사업체 넷애플리케이션즈 자료를 인용, IE 점유율이 지난해 11월 63.62%에서 지난달 58.44%로 5%포인트(p) 넘게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같은기간 크롬은 약 4%에서 9.26%로 5%p가량 성장했다.
내년 구글은 크롬 브라우저뿐 아니라 크롬OS 넷북도 출시할 예정이다. 크롬OS를 사용하는 것도 크롬 브라우저에 포함될 것이다. 또 내년 1분기 등장할 IE9 정식판과 파이어폭스4 최종 버전이 중량감있는 변수로 주목된다.
루니는 내년 크롬OS의 성공 여부가 브라우저 시장을 뒤흔들 것이 틀림없다며 대중들은 구글이 선보인 크롬OS 맛보기 버전에 호의적으로 반응했다고 말했다. 연말까지 크롬OS 사용자 수백만이 등장할 전망이며 내년 중반까지 출시될 크롬OS 단말기 물량의 영향력도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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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E9, 크롬9, 파이어폭스4, 사파리5, 오페라11 벤치마크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