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통사 마케팅비 펑펑, 방통위 뭐했나

기자수첩입력 :2010/12/17 12:00

김태정 기자

마케팅비를 매출 대비 22% 내로 쓰자는 이통사들의 가이드라인이 유명무실하다. 가이드라인 제시만 하고 손 놓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책임이 크다. 시작 전부터 부실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됐다.

17일 방통위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의 올해 마케팅비는 총 8조2천억원으로 추정된다. 매출액 추정치 37조3천억원 대비 22%에 달한다.

업계 추정치는 이보다 많다. 올 들어 분기당 마케팅비가 매출 대비 25% 안팎이었던 이통사들이기에 방통위가 제시한 22%는 너무 낮게 본 수치라는 분석이다. 방통위 스스로도 올해 22% 준수가 어려움을 토로했다.

줄어든 것은 마케팅비가 아니라 투자비다. 지난해 6조5천억원이었던 투자비가 올해 5조9천억원으로 약 6천억원 감소했다는 것이 방통위 예상이다.

결국 마케팅비 감소 노력은 건성이면서, 투자비만 확 줄인 이통사 행태가 드러났다. 당장의 가입자 뺏기에만 혈안이 된 결과다. 방통위는 그동안 뭘 했나를 먼저 자성해야 한다.

방통위는 이통사들에게 가이드라인을 지켜달라고 당부만 줄기차게 했다. 간혹 던진 엄포는 힘이 없었다. 이런 방통위를 무시하듯 가이드라인을 어겼다는 이통사들의 발표는 매 분기 당당했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이통사들이 가이드라인을 어길 시 ‘요금인하’를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아직 검토에만 머물렀다.

현금을 수십만원씩 주겠다는 초고속인터넷 광고와 보조금을 잔뜩 얹은 공짜폰이 여전히 넘쳐난다. 글로벌 기업을 만들자는 미래 투자비를 제 살 깎기 경쟁에 투입한 광경이다.

이대로라면 내년 전망도 어둡다. 가이드라인은 내년부터 매출액 대비 투자비를 ‘20% 이내’로 명시했다. 올해 ‘22% 이내’도 못 지킨 가운데 과연 현실화될지 의문인 시나리오다.

노영규 방통위 통신정책국장은 “올 하반기를 지켜보니 현재의 ‘권유’ 수준으로는 마케팅비를 더 내리기 어렵다”며 “방통위가 보장할 무언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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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는 이제라도 세금 값을 해야 한다. 가이드라인을 어기면 손해라는 인식이 생길 정도의 제재가 필요하다. 이통사가 외치는 자율적 시장 정화 노력은 현실성 없음이 누차 드러났다.

최 위원장이 제시했던 ‘요금인하’도 환영할만한 대안이다. ‘과징금’과 ‘영업제한’ 등 가이드라인 시작부터 나왔던 얘기들도 돌아 볼 필요성이 크다. ‘지나친 규제’라는 비판을 의식, 속만 태우면 직무유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