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 급속팽창]태블릿 쏟아지는데…콘텐츠는 ‘반쪽’

유통 플랫폼 개선 지적 잇따라

일반입력 :2010/12/15 09:45    수정: 2010/12/16 08:16

정현정 기자

태블릿PC가 본격적으로 국내에 출시되면서 이용자층이 늘고 있지만 국내 이용자들은 아직 ‘반쪽짜리’ 콘텐츠 마켓을 이용 중이다.

태블릿PC용 콘텐츠 소비가 확대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에 쓸 만한 콘텐츠 유통 플랫폼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관련법이 국회에서 계류중이어서 애플 앱스토어 내에는 게임 카테고리가 빠져있다. 음악, 영화, TV 프로그램 등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도 원스톱으로 이용할 수 없다.

아이폰이 처음 등장했을 때 ‘애플리케이션 스토어(앱스토어)’가 혁신적인 모델로 떠오르며 ‘아이폰의 힘’으로 주목받았다. 소비자들은 쉽게 자신에게 필요한 앱을 구매하고, 개발자들은 쉽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됐다. 애플은 앱스토어와 함께 아이튠즈 스토어로 음악, 영화, TV프로그램 등 엔터테인먼트 유통 플랫폼 또한 장악하고 있다.

■아이튠즈에 가면 다 있는데…한국엔 없다?

한국에서는 아직 애플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스토어인 ‘아이튠즈(iTunes) 스토어’의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 아이튠즈 스토어가 정식 서비스되지 않는 국가의 이용자는 공식적으로 음악이나 영화를 구매할 수 없고, 팟캐스트(Podcast)나 아이튠즈 유(iTunes U)를 다운로드 할 수 있다.

아이튠즈 체계를 통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로 음악을 구입하고 다운로드 하는 일이 편리해졌지만 한국 이용자들은 풍부한 콘텐츠와 편리한 원스톱 결제 시스템을 누릴 수가 없다. 때문에 국내 애플 이용자들은 여전히 기존 방식으로 음원을 다운로드한다.

가장 큰 문제는 국내법상의 한계다. 오픈마켓 게임물 자율등급 분류 등의 내용을 담은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통과 지연으로 앱스토어 내에 게임 카테고리를 허용하는 문제는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의 저작권료 정책이 확실히 정해지지 않은 것도 문제다.

저작권자와 유통 업체들 간 이해관계도 얽혀있다. 때문에 콘텐츠 스토어가 등장해도 판권 소유자인 음반사, 협회, 영화사, 방송사와의 콘텐츠 판매 계약 성사가 어렵다. 음악 시장은 멜론, 도시락 등 기존 대형 온라인 서비스가 장악하고 있고, 방송사는 자사 콘텐츠 독점 판매를 위한 계열사를 따로 두고 있다.

모든 콘텐츠를 갖추고 원화결제도 가능한 아이튠즈 스토어가 빠른 시일 내에 나오기 힘든 이유다.

■콘텐츠 유통 ‘선순환 구조’ 만들어야

애플은 앱스토어와 아이튠즈 스토어를 통해 성공적인 디지털 콘텐츠 유료화 모델을 만들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앱스토어가 성공한 가장 큰 이유는 누구나 쉽게 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유통구조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아이튠즈 스토어는 미국 디지털 음반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미국 최대의 온라인 콘텐츠 스토어다. 구매방식을 편리하게 하고 곡 단위 판매와 한 곡당 99센트로 통일된 저렴한 가격 등 혁신적인 유료모델을 포함한 아이튠즈 스토어를 오픈해 디지털 음원의 유료화를 성공시켰다. 이후 영화, TV프로그램 등 동영상 디지털 콘텐츠까지 유료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준비하면서 콘텐츠 업체를 찾아다니며 콘텐츠 사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확실한 노력을 했다. 콘텐츠에 대한 확실한 투자해야 콘텐츠 경쟁력도 커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관련기사

국내에서도 단속과 캠페인 등을 통해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제고돼 콘텐츠를 ‘제 값을 주고’ 사는 것에 익숙해져가고 있다. 하지만 콘텐츠 비용을 지출할 용의가 있음에도 제대로 된 비즈니스 모델이 나오지 않아 소비자들은 풍부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환경을 누릴 수 없다.

모든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콘텐츠가 경쟁력'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콘텐츠 유통의 선순환을 위한 환경은 마련돼 있지 않다. 선진화 된 구조를 만들기 위해 공급자와 배급자, 소비자 모두가 이익을 보는 구조로 콘텐츠 시장을 재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